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모, '국정교과서 반대' 교사에 조직적 항의 전화

'국정교과서 OUT' 배지 나눠준 교사 '신상 털기'... "학부모인 척 하라" 독려도

등록 2017.01.04 19:39수정 2017.01.0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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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모 홈페이지. ⓒ 송원재


한국사 국정교과서 논란의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고 있다. 극우 성향의 보수단체로 알려진 박사모(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이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교사의 신상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한 것. 학교에 항의전화가 폭주했고, 업무가 거의 마비됐다.

서울 강서구의 A고등학교에 근무하는 B교사는 지난해 말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배지를 학생들에게 나눠주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일부 박사모 회원들이 지난 1월 2일, 박사모 카페에 이 학교의 전화번호를 공개하고 항의전화를 독려했다. 학교 교무실과 교장실에는 항의전화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욕설이 섞인 전화를 받느라 짜증이 나고 정상적인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라면서 "사이버 테러 수준"이라고 전했다.

B교사가 학생들에게 나눠준 배지에는 "친일 독재미화 국정교과서 OUT!", "친일 독재미화 국정교과서, 난 반댈세!" 등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항의전화로 징계 받게 하라, "학부모인 척 강력하게 말하라" 독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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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모에 올라온 게시글. ⓒ 송원재


현재 박사모 카페에는 B교사를 성토하는 댓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노골적으로 항의전화를 독려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한 박사모 회원은 "전화 부탁드립니다. 학부모인 척 하시면서 '그 교사 사퇴 안 시키면 학부모들 학교로 쳐들어간다'라고 강력하게 말 좀 해 주세요. 그렇게 되면 다른 학교로 전근 발령조치가 내려질 겁니다", "그 교사 교육청에 신고해도 됩니다. 교육청에 신고 들어가면 사건 경위 조사 나가고 징계받습니다"라고 적는 등, 항의전화 요령을 자세하게 안내하기도 했다.

논란이 가열되면서 B교사에 대한 '신상 털기'도 벌어지고 있다. 일부 박사모 회원이 B교사의 이름과 담당과목, 담임학급을 공개하자 다른 회원들이 이를 자신의 트위터에 리트윗하는 등 '퍼 나르기'가 이어지고 있다.

실명, 담당과목, 담임학급도 공개... "법적 대응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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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교사가 학생들에게 나누어준 '국정교과서 반대' 배지 B교사가 학생들에게 나누어준 '국정교과서 반대' 배지 ⓒ 송원재


이에 대해 전교조 자문 변호사인 강영구 변호사는 "당사자의 동의를 얻지 않은 신상정보 공개는 프라이버시 침해이자 명백한 위법행위"라고 지적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제71조에 따르면,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공개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한편 A학교의 감독기관인 서울특별시교육청 조희연 교육감은 지난해 12월 29일,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방침에 대해 "연구학교 지정은 교육감 권한"이라며 "서울시내 고등학교는 국정교과서 연구학교에 참여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현재 경위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B교사는 "몹시 불쾌하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위법적인 신상 털기가 계속된다면 법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B교사는 현재 학교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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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결성 관련 해직교사 출신이다. 지금은 전교조 전임자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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