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점점 나를 무뎌지게 만들었다

[암~ 난 행복하지! 38] 다시 망가진 몸

등록 2017.01.09 10:34수정 2017.01.0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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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둘 갑작스런 '갑상샘암' 선고와 투병 생활로 망가진 몸. 그로 인해 바뀌어버린 삶의 가치와 행복의 조건. "갑상샘암은 암도 아니잖아"라며, 가족조차도 공감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죽음의 문턱에서 깨달았다.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란 것을. 꿈이 있다면 당장 시작하라! '내일'이면 늦어버릴지도 모른다.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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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계 햇수로 투병 5년차, 몸무게가 관리하지 않던 수술전으로 돌아왔다. ⓒ pixabay


이제 한달 뒤면 수술하고 세 번째 돌아오는 정기검진이다. 처음 병을 발견하고 치료를 받을 땐 '현재'라는 시간안에 갖혀버린 듯한 기분이었는데 어느새 햇수로 투병 5년차가 되었다. 최근 창업활동으로 인해 정신 없는 나날들을 보내느라 연말연시 기분도 느끼지 못했는데 새해를 맞이하던 지난 12월 31일, TV를 보다 문득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위해 독방에 갖혀 2014년 새해를 맞았던 기억이 났다.

2017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나는 하나의 계획을 세웠다. 그건 바로 '체중조절'이다. 지금의 내 체중은 한창 몸이 불어난 상태로 수술을 받던 지난 2013년과 같다. 그만큼 나 스스로에게 또 다시 나태해져 '건강'이라는 녀석을 등한시 하고 살았다는 증거다. 체중이 늘어난 이유는 잦은 음주와 무분별한 식습관, 운동부족이다. 수술하고 회복하던 시절 살기 위해 매일 운동하고 몸에 좋은 것들만 먹던 나는 온데 간데 없었다.

수술과 방사성 요오드 치료라는 힘든 과정을 겪을 때 나에게는 '일상생활'이 목표가 되었다. 그렇게 감사한 '일상'을 얻고나니 금세 무뎌져 또 '막 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 자신에게 너무도 '너그러운' 내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국가에 등록된 '중증환자'이고 죽는 그날까지 눈 뜨면 약을 먹어야 하는 암 경험자다.

지난해 7월, 동료들과 새로 시작한 사업이 바빠지면서 나의 인생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에 자연스럽게 소홀해졌다. 인생의 경험을 필요한 누군가에게 나누고 그 들에게 '희망'이 되고자 했는데 나의 역량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여전히 내 블로그의 '킬러콘텐츠'는 '암 투병기'이고 아직도 많은 분들이 찾아와 질문과 응원의 댓글을 남기곤 한다.

언제부터였는지 불과 얼마전의 나와 같은 모습을 한 그들의 질문이 귀찮아졌다. 그들에겐 세상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고민이 많은 시간일 텐데 나는 그 단계에서 같은 질문을 헤아릴 수도 없이 받고 답변하다보니 어느새 기계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었고 그 답변을 하는 것조차도 귀찮아졌다. 인간이란 참으로 간사하다.


귀찮았던 댓글 질문...나의 신년 계획을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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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댓글 암 진단을 받은 남편이 걱정된 마음으로 남겨준 댓글 ⓒ 강상오


집에서 4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사무실에 이틀째 걸어서 출퇴근을 했다. 4킬로미터가 평지가 아니고 고개를 하나 넘어야 하기에 빠른 걸음으로 걸어도 1시간 20여분이 소요된다. 왕복 2시간 40여분, 최근 들어 운동이라곤 하지 않아 몸은 불고 체력은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그 먼 거리를 걷는다는게 여간 여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안하던 걷기 운동에 골반이 아프고 발바닥이 아프다. 하지만 불규칙한 생활 패턴으로 인해 잠 못이루던 밤이 사라졌고 하루에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내 인생을 다시금 되돌아보며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났다. 그리고 건강은 '덤'일 것이다. 그 시간은 이렇게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내 인생을 '기록' 할 수 있는 동기가 되어주기도 했다.

며칠전 블로그에 남편의 갑상샘암 진단으로 혼란스러워 하는 분이 찾아와 긴 질문을 남기셨다.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다보니 병원에서 안내해주는 치료방법도, 주변 사람들의 이런 저런 말들도 다 무섭고 두렵기만 해 어쩔줄 몰라하는 상황이었다.

나도 그랬다. 처음 암 진단을 받고나면 당황을 한다. 그리고 수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하지만 풀리지 않는 답답함과 두려움이 밀려온다. 그럴 때는 의사의 말 한 마디보다는 이미 그 병을 '경험'한 사람에게 '괜찮다'는 말이 듣고 싶다. 그 심정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이 글을 보며 예전의 나를 떠올렸다. 그리고 '나는 무리 없이 지낸다'는 답변을 하면서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마음을 먹었다. 이렇게 중증환자의 새해는 또 다른 중증환자에게 위로받고 힘을 얻으면서 시작되었다.

블로그에 찾아오지 못한 채 힘들게 고민하고 있을 또 다른 사람들을 위해 책을 출판하고자 했던 나의 계획은 작년 동안 실행되지 못했다. 올해는 반드시 책을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나눠주어야겠다. 그리고 나는 올 한해도 그들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야겠다.
덧붙이는 글 응답하라! 30대여~ 듣는곳
http://music.naver.com/musicianLeague/contents/index.nhn?contentId=5690
#갑상샘암 #체중조절 #블로그 #댓글 #신년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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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콘텐츠 대표 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언제나 너일께> <보태준거 있어?> '힙합' 싱글앨범 발매 <오늘 창업했습니다> <나는 고졸사원이다> <갑상선암 투병일기> 저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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