오색령 눈꽃여행, '촬영 포인트' 전격 공개

노래 한계령의 원작자가 안내하는 오색령 눈꽃여행

등록 2016.12.22 19:23수정 2016.12.2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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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휴게소 먼 미지의 희망 한 조각 찾아 나서듯 그렇게 마음 다잡아 나서면 겨울여행은 전혀 다른 감동을 안겨준다. 한계령휴게소에서 따뜻한 차 한 잔 손에 쥐고 창밖 펼쳐진 풍경을 바라만 봐도 감동은 잔잔한 물결이 아닌 거대한 소용돌이로 전신을 휘감는다. ⓒ 정덕수


지난 글(오색령에서 제대로 된 눈꽃을 구경하는 방법)에서 "이쯤에서 이 글은 마치고 다음 기회에 오색령과 그 주변의 풍경들에 대해, 촬영 포인트가 되는 위치와 차량을 멈추어도 될 곳들을 함께 소개하겠다"고 했다.

오색령은 한계령휴게소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면 된다. 그러나 연휴와 같은 때, 그리고 설화가 장관을 이루었을 때는 주차장은 물론이고 차선 하나를 완전히 차량들이 점령해 버린다. 누구나 기막힌 장관을 즐기려는 마음과 촬영하려는 생각은 같은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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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안내 이와 같은 주차안내를 하려니 참 내가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여행자에겐 이와 같은 상세한 안내가 반드시 필요하다. 낯 선 고장을 찾았을 때 누군가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면 얼마나 고맙던가. ⓒ 정덕수


가장 안전하게 주차를 하고 넉넉히 시간을 갖으며 구경도 하고 촬영하려면 위의 지도에서 자주색으로 표시된 지점들을 이용하면 된다. 몇 백m 간격으로 이와 같이 안전하게 주차할 수 있는 공간들이 오색과 한계령휴게소 구간에는 마련되어 있다.

가장 길게 표시된 필례약수터입구 지점은 겨울철 차량의 왕래가 적은 곳으로 도로이기는 하지만 도로 한 방향으로만 주차한다면 오색령 일대의 눈꽃을 감상할 때 편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오색령의 설경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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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북주릉 필례약수터입구에서 오색령(한계령으로 도로표지판엔 안내되어 있음) 방향으로 향하면 곧장 정면으로 나타났다가 이내 오른쪽으로 자리하는 풍경이다. 바위와 그 사이로 형성된 숲은 잘 다듬어진 정원을 보는 듯하다. ⓒ 정덕수


눈이 퍼부을 때는 사실 좋은 사진을 기대할 수 없다. 물론 렌즈가 아닌 사람의 눈으로도 막막하기 그지없는 풍경 외엔 폭설 속에서는 먼 거리를 볼 수 없다. 오히려 그런 까닭에 폭설 속에 서면 더 많은 기대와 아득한 세계로 마음이 이동하나 보다. 마찬가지로 오색령에서도 눈이 그치고 적당히 구름층이 얇아지면서부터 환상적인 설경을 만날 수 있다.

필례약수터로 가는 길에서 빠져나와 오색령 방향으로 접어들면 먼저 거대한 화강암과 어우러진 겨울나무에 얹힌 눈꽃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직 먼데 하늘은 열리지 않았어도 보이는 그 상태만으로도 충분히 가슴 뛰게 만드는 장면이다.


왼쪽의 능선을 따라 철철이 많은 이들이 오르거나 내려온다. 백두대간에서 서북주릉으로 일컬어지는 오색령과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다. 1981년 10월 3일 이렇게 이 길에 대해 표현했다.

'온종일 서북주릉(西北紬綾)을 헤매며 걸어왔다.
안개구름에 길을 잃고
안개구름에 흠씬 젖어
오늘 하루가 아니라
내 일생 고스란히
천지창조 전의 혼돈
혼돈 중에 헤매일지
삼만 육천 오백 날을 딛고
완숙한 늙음을 맞이하였을 때
절망과 체념 사이에 희망이 존재한다면
담배 연기 빛 푸른 별은 돋을까'

한계령 노래는 알아도 그 노래가 된 원작 '한계령에서'의 1연이란 걸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노래가 내가 쓴 시의 2연과 3연 그리고 5연을 부분 선택하여 버무려 놓았기에 이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 만약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노래가 만들어졌다면 전혀 달랐을 일이지만 어쨌거나 처음부터 1연과 4연은 통째 버려졌다.

'한계령'은 1984년 10월 5일 양희은의 앨범으로 발표되었고,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조용필의 8집(1985년 11월 15일)에 발매됐다. 당시까지 대중가요에 없던 긴 트랙과 파격적 가사, 멜로디로 조용필의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다지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여담이지만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찬찬히 뜯어봤는데 시의 구성이나 길이가 참으로 절묘하게 닮았다. 이 부분은 '한계령에서'와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완전한 형태로 놓고 직접 비교해보면 확인된다. 뭐 그렇다고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쓴 김희갑 선생께서 '한계령에서'를 어딘가에서 보고 비슷한 얼개로 전혀 다른 작품을 썼다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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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령 눈꽃 누구든 이 풍경에선 시인이고 싶고 화가였음 싶다. 그러나 이 풍경을 전혀 본 적 없는 청자에게 제대로 화자의 입장에서 들려주고 보여줄 수 있을까. 결국 자연만이 연출할 수 있는 이와 같은 극치의 아름다움을 직접 찾고 그 속에 들어서야 만날 수 있고 확인할 수 있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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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령 눈꽃 보다 가깝게 접근하면 할수록 신묘하다는 말, 극치미라는 말이 왜 필요한지 깨닫게 된다. 오색령 주변에서 만나는 이 풍경은 다른 고장은 물론이고 같은 설악권에서도 이곳만이 지닌 조건 때문이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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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령 눈꽃 보다 가깝게 접근하면 비로소 비밀이 풀린다. 눈꽃은 눈이 내려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란 사실 말이다. 눈이 내린 뒤 녹아 습도가 대기 중에 가득한 상태에서 오후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혹독하게 추워야 비로소 나무의 표면부터 가지 끝까지 빈틈없이 눈꽃이 핀다. 오후 3시경 산중에서 눈꽃이 형성되는 모습을 지켜보면 말 그대로 일순간 세상이 기묘하게 변모한다는 느낌이다. ⓒ 정덕수


이제 완벽하게 하얀, 도저히 사람의 생각으로는 그려낼 수 없는 무아지경 순백의 세상을 만날 준비를 하고 오색령 방향 왼쪽을 보자. 일순간 숨이 턱 막히는 감동에 전율하리라. 나무와 바람과 기온이란 조건이 합쳐 피워낸 눈꽃! 이 감동을 만나러 오는 것이다.

문정희 시인은 '한계령을 위한 연가' 2연에서 다음과 같이 찬탄한다.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어느 누구나 이와 같은 마음으로 발길을 멈춘다. 설원이 아닌 거친 산악미만으로 대부분 판단을 내렸을 설악은 이와 같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을 이끌고 마음을 묶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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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봉 눈꽃 오색령을 오르는 동안, 그리고 한계령휴게소에 앉아서도 조망되는 이 무명봉은 눈꽃이 참으로 아름답다. 오후 햇살이 비스듬히 빗겨들었다면 전혀 다른 환상의 세계를 만날 수 있었으련만 지금 이 사진 외엔 이곳을 보여줄 방법이 없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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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령 조망 오색령은 어느 곳에서든 조망권을 침해받지 않는다. 길에서는 물론이고 산중에서나 함계령휴게소에서도 조망은 늘 열려 있다. 그러한 자유로운 세상을 갈망하기에 사람들은 언제든 떠나고 돌아간다. 그리고 자유를 억압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 정덕수


단 몇 시간 만에 이와 같은 마법을 부리는 힘을 자연은 지녔다. 물론 문정희 시인의 '한계령을 위한 연가' 전문을 뜯어보면 그러하고 싶다는 갈망이지, 그러하다는 확신은 아니다. 하지만 한겨울 찬바람 매섭게 몰아치고 눈발 날리는 길 마다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이와 같은 보상을 받는다.

행동할 때만 취할 수 있는 꿈은 이미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이 기막힌 풍경을 두고 멀리서 이 시간 그리움을 표하는 까닭도 행동하기에 이미 꿈이 아니라 쟁취할 수 있다는 걸 저 오색령의 숨 막히도록 아름다운 자연의 막강한 힘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정덕수의 블로그 ‘한사의 문화마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계령 #한계령에서 #오색령 #눈꽃 #양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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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보고, 많이 듣고, 더 많이 느끼고, 그보다 더 많이 생각한 다음 이제 행동하라. 시인은 진실을 말하고 실천할 때 명예로운 것이다. 진실이 아닌 꾸며진 말과 진실로 향한 행동이 아니라면 시인이란 이름은 부끄러워진다.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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