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산신제, 이렇게 합니다

시가현 야마 마을 산신제

등록 2017.01.05 12:44수정 2017.01.05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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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아침 8시 반 무렵 시가현 야마 마을 산신제가 열리는 시가현 야마마을(滋賀県甲賀市水口町山) 야마무라 신사에 다녀왔습니다. 이곳 야마 마을 사람들은 논농사의 풍요와 마을 사람들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서 해마다 산신제를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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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어린이들이 마을 어른들과 같이 쌀을 씻어서 밥을 앉히고, 대나무를 잘라서 제물을 만들고 있습니다. 쌀은 물을 담아서 손을 7번 반 휘졌고, 버리고 다시 씻습니다. 어린이 일곱 명이 모두 순서대로 씻었습니다. ⓒ 박현국


아침 8시 반, 마을 사람들은 마을 가운데 있는 야마무라신사에 모여서 산신제에 쓰일 제물을 준비합니다. 산신제 준비와 산신제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마을에서 60세에서 75세까지 성인과 초등학교 남자들입니다. 이들이 신사에 모여서 산신제에 사용할 여러 가지 제물을 준비합니다.

쌀을 씻어서 밥을 짓기도 하고, 산신제에 사용할 대나무 젓가락이나 받침대를 만들기 위해서 산에서 대나무를 배어다 자르거나 깎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 놓은 볏짚을 사용하여 츠도나 볏짚으로 둥글게 공처럼 생긴 효킨다마를 만들었습니다.   

어른과 아이의 제물 준비가 끝나면 11시 무렵 야마무라 신사 직원인 구지(宮司)를 앞세우고, 모두 줄을 서서 마을 중앙에 있는 산 입구로 갑니다. 이때에도 복을 기원하는 소리를 지르며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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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를 앞세우고 줄을 서서 마을 길을 걸어서 가고 있는 모습(사진 왼쪽)과 산 입구에서 마을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산신제를 지내는 모습입니다. ⓒ 박현국


산 입구에 도착하여 산신제 제물을 펼쳐놓고, 신사 직원인 구지를 중심으로 어른과 어린이들이 서로 마주 보고 자리를 잡습니다. 그리고 금줄을 산 입구 양쪽에 펼쳐놓습니다. 먼저 신사 직원인 구지가 신을 불러서 복을 기원하는 의식을 거행합니다.

구지의 의식이 끝나면 금줄을 자르고 산에 들어가서 일을 해도 좋다는 선언을 합니다. 그리고 제물로 쓰인 술을 마시고, 밥을 나누어 먹으면서 음복을 합니다. 이어 남신과 여신을 들고 두 신이 정면으로 부딪치는 놀이를 두 차례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곳 야마 마을에서는 어른과 어린이가 같이 벌이는 독특한 행사를 합니다. 한 어린이가 귀를 종이로 막고 어른들이 마주 보고 선 사이를 뛰어가면 어른들이 츠도로 어린이의 엉덩이를 칩니다. 이것을 두 차례 반복합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오래전부터 행해온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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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어린이가 남성 신상와 여성 신상을 붙들도 서로 부딪히는 놀이 모습(사진 왼쪽)과 두 줄로 선 마을 사람들이 줄 사이를 달리는 어린이를 츠도로 두드리는 모습(사진 오른쪽)입니다. ⓒ 박현국


산 입구에서 산신제 행사가 모두 끝나면 산신제에 참가한 사람들이 모두 신사로 돌아와서 각기 음복을 합니다. 어린이들은 산신제 때 사용하고 남은 밥을 모두 나누어서 먹습니다. 반찬은 미리 집에서 준비해 온 것을 먹습니다.

야마 마을에서도 요즘은 어린이 수가 줄어서 이번 산신제에 참석할 어린이 가운데 일부는 옆 마을에서 데리고 왔다고 합니다. 야마 마을 사람들도 원래 농촌 지역에서 농사를 짓고 살았지만 둘레에 공단이 들어서서 대부분 직장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야마 마을처럼 어른과 노인이 같이 산신제를 준비하고, 같이 산신제를 지내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어린이와 어른이 같이 산신제를 준비하고, 산신제를 지내면서 민속 행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깨닫게 되고, 준비하는 방법도 자세히 익힙니다.

또한 이 기회를 통해서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전통 민속을 몸으로 배우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산신제를 준비하고 산신제를 지내며 어른들과 놀면서 여러 가지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학교 밖 마을에서 이루어지는 사회교육이고, 어려서부터 나이 들어서까지 지속되는 생애학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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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제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제물로 썼던 밥을 비롯한 먹거리를 모두 가지고 와서 나누어 먹습니다. ⓒ 박현국


덧붙이는 글 참고 누리집> 고카시, http://www.city.koka.lg.jp/, 2017.1.4.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와 일본민속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산신제 #시가현 #야마 마을 #생애교육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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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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