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종료 후 연이어 수술대에 오르는 KIA 윤석민과 SK 김광현 (사진 편집: 케이비리포트) ⓒ KIA타이거즈/SK와이번스
KBO리그의 좌우를 대표했던 에이스들이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KIA 윤석민은 지난 8일 일본 요코하마 미나미 공제병원에서 웃자란 어깨뼈를 제거하는 관절경 수술을 받았다. 재활 기간은 대략 4-6개월로 예상되고 있다.
SK 잔류를 결정한 FA 김광현 역시 윤석민과 같은 병원에서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내년 1월 5일 받을 예정이다. 수술의 특성 상 2017시즌 출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2005년 프로에 데뷔한 윤석민의 최전성기는 2011시즌이었다. 이해 다승(17승), 평균자책점(2.45), 탈삼진(178삼진) 3관왕에 오르며 정규 시즌 MVP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후 10승 이상을 기록한 해는 없었다.
2014년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며 볼티모어와 계약했지만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르는 데는 실패한 윤석민은 2015시즌을 앞두고 KBO리그로 유턴했다.
▲ KIA 윤석민 2013시즌 이후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선발로 몸상태를 만들지 못한 윤석민은 그해 마무리 투수로 변신해 시즌 30세이브를 거두며 건재를 과시하는 듯했다. 하지만 2016시즌들어 선발 3경기 등판 후 어깨 통증으로 4개월 이상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고 시즌 후에는 결국 수술대에 오르고 말았다.
2007년 프로에 입문한 김광현은 데뷔 2년차인 2008년 정규 시즌 MVP를 차지했다. 다승(16승) 및 탈삼진(150탈삼진) 2관왕으로 MVP를 거머쥔 것이다. 하지만 2010시즌 17승으로 다승왕을 차지한 이후로는 프로 2~4년차의 압도적인 모습을 재현하지 못했다.
▲ SK 김광현 최근 4시즌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올시즌 김광현은 7월 2일 잠실 LG전에서 경기 도중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강판된 뒤 8월 중순에야 1군에 복귀했다. 시즌 종료 뒤 FA 자격을 취득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했지만 결과적으로 4년 총액 85억 원에 SK에 잔류했다.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아 FA 계약 규모는 당초 예상보다는 축소됐다. 원 소속팀 SK와의 FA 계약 이후 팔꿈치 수술이 결정되었다.
소속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에도 기여했던 에이스 윤석민과 김광현이 결국 수술까지 이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올 시즌 두 투수는 선발과 구원을 모두 경험했다. 윤석민은 4월 3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섰지만 이후 어깨 통증으로 1군에서 제외되었고 8월말 1군에 복귀한 뒤로는 구원 투수로 잔여 시즌을 보냈다. 김광현도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다 팔꿈치 통증으로 2군에 다녀온 8월 중순부터는 선발과 구원을 오갔다.
투수의 시즌 중 보직 변경에 대해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정해진 등판 간격을 준수하는 선발 투수와 매일 대기하는 구원 투수는 등판을 준비하는 루틴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시즌 도중에 선발과 구원 보직을 오가는 것은 투수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선발, 구원 모두에 능하다는 이유로 전천후로 기용되는 경우가 잦았던 윤석민 ⓒ KIA 타이거즈
물론 두 투수의 부상과 수술의 원인을 올시즌 기용에서만 찾아서는 안된다. 윤석민은 MVP를 차지했던 2011년은 물론 2013년까지 팀 사정에 따라 선발과 구원을 오갔다. 선발 등판 사이의 불펜 투구를 실전의 구원 등판으로 대신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선발 투수의 루틴에 따라 행하는 불펜 투구와 승패가 걸린 실전의 구원 등판은 투수에게 주어지는 육체적, 정신적 부담의 차원이 다를 수 밖에 없다.
김광현은 과거 '벌투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다. 2011년 6월 23일 광주 KIA전에서 선발 등판했지만 8이닝 동안 147구를 던지며 14피안타 8실점으로 뭇매를 얻어맞았다. 2011년과 2012년 김광현은 건강 문제 등이 겹치며 10승 달성도, 100이닝 소화도 하지 못하며 프로 데뷔 후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소속팀의 에이스였던 두 투수는 야구 대표팀의 단골 멤버이기도 했다. 윤석민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본선을 시작으로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 등을 거쳐 2013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까지 대표팀에 소집되었다. 김광현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최종 예선을 시작으로 2009년 WBC,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등을 거쳐 2015년 프리미어 12까지 대표팀에 발탁되었다.
태극 마크를 달고 국가를 대표해 활약할 수 있다는 것은 선수 개인에게도 영예로운 일이다. 게다가 두 투수는 병역 특례의 혜택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정규 시즌 이외의 시기에도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몸을 만들고 실전 투입이 누적되는 것이 투수 생명엔 그리 이롭지 않다.
KBO리그는 최근 몇 년 간 극심한 타고투저에 시달렸다. 현장에서는 '던질 투수가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들이 수술대에 연이어 오르는 것이 현실이다. 좋은 투수들이 부상으로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다면 구단은 물론 팬들에게도 손해가 아닐 수 없다.
최근에는 '투수의 어깨는 소모품'이며 적절한 관리를 받아야만 오랫동안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견해가 강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에이스의 수술을 어쩔 수 없는 숙명으로 받아들여서는 쳇바퀴가 반복될 따름이다. 투수의 부상 방지와 관리에 대한 KBO 차원의 연구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록 참고: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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