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2호선 '탈선사고 은폐·조작' 사건 무혐의 처분?

'허위공문 작성죄' 공기업 적용과 '철도사고' 유권해석이 쟁점

등록 2017.01.05 10:18수정 2017.01.0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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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조작과 허위보고 명백하지만 처벌조항이 없다? 인천도시철도 2호선(이하 인천2호선) '탈선사고 은폐조작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사건을 주도한 인천교통공사 임직원 4명에게 무슨 혐의를 적용할 것인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8월 7일 인천2호선 운연차량기지에서 열차 탈선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전 경영본부장과 기술본부장 등은 모의훈련이라고 보고했다. 그 뒤 10월 국정감사 때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탈선사고를 촬영한 CCTV 영상을 공개하면서, 거짓으로 드러났다.

결국 인천교통공사는 탈선사고를 시인했고, 인천시와 국토교통부 등에 허위로 '모의훈련' 이라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인천시와 공사는 이들에게 은폐와 조작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직위해제하고, 경찰에 고발했다. 그 뒤 남동경찰서가 사건을 수사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이 탈선사고를 훈련이라고 허위보고한 게 명백하게 드러났고 시인까지 했지만, 이들에게 적용할 죄가 마땅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허위보고 또는 허위문서와 관련해 경찰이 적용할 수 있는 죄는 형법 225조 '공문서 등의 위조·변조' 또는 227조 '허위공문서 작성' 죄이다. 하지만 경찰은 허위공문서 작성의 경우 공무원에게만 해당하기 때문에 이 조항을 적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해당 허위보고 문서를 공문서를 볼 수 있느냐도 분명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문서의 위조·변조 또한 '행사할 목적으로 공무원 또는 공무소의 문서 또는 도화를 위조 또는 변조한 자'를 처벌하게 돼 있는데, 여기서는 인천교통공사를 공무소로 볼 수 있을 것인가가 쟁점이다.

공무소는 공공기관 개념이다. 법제처는 지난해 1월 민법과 형사소송법 등 개정안에 공공기관으로 바꾸기로 했지만, 아직 개정되지 않았다. 여기서도 지방공기업을 공공기관으로 볼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지방공기업에 관한 규정은 없다.

다만, 지방공기업법에 공사와 공공기관의 합병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법률'을 적용하고 있어 공사도 공공기관으로 해석하고 있고, 정보공개 관련해서도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법률'을 따르게 돼 있어 공사를 공공기관으로 해석하고 있다.


경찰이 이들에게 적용할 만한 법을 찾지 못하면서, 시민안전을 위협한 탈선사고 은폐사건은 자칫 조용히 마무리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인천2호선 차량기지 탈선사고는 철도사고 아니다?

경찰은 대신 이들에게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게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이마저도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국토교통부에 이들의 탈선사고 조작이 도시철도 업무를 방해한 것인지 확인하고 있다.

이 경우 쟁점은 차량기지에서 발생한 탈선사고를 철도사고로 볼 수 있느냐가 쟁점이다. 국토부는 이미 지난해 10월 '철도안전법'과 '철도사고 등의 보고에 관한 지침'을 토대로 "당 사고는 운행선이 아닌 차량기지에서 발생한 사고로 국토부 보고대상 사항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국토부 해석대로 하면 업무방해 죄 또한 성립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탈선사고 영상을 공개해 허위보고 사실을 밝혀낸 이정미 의원은 오히려 국토부가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철도안전법을 축소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철도안전법에 선로는 '철도차량을 운행하기 위한 궤도와 이를 받치는 노반 또는 인공구조물로 구성된 시설'을 뜻한다. 즉, 차량기지 내 선로 또한 철도차량 운행을 위한 궤도인 만큼 철도안전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철도산업기본법에 철도운영은 '철도 여객 및 화물 운송, 철도차량의 정비 및 열차의 운행관리'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철도안전법은 철도사고를 '철도운영 또는 철도시설관리와 관련하여 사람이 죽거나 다치거나 물건이 파손되는 사고'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철도산업기본법은 철도차량 정비를 철도운영에 포함하고 있다. 즉, 정비목적의 차량기지 내 운행 중 탈선사고는 "철도운영과 관련해 물건이 파손되는 사고"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정미 의원실은 "인천2호선은 지금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들은 여전히 불안한 마음으로 2호선을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문책이 없고,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탈선사고도 CCTV영상이 없었다면 그냥 넘어갔을 것이다"라며 "철도사고가 아니라는 주장은 사고를 묵인하고, 은폐와 조작을 방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인천2호선 #인천교통공사 #국토교통부 #남동경찰서 #이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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