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억울하다" 호소에 박한철 소장 무반응

[대통령 탄핵 심판 5차 변론] 상식 어긋난 발언으로, 실소·탄식 자아내

등록 2017.01.16 14:23수정 2017.01.1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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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철 헌재소장과 '비선실세' 최순실 16일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을 주재하는 박한철 헌재소장과 증인으로 출석한 최순실. ⓒ 유성호



이금규 변호사
: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있던 날, 증인은 혹시 오전에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나?"
최순실 : "저는 어제 일도 기억이 안 난다."
이금규 : "그날 증인은 고영태와 통화한 적 없나?"
최순실 : "모르겠다."
이금규 : "고영태는 대통령의 의상을 만드는 사람이었고, 그날 오전에 시장에 원단을 사러 갔고, 증인과 그 원단에 대해 통화한 적이 있다고 하던데?"
최순실 : "저는 전혀 기억이 안 난다. 어제 오늘의 일도 기억이 안 나는데, 2014년의 일을 어떻게 기억하나."

최순실씨의 말에 취재진과 일반 방청객이 있던 방청석에서는 실소와 탄식이 터져 나왔다. 16일 오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심판 5차 변론기일에서 최순실씨의 답변과 그 태도를 두고 뒷말이 나온다.

이날 오전 1시간 30분가량 이어진 국회 쪽 대리인단의 신문 과정에서 최순실씨는 대부분의 질문에 "기억이 안 난다", "모른다"고 잡아뗐다. 특히 최씨의 몇몇 발언은 방청석의 실소와 탄식을 끌어낼 정도로 상식에서 벗어났다. 다음은 최씨의 주요 발언이다.

[어록①] "억울함" 호소에, 박한철 소장 외면

이용구 변호사 : "(2013년 2월 17일 박근혜 대통령·정호성 비서관·최순실씨 대화 녹취록에서 세 사람은) 경제부흥이라는 얘기를 하고, 국민행복과 그 다음에 문화와 관련한 단어를 찾기 시작했다. 그래서 문예부흥, 문화부흥, 문화향유, 문화창조, 문화창달 등 여러 단어를 세 사람이 막 얘기하다가 피청구인이 문화융성이라는 얘기를 하고, 증인이 문화체육이라는 얘기를 한다. 기억 하나?"
최순실 : "이건 굉장히 의도적 질문인 것 같다. 제가 무슨 국정을, 대통령을 이끌어가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저는 어떤 경우에라도 단순 의견만 피력했지 전체를 끌고 간 적이 없다. 그럴 이유도 없다. 아까 물어보지 않았나."

이용구 : "증인, 제가 그렇게 물어본 적이 없다."
최순실 : "지금 물어보지 않았나?"

이용구 : "아니다. 그렇게 물어보지 않고 있다." 
최순실 : "저는 정말 억울하다. 재판장님 여기 다 계시지만."


이용구 변호사가 최씨는 압박하는 질문을 연달아 내놓자, 최씨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바라보며 "의도적인 질문이다", "억울하다"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박한철 소장은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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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순실씨가 탄핵소추위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어록②] "검찰 조사 받고 뻗었다"

김현수 변호사
: "(지난해 10월 30일 검찰 첫 조사 때) 신문조서 열람 시간이 40분이었다. 안 읽어봤나?"
최순실 : "못 읽어봤다."
김현수 : "그러면 40분 동안 뭐했나?"
최순실 : "거의 뻗어 있었다."

김현수 변호사는 최씨가 검찰 조사를 받은 내용인 피의자 신문조서 내용을 확인했느냐고 최씨에게 질문을 던졌다. 피의자가 검찰 조사를 받으면, 신문조서 내용을 보고 확인해 날인한다. 최씨도 변호사와 함께 확인하고 날인했다.

하지만 최씨는 피의자 신문조서 내용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날인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가 그 이유를 묻자 최씨는 "거의 뻗어 있었다"라고 말했다. 방청객에서는 실소와 탄식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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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정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5차 공개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어록③]
"피청구인이 누구냐?"

이명웅 변호사 : "증인이 윤전추 행정관을 피청구인의 행정관으로 추천했나?"
최순실 : "피청구인이 누구냐?"

이명웅 변호사는 신문 전 박근혜 대통령을 피청구인으로 부르겠다고 밝혔고, 신문 과정에서 대통령 대신 피청구인이라고 표현을 쓰며 최씨와의 일문일답을 진행했다. 헌재의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대통령은 피청구인으로 불리는 탓이다. 질문과 대답이 오가다가 최씨가 갑작스럽게 피청구인이 누군지 물었다. 이 변호사는 어이 없다는 듯 "(피청구인은) 대통령"이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최순실 #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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