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연락없이 팽목항 방문
"이럴 때 손 잡아" 억지 연출도

[현장] 미수습자 가족과 만나... "미스터 반, 쇼는 그만" 시위도

등록 2017.01.17 21:59수정 2017.01.17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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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가족 껴안는 반기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7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방문해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가족 은화엄마, 다윤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 남소연


"제가 브리핑 받길, 정부가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인양을 위한 업체도 결정됐는데, 여러 기술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은 (우리가) 아무래도 이해해야할 것 같고, 정부가 인양하겠다는 방침이 분명하고 예산까지 배정된 상황이다. 그 점은 믿으셔도 된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팽목항의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을 찾아 건넨 말이다. 현재 단원고 조은화양·허다윤양·남현철군·박영인군, 단원고 교사 고창석씨·양승진씨, 권재근씨·권혁규군, 이영숙씨 등 9명의 미수습자들은 세월호 참사 1000일이 넘도록 가족 품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정부가 세월호 침몰 때 좀 더 효과적으로 신속하게 대응했더라면 많은 생명을 구했을 텐데 여러분들의 애통한 마음에 어떤 위로 말씀을 드려야 좋을지 모르겠다"면서도 이처럼 세월호 인양에 대한 정부 방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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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추모관 찾은 반기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7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의 세월호 추모관을 방문해 분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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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에 둘러싸인 반기문 17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방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취재진의 질문 공세를 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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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윤엄마 은화엄마 만난 반기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7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방문해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가족 은화엄마, 다윤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 자리엔 박순자 새누리당 의원(맨왼쪽)도 동석했다. ⓒ 남소연


반 전 총장은 검은 넥타이차림으로 17일 오후 3시 40분께 전남 임회면 팽목항에 도착,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관에서 분향한 뒤 허다윤양 엄마 박은미씨, 조은화양 엄마 이금희씨, 권혁규군 삼촌 권오복씨 등 미수습자 가족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박순자 새누리당 의원(안산 단원을)이 배석했다.

반 전 총장의 발언에 권오복씨는 "인양을 결정했지만, 법에는 (인양이라는 말이) 없다"면서 "2월 임시국회에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반 전 총장은 이에 "박 의원도 계시니 앞장서 해주시리라 믿고, 정치 지도자를 만나 같이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또 반 전 총장은 가족들이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들의 트라우마 치료를 강조하자 "당연히 해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권씨는 "당연히, 정부에서 알아서 해줄 것이라고 믿었다"면서 "'당연히'로는 안 되더라. 법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수습자 가족에게 "유가족"... 또, 보여주기식 행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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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팽목항 방문에 동행한 박순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7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방문해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가족 은화엄마, 다윤엄마와 함께 방파제를 둘러보고 있다. 이 자리엔 박순자 새누리당 의원(맨오른쪽)도 동석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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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팽목항 방문에 동행한 박순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7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방문해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가족 은화엄마, 다윤엄마의 손을 잡고 방파제로 향하고 있다. 이 자리엔 박순자 새누리당 의원(맨오른쪽)도 동석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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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리본 살펴보는 반기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7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찾아 방파제에 나부끼는 노란 리본에 적힌 글귀를 살펴보고 있다. ⓒ 남소연


이날 현장에서도 '보여주기식 행보' 논란이 이어졌다( 관련 기사 : "이게 뭔 민생이야" 반기문, 민폐 행보 논란).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을 배려하지 않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반 전 총장을 경호하던 한 인사는 미수습자 가족에게 "유가족 분들"이라고 발언해 가족으로부터 "우리는 유가족이 아니다"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특히 박순자 새누리당 의원은 미수습자 가족에게 "이럴 때 손 좀 잡아" "손 잡고가"라고 말하는 등 억지 모습을 연출하는 모습이 오마이TV에 포착돼 누리꾼의 핀잔을 듣기도 했다.  

또한 반 전 총장의 이번 팽목항 일정은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사전 연락이 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윤엄마 박은미씨는 "어제 채널을 돌리다 뉴스에 반 전 총장 일정이 쭉 나오기에 오시나 보다했다"라고 전했다.

박씨는 이어 "(반 전 총장이) 아무것도 모르는 느낌이라 실망은 했지만, 아이를 찾는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붙잡고 요청해야 하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은화 엄마 이금희씨도 "우리가 요구하는 것이 뭐 있겠나, 아이들을 집에 보내달라는 것 뿐이다"라면서 "꼬마들도 바다에 언니, 오빠들이 있다고 하면 '그럼 꺼내야지'라고 한다. 그게 기본과 상식이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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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지지 vs 반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7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방문하자 이를 환영하는 지지자들과 반 총장의 대선 출마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 남소연


"반 전 총장이 여기 올 자격이 있나? 묻고 싶다. 여기 온 이유가 뭐냐고."

한편, 반 전 총장이 도착하기에 앞서 항구 주변에는 반 전 총장의 '세월호 행보'를 비판하는 시민 30여 명이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유엔사무총장 시절에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대선 주자로 떠오르자 '보여주기 식' 행보를 펼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들은 '미스터 반, 쇼는 그만' '위안부 야합 축하 발언 사과해라' 등의 노란 손 팻말을 들고 반 전 총장이 들어오는 길을 따라 행진하기도 했다.

이들 반대편에서는 전남 반사모, 광주 반사모 등 20여 명이 '세월호 참사로 고통 받는 유족을 치유할 반기문' '위기의 대한민국을 희망의 나라로 이끌 반기문' 등의 하늘색 펼침 막을 들고 섰다. 이 과정에서 시위 시민들과 지지 모임 간 마찰이 발생하기도 했다. 반사모는 "여기서 이러지 마라"고 항의했고, 시위 시민들은 "신고한 집회다, 표현의 자유를 지켜달라"고 맞섰다. 

반 전 총장은 이들을 피해 예정된 경로가 아닌 길로 분향소로 들어섰다. 이 과정에서 취재진과 시민들이 뒤엉켜 혼선을 빚기도 했다. 혼선은 반 전 총장이 가족들과 면담을 나눈 뒤 팽목항 세월호 등대로 향하는 길인 200m 앞까지 이어졌다. 반 전 총장은 팽목항 세월호 등대 입구까지 다윤엄마, 은화엄마의 손을 잡고 걸어갔다. 이를 지켜보던 한 시민은 반 전 총장을 향해 "왜 방한했을 땐 오지 않았나"라면서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반기문 #세월호 #팽목항 #미수습자 #세월호 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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