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기온-3℃, 추위 피해 프랑스 남부로 떠나다

[프랑스 남불 여행기 1부]

등록 2017.01.19 11:49수정 2017.01.2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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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ew확실히 남불이라 한겨울이어도 기온이 10도로 쾌적했다. 노엘을 며칠 앞둔 시기여서 그런지 도시는 인파로 들끓었고 완전 축제 분위기였다.
2016. 12. 21(수) 아침 영하 3도, 오후 10도

지난 주 토요일인 12월 17일부터 프랑스는 2주일간 크리스마스(Noël, 노엘) 방학에 들어갔다. 프랑스는 한국처럼 긴 겨울 방학이 없고 9월 개학부터 2달간 수업하고 2주방학인 시스템이다. 대신 7-8월에는 2개월이라는 긴 여름방학을 갖는다.


남편이 교사인 나는 파리의 공해를 피하자는 남편의 철학으로 인해 방학 때마다 어딘가로 휴가를 떠나고 있다. 노엘은 프랑스에서 가장 큰 명절이고 모든 가족이 모이는 날이다. 지금까지 노엘을 전후한 시기에는 시집에서 보냈는데 이번에는 여행을 감행하기로 했다.

칙칙하고 추운 파리의 겨울을 벗어나기 위해 우리가 정한 곳은 남불 Gard(갸르) 지방의 유서 있는 도시 님(Nîmes)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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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지도. 프랑스 북쪽에 파리가 있고, 남쪽에 님이 있다. ⓒ 한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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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 반에 일어나 짐을 챙겼다. 꽁꽁 얼어붙은 차 안에 짐을 잔뜩 싣고 나니 오전 8시였다. ⓒ 한경미


21일 아침, 드디어 출발일이 되었다. 그저께 시집에 도착하여 어제 하루 쉬고 다시 긴 여정에 오를 준비가 되었다. 새벽 6시 반에 일어나서 아침부터 서둘렀다. 꽁꽁 얼어붙은 차안에 짐을 싣고 나니 8시가 되었다. 시부모님이 사시는 쥐라 지방은 춥기로 유명한 곳이다.

밖의 기온이 영하 3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해가 그제야 기지개를 펴려고 손을 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 곳 쥐라지방에서 님까지는 500km에 해당하는 여정이다. 점심 때 드롬(Drôme) 지방에 사는 지인 화가분 집에서 점심을 먹기로 되어 있어 330km를 오전에 뛰자면 아침부터 서둘러야 했다.

평일 이른 아침의 고속도로는 한가했다. 여행을 떠날 때마다 맛보는 이른 아침의 상쾌한 느낌이 기분 좋게 피부에 다가왔다. 이곳 고속도로 최대 허용치인 130km로 1시간 45분 정도 달린 후 리용 근처 휴게소에서 크루아상을 곁들인 커피타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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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이른 아침이라 한가한 고속도로. ⓒ 한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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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 외부. ⓒ 한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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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 내부. ⓒ 한경미


매번 휴가 때마다 누리는 즐거움 중 하나이다. 드롬지방에 위치한 작은 마을 크레(Crest)에 약속대로 12시에 도착했다. 점심 먹으러 들어오는 지인 남편의 점심 시간에 맞춘건데 오늘은 근처 마을 상점에서 근무하는 날이라 집에 없었다.

이 화가 분은 피아노 선생님으로 몇 년 전에 1주일 피아노 집중 강습을 하면서 알게 된 분인데 독학으로 화가가 되신 분이다. 파리 갤러리에서 그림을 전시하고 싶어하셔서 올 초에 피카소 미술관 앞에 있는 갤러리에서 그림 3점을 전시하고 팔리지 않은 그림을 전달하기 위해 들린 것이다.

맛있는 점심과 커피까지 얻어 먹고 2시 30분에 다시 길을 떠났다. 아직 170km의 여정이 남아있다. 다시 고속도로를 타고 내리 달려 님에 도착하니 4시가 되었다. 인터넷으로 예약한 콘도형 호텔은 레 자렌느(Les Arènes, 로마식 원형경기장) 근처에 위치해 있었는데 호텔 입구를 도시를 두 번이나 돌고 난 후에야 찾을 수 있었다.

이전에 우체국 본사였던 유서 깊은 hôtel particulier(옛날 귀족들이 살던 건물)를 새로 수리하여 올 5월에 오프닝한 이 호텔은 쾌적했고 우리에게 배정된 방도 유쾌했다. 창 밖으로 멀리 방투산(Mont Ventoux)이 보였다.

짐을 풀어 놓고 시내구경을 나갔다. 확실히 남불이라 한겨울이어도 기온이 10도로 쾌적했다. 노엘을 며칠 앞둔 시기여서 그런지 도시는 인파로 들끓었고 완전 축제 분위기였다. 오늘 아침 영하 3도의 쥐라지방과는 전혀 다른 딴세상이었다.

도착 첫 날부터 요리하고 싶지 않아 저녁은 외식을 하기로 했다. 아까 점찍어두었던 조그만 식당에 가서 이 곳 특산물인 브랑다드 드 모뤼(brandade de morue, 대구와 감자 으깬 것을 오븐에 넣고 구운 요리)를 시켜 먹었는데 생크림이 접시의 반은 되었다. 너무 느끼해서 반도 못먹었다.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가 색다른 토속 음식을 맛보는 것인데 어째 시작이 좋지 못했다. 식당에서 나오니 거리는 아까와는 달리 텅 비어 있었고 노엘을 알리는 화려한 조명 장식등 만이 여기저기 환하게 켜있었다. 빨강과 파랑색 전자 옷을 정기적으로 갈아입고 있는 아렌느를 돌아서 호텔에 돌아왔다.

2016.12.22(목) 해, 14도

오늘 아침은 호텔 식당에서 먹었다. 보통 우리가 예약하는 호텔은 아침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호텔은 콘도 형식이어서 원하면 추가비용을 내고 먹어야 했다. 호텔의 아침도 여행 즐거움 중의 하나여서 이 곳은 어떻게 나올까 해서 먹어본 것인데 결과부터 말하면 조금 실망했다.

다른 프랑스 호텔과 마찬가지로 여기도 인터콘티넨털 부페식이었고 내용도 거의 비슷했다. 햄과 치즈, 계란, 오렌지 주스, 커피나 차, 크루아상, 바게트와 잼, 과일 등이었다. 호텔 주인이 서빙해 주는 커피 한 잔과 바게트에 잼, 크루아상 등으로 구성된 프랑스 정통아침식사가 이제는 점점 드물어진다.

아침 후 본격적으로 시내구경을 나갔다. 님은 아를르와 몽펠리에 사이에 위치해 있는, 인구 15만 4천 명의 도시이다. 프랑스의 로마라 불리는 님은 많은 고대 로마유적을 지니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레자렌느가 시내 남쪽에 있고 그 주위로 쿠르베, 강베타, 빅토르 위고 블루바르(대로)가 사각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안을 에퀴송(Ecusson, 작은 방패꼴 모양이라는 뜻)이라고 부르는데 이 곳이 시내다.

우선 시내를 둘러싸고 있는 이세 대로를 따라 걸으면서 도시의 분위기를 탐지해 보기로 했다. 이 대로에는 모노프리, 프랑프리 등의 대형 상점과 프낙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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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귀스트의 문. 기원후 1세기에 만들어진 로마 유적지다. 이 문을 통해 행인과 마차들이 도시 안으로 들어왔다. ⓒ 한경미


우리 호텔에서 동쪽으로 나 있는 쿠르베 대로의 끝에는 오귀스트의 문(Porte d'Auguste)이 있는데 기원 후 1세기에 만들어진 로마 유적지 중 하나로 이 문을 통해 행인과 마차들이 도시 안으로 들어왔다.

북쪽의 강베타 대로 중간쯤 오니 안쪽으로 레 알(Les Halles, 프랑스 재래시장)이 보였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지 못하듯이 마치 자석에 끌리듯이 이끌려 들어갔다. 상당히 큰 공간 안에 좌판을 열어놓은 상인들이 그득했고 장 보러 온 사람들로 마구 붐비었다.

장보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남편은 입구 카페에 들어가서 신문을 보게 하고 난 혼자서 이 좌판 저 좌판 기웃거리며 신나게 구경했다. 결국 한 이태리 가게에서 점심 먹을 안티파스타 몇 개를 산 후 호텔에 들어와 점심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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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자렌느 근처 카페. ⓒ 한경미


조금 노곤해서 낮잠을 좀 잤나 했더니 깨 보니 거의 오후 4시가 되어 있었다. 한 시간 후면 해가 넘어갈 시간이라 서둘러 다시 시내로 나왔다. 호텔에서 서쪽으로 나있는 빅토르 위고 대로를 따라 아침에 끝내지 못한 시내 구경을 다시 시작했다.

이 대로에는 서점, 유서있는 카페 등이 많았다. 님의 또 다른 상징인 La Maison Carrée (사각집이란 뜻으로 로마 유적지)를 지나서 레 알 근처의 한 보석상에서 시계 약을 바꾸었다.

다시 시내를 돌면서 블루진 가게를 찾았지만 특별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님은 블루진의 시초가 된 도시로 이미 중세기 때부터 블루진의 시초가 되는 튼튼한 천을 생산해서 배의 돛대와 선인들의 바지용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1873년에 유대인 출신 미국인 레비-스트라우스에 의해 미국으로 수출됐다. 이태리 제노바 항에서 출발했고 당시 미국인들에 의해 "bleu de Genes"라고 불렸으며 이것이 오늘날의 블루진이 되었다.

우리는 빅토르 위고 대로에 위치한 Le Napoleon이란 오래된 카페에 들어가 티타임을 가졌다. 아주 고풍 스타일의 이 카페는 보기에도 유서 깊은 장소로 품격 있는 차주전자와 찻잔에 차가 서빙되어 왔다.

남편은 조금 전 한 서점에서 산 로큰롤에 대한 책을 뒤적이고 나는 읽고 있던 케루악(Kerouac)의 <길 위에서>를 읽었다. 한 시간쯤 지나서 거리로 나서니 거리에는 이미 어둠이 내려 앉아 있는데 오른쪽 대로에 엄청난 인파가 몰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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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집 위에서 상영되고 있는 로마시대 영상. ⓒ 한경미


무슨 일인가 했더니 바로 옆에 있는 '사각집' 위에 성탄절과 관련된 내용의 영상이 상영되고 있어서였다. 사진을 몇 개 찍었지만 날이 어두워 별로 잘 나오지 않아서 포기하고 호텔 쪽으로 발을 돌렸다.

2016.12. 23 (금) 해. 16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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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정원. 멀리 만느탑이 보인다. ⓒ 한경미


오늘 아침도 15도를 웃도는 봄날씨였다. 겨울에 노인들이 따뜻한 남불을 찾는 이유를 알겠다. 아침을 호텔에서 간단하게 차려먹고 시내로 나섰다. 오늘은 님의 북서쪽에 위치한 분수정원(Jardin de la Fontaine)을 구경하기로 했다.

18세기에 형성된 이 정원은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공공 정원이다. 34미터 높이를 자랑하는 만느 탑(la tourMagne)이 캬발리에 산 위에 세워져 있는데 이 유명한 탑도 로마시대 유적지이다.

이 분수 정원에는 네마오수스(Nemausus)라는 수원지가 있는데 이 물이 당시 귀족들의 수원 공급처가 되었고 이 물 이름에서 도시 이름이 정해졌다. 대신 시내에 모여 살았던 장인들과 평민들의 수원 공급을 위해 님에서 30킬로미터 떨어진 퐁 뒤 갸르(Pont du Gard)라는 길이 50킬로미터에 달하는 3층 수도교를 건축해 수원을 공급하게 했다.

1세기에 지어진 이 다리는 그리스, 로마 고대 문명의 훌륭한 유적지로 지금도 수많은 관광객을 끌고 있다. 님의 분수정원에는 또한 2세기에 건축된 Le temple de Diane(디안느의 신전)이 있는데 그 용도에 대한 설이 분분하다. 일부는 창녀촌으로 쓰이지 않았나 추측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는 말이 실감나지 않을 수 없다.

이 정원의 물은 운하를 통해 40킬로미터 떨어진 가장 가까운 항구인 그로뒤 호아(Grau du Roi)에 도달하고 있다.

이 정원에는 눈이 부실 정도로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고 있다. 오늘은 따스한 느낌이 나서 좋지만 20년 전 한여름에 처음 이 곳을 방문했을 때 따갑게 내리쬐는 강렬한 태양볕 때문에 땀을 뻘뻘 흘리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님은 그르노블과 더불어 여름이 가장 뜨거운 도시 중 하나여서 여름에 방문하는 것을 되도록 피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 정원 앞쪽으로는 장조레스 아브뉘가 널찍하게 나 있는데 양쪽으로 작은 분수들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져 즐겁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곳을 한참 따라 내려가니 드디어 우리가 찾는 장이 나왔다. 오늘 오전 이 곳에서 성탄절 특별장이 선다는 소리를 듣고 이곳을 찾아왔던 것이다.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장에는 올리브유, 온갖 과일, 빵, 과자 등 이 곳 특산품이 산처럼 잔뜩 쌓여 있었다. 점심으로 먹을 해물요리와 유기농 빵과 과자, 시부모님께 드릴 아몬드 등을 넣어 말린 자두 등을 사들고 호텔 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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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시내 풍경. ⓒ 한경미


그런데 가는 길에 한 작은 시실리아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파스타를 좋아하는 내게 매운시실리아 파스타는 하나의 유혹이었다. 이미 장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식당에 들어갔다. 시간도 이미 12시 40분이 되어 있었다. 테이블 4-5개 밖에 없는 이 작은 식당은 이미 꽉 차서 자리가 없었다.

우리가 섭섭해 하니까 서빙하는 친구가 20분 지나면 자리가 날 테니 그 때 오라고 했다. 그러마 하고 근처 레 알 안에 있는 카페에 가서 남편은 커피 한 잔을, 나는 맥주 한 잔을 시키고 기다렸다. 1시 15분 정도에 다시 식당에 도착해서 메뉴를 시켰다.

전식으로 시킨 홍합과 홍어에 파슬리를 곁들이고 토마트 소스에 버무린 음식은 훌륭했다. 양도 거의 본식음식에 가까울 정도로 많았다. 본식으로 내가 좋아하는 매운 아라비아타 소스의 파스타를 먹으며 아주 행복해했다.

식사 후 장 본 해물요리 등을 들고 호텔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점심때 한 잔 곁들인 와인으로 인해 노곤함이 몰려왔다.

휴식 후 오후 4시 15분에 다시 시내로 나왔다. 이것저것 쇼핑을 한 후 우리가 좋아하는 르 나폴레옹 카페에 가서 다시 독서시간을 가졌다. 7시쯤 호텔방에 들어와 간략한 저녁을 차려먹으니 벌써 하루가 다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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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묵은 호텔 외부. ⓒ 한경미


#남불여행 #프랑스 #님 #갸르지방 #오귀스트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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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자유기고가, 시네아스트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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