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 닮은 츠도가 어디에 쓰이지?

시가현 나카야마 마을 산신제

등록 2017.01.04 16:39수정 2017.01.0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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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전 5시 해마다 산신제를 여는 시가현 나카야마(滋賀県蒲生郡日野町中山) 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에서는 해마다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고 오곡이 잘 여물고, 집안에 평안이 깃들기를 기원하는 산신제가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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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이 산신제를 지내는 산 위에는 두 나무 사이에 남신상과 여신신상 그리고 떡과 술을 놓고 산신에게 기원을 합니다. 알파벳 글자 와이 자 형으로 남근형 남신상(사진 왼쪽)과 여근형 여신목(사진 오른쪽)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 박현국


오전 5시 반 쯤 산신제를 여는 마을 앞산 중턱에 산신제 담당자 4명이 모여서 장작불을 피고, 산신단에 제물을 펼쳐놨습니다. 나카야마 마을에는 100여 세대가 살고 있지만 그 가운데 논농사를 짓고 있는 10여 세대가 열심히 산신제를 지냈습니다.

나카야마 마을 산신단은 산 위에 남성신과 여성신이 나뉘어져 있습니다. 산신단 뒤에는 신목인 붓순나무가 있습니다. 신목 건너편에는 큰 삼나무가 두 그루가 있고, 그 사이에 금줄을 치고, 주연승(注連繩)을 하기도 합니다. 주연승은 마을 사람들이 줄을 잡고, 풍작을 기원하는 노래를 부르는 것입니다. 이 풍작을 기원하는 노래는 거의 모든 마을이 비슷한 내용입니다.

오전 5시 반부터 미리 준비해 놓은 장작더미에 불을 붙이고, 산신제 담당자부터 산신에게 복을 기원합니다. 서서히 시간이 지나자 마을사람들이 산신단에 올라와서 복을 빌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복을 빌면 산신제 담당자들이 음복으로 술과 과일을 줍니다. 그리고 모두 장작불 둘레에 둘러앉아서 모치 찹쌀떡과 정어리를 구워서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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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나무 사이에 금줄을 치고 볏단과 츠도를 걸어놓았습니다. 오른쪽 사진은 이 금줄을 흔들면서 부르는 노래 가사입니다. 다 외울 수 없으니 써 놓고 읽어보라고 합니다. 먼저 산신을 부르고, 모든 농작물의 풍작을 기원하는 내용입니다. ⓒ 박현국


마을 사람들은 산신제에 참가하면서 산신에게 올릴 제물로 모치 찹쌀떡을 동전 크기로 잘라서 흰 종이에 싸서 가져옵니다. 이것을 산산단 앞에 놓고 절을 합니다. 그리고 집에서 미리 볏짚으로 츠도 2~4개를 만들어서 참가합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갈 때에는 츠도 한 두 개를 금줄에 묶어 놓고, 나머지 한 두개를 다시 집으로 가져갑니다.

츠도는 집에서 가지고 온대로 가져지 가지 않고, 산신단 둘레에 있는 흙이나 자갈을 츠도 안에 끼워넣기도 합니다. 또 겉에 산신단 주변에 있는 나무 가지나 잎을 잘라서 묶어서 가져가기도 합니다. 이렇게 장식을 붙인 츠도는 집에 가지고 가서 신타나라고 하는 조상신을 모신 선반에 올려놨다가 집 나뭇가지에 걸어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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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 마을을 비롯한 시가현 산신제에서 볼 수 있는 츠도입니다. 왼쪽 사진은 집에서 만들어온 츠도 사진이고, 오른쪽은 산신단 부근에서 나무잎으로 꾸민 츠도입니다. ⓒ 박현국


시가현 산신제에서는 거의 모두 츠도를 제물로 사용합니다. 다만 나카야마 마을 처럼 여러 개 만들어가지고 와서 일부는 산신단 금줄에 걸어놓고, 나머지는 꾸며서 다시 가지고 가는 것은 이곳에서 처음으로 보았습니다.

츠도는 생김새나 만드는 과정으로 보아 남성 고환을 상징합니다. 고환에서 아기를 생산할 정자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볏짚으로 고환과 비슷한 생김새를 만들어 장식으로 사용하면서 풍요와 무사 안녕을 기원합니다.

일본에는 800만 신이 있다고 합니다. 그에 따라서 민간신앙도 다양합니다. 특히 시가현의 여러 산신제는 다른 곳에서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시가현 안에서 행해지는 산신제 역시 마을에 따라서 여러 가지 개성과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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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제 남신상 모습(사진 왼쪽)과 신상 앞에 마을 사람들이 집에서 가져온 찹쌀 떡이나 멸치를 제물로 놓고 기원을 합니다. ⓒ 박현국


참고문헌> 조 재국 옮김, 다니가와 겐이치 지음, 일본의 신들, 연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5.
참고누리집> 시가현 가모군 히노초, http://www.town.shiga-hino.lg.jp/, 2017.1.4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와 일본민속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산신제 #시가현 나카야마 마을 #츠도 #일본 신앙 #주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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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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