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22차례 보고·통화에도 '구명조끼' 질문

헌재에 낸 답변서에서 '세월호 7시간' 밝혔지만, 오히려 '상황 파악 못했다'는 의혹 커져

등록 2017.01.10 18:03수정 2017.01.1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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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 상황에 대해 보고 받고 있다. ⓒ 청와대


"다 그렇게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오후 5시 15분, 박근혜 대통령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서 한 말이다. 당시 구조 인력이 세월호 선내에 진입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은 뜬금없는 질문을 한 셈이다.

이 발언은 박 대통령이 그 시각까지 구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박근혜 대통령 쪽이 10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세월호 7시간'의 행적을 담은 답변서에서 처음으로 구명조끼 발언의 취지를 설명했지만, 오히려 박 대통령이 수많은 보고를 받고도 상황 파악을 하지 못했다는 의혹이 커졌다.

박 대통령, 22차례 보고·통화에도 '구명조끼' 질문

박 대통령은 이날 답변서에서 구명조끼 발언의 취지를 밝혔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배가 일부 침몰하여 선실 내에 물이 침범하여 침수되었더라도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으니 선실 내부에서 물에 떠 있을 것이므로 특공대를 투입하면 발견할 수 있을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체 대화 내용을 보면 전후 맥락상 이상한 점이 없는데 일부만 거두절미하여 사실을 왜곡, 오도한 것"이라고 전했다. 박 대통령이 중대본에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 구조 등을 지시했고, 일부 궁금한 사항을 물었다는 게 대리인단의 주장이다.

하지만 당시 중대본에서 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지시보다는 질문이 많았다. 박 대통령은 '최선을 다해 생존자를 구하라', '피해자 가족에게 편의 제공하라' 등 상황 파악이나 판단이 필요하지 않는 지시를 내렸다. 반면, '구명조끼' 발언을 비롯해 구조 상황, 구조인원 통계 오류 이유, 부상자 치료 현황 등을 이경옥 행정안전부 2차관에게 물었다.


특히 구조 인력의 선내 진입 여부와 관련한 박 대통령과 이경옥 2차관의 질문·답변 내용을 보면, 박 대통령이 관련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다음은 질문·답변 내용이다. 

박근혜 대통령 : "지금 많은 승객들이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거기에 경찰 특공대라든가 구조 인력들이 투입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좀 작업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이경옥 2차관 : "공중에서 하고 수면·해상에서 하고 있는데, 그 다음에 선체가 문제이기 때문에 투입을 해서 들어가도록 진입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전에는 몇 번 시도했는데 옆에 갔다가 다시 올라오고 올라오고 해서, 이번에는 그런 경험으로 40명을 투입했는데 바로 선내로 들어갈 수 있는지 걱정입니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중대본에 도착하기 4분 전에 잔류자 구조 계획 등을 보고받았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박 대통령이) 오후 5시 11분 사회안전비서관실의 여객선 침몰 상황 보고서(8보)를 받아 검토했다"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또한 박 대통령이 '세월호 7시간' 동안 사회안전비서관실, 국가안보실, 행정자치비서관실, 해경으로부터 모두 15차례의 보고를 받았고,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과는 7차례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결국 박 대통령은 보좌진으로부터 세월호 7시간 동안 수많은 보고를 받았으면서도, 세월호 침몰 이후 처음 나선 공식석상에서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채 질문을 쏟아낸 셈이다.

세월호 전복 보고받았는데, 급박한 상황 몰랐다?

대리인단은 박 대통령이 세월호 상황 보고를 제대로 받았다는 증거를 또 들이댔지만, 이 역시 박 대통령의 판단력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리인단은 "박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하는 안봉근·정호성 등 비서진은 별도의 사무공간이 있고 그곳에 텔레비전이 있기 때문에 중요한 내용이 보도되면 직접 혹은 전화나 쪽지 메모로 박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사고 당일 오전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 직접 관저 집무실로 박 대통령을 찾아와 세월호 상황을 대면보고했고, (박 대통령은) 점심 식사 후 즈음에도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으로부터 세월호 관련 상황을 대면보고 받은 사실이 있다"라고 전했다.

오전 10시 30분께 세월호가 전복된 모습이 보도된 것을 감안하면, 안봉근·정호성 당시 비서관이 관련 내용을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후 박 대통령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했다면, 중대본에서 구명조끼 발언이나 질문을 쏟아내기 어렵다.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청와대 등 정부의 참사 대응을 조사한 김성훈 전 조사관은 "안봉근·정호성 당시 비서관이 텔레비전에 나온 세월호 상황을 보고한 것이 사실이라면, 박 대통령에게는 상황을 파악하거나 적절한 지시를 내리는 능력이 없다는 뜻이 된다. 대통령 직무를 수행할 능력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월호 7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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