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적폐, 교육으로 바꾸자

리뷰, <풀꽃도 꽃이다>를 읽고

등록 2017.01.19 11:28수정 2017.01.1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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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풀꽃도 꽃이다>를 읽으면서 해묵은 교육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이 두 권의 책을 통해 교육 현장을 자세히, 오래 들여다 보면서 우리 사회의 모든 적폐가 고스란히 그 안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닿게 되었다.

<풀꽃도 꽃이다> 표지 ⓒ 해냄

대한민국의 축소판 학교

교실마다 왕따 문제는 심각하다. 왕따는 금따와 은따로 세분되는데, 금따는 '금세기 최고의 왕따'를 줄인 말이다. 가난하거나 뚱뚱하거나 몸에서 냄새가 난다거나 하는 약점이 있는 아이들은 금따가 되어 반 아이들 모두의 집중 공격을 받는다.


은따는 '은근한 왕따'를 줄인 말인데, 함께 하던 친구들이 별안간 따돌리는 경우다. 공부를 잘하게 됐다든가 새로운 꿈이 있어 같이 다니던 학원을 다니지 않게 돼서 홀로 도드라져 보이게 되면 당하는 수가 있다. 이런 아이들이 인포인, 찐찌버거, 천재, 안여돼 등으로 불리며 공포와 불안에 떨며 학교 생활을 하게 된다.

주입식 암기식 교육방법, 일제고사, 교복에 이름표 부착, 성적표에 석차 공개 등은 모두 일본 식민지 시대의 잔재라고 한다. 이런 교육방법은 OECD 국가 중 일본과 우리나라뿐이라는 저자의 설명에 아연실색할 뿐이다. 광복 70주년 행사를 떠들석하게 한 지가 언젠데 정작 백년지 대계라고 하는 교육을 이런 식으로 방치해 놓고 있는가 말이다.

이렇게 주입식 교육으로 서열화된 아이들은 상위권, 하위권을 막론하고 고통에 신음 중이다. 연 500명이 넘는 중고교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이유다. 부모와 학교의 합동공격이 아이들을 궁지로 내몰고 있는 중이다. 매년 7만 명의 아이들이 가출을 선택하는 이유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저자는 서문에서 소설의 주인공으로 교사 강교민을 내세운 이유가 있다고 했다. 강교민은 훌륭한 교사 상의 현현이다. 교사는 제2의 성직자여야 한다고 주장했던 페스탈로치적 정신이 요구되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학원과 과외, 사교육 시장 40조 시대

저자는 사교육 규모가 학원, 과외, 비밀과외 등을 모두 합하면 40조가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한 해 국가예산의 10퍼센트에 맞먹는 규모다. 초중고생들 숫자는 680만이다.이들은 가정형편이 좋든 나쁘든 모두 학원을 다니고 있다. 강남 대치동을 비롯한 이른바 학원 밀집 지역에는 쪽집게 고액과외도 성행하고 있다. 일부 일류 강사들은 한 해에만 100억, 심지어 200억 이상을 벌어들인다고 한다.


또한 영어의 경우,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백인이라면 학원과 회화 개인교습을 통해 수억의 연봉을 챙겨간다고 한다. 그들이 자신들의 모국어로 1시간 떠들고 10만 원씩 벌어들이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만 원에도 한참 못 미치는 시급을 위한 알바에 시달리는 우리 젊은이들의 초상이 겹쳐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이것이 자본주의의 생리라고 받아들여야 한다면 아담 스미스라도 동의하지 않을 것 같다.

제 아이만 보는 학부모

소설의 시작은 유지원이라는 학생과 그 엄마 김경희와의 갈등으로 시작된다. 일류대학을나와 대기업에서 승승장구하는 남편을 닮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들을 몰아붙이는 김경희는 사실 인서울 대학 출신도 아니다. 지원이 자신은 엄마의 머리를 닮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1등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한 반에서 1등은 한 명뿐이다. 전교에서 1등도 딱 한 명뿐인 것이다. 그 나머지 학생들도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할 것 아닌가.

아이와 대화를 많이 하는 부모는 거의 없다. 공부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주입식 암기식 학습이기 때문에 더더욱 부모와 할 이야기가 없는 것도 문제다. 독서나 글쓰기,만들기, 그리기, 각종 운동의 경우라면 주제에 대해 가족과 이야기하거나 상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철저하게 삶과 유리된 교육이다 보니 학생은 고립된다.

<풀꽃도 꽃이다> 표지 ⓒ 해냄


성공한 혁신학교와 대안학교로부터배우자

민선 1기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은 모두 6명이었다. 하지만 2014년 민선 2기 경우 그 두 배가 넘는 교육감이 진보 성향이었다. 이 중에는 물론 전교조 출신 교사도 포함됐다. 저자는 이 현상이야말로 학부모들이 강력한 교육 민주화를 꿈꾸고 있다는 염원을 반영한 결과라고 확신한다.

진보 교육감이 추진한 혁신학교는 성공적 신호탄을 쏘아올렸다고 한다. 학생들을 줄세우고 서열화하는 암기식 주입식 수업으로 입시와 경쟁에 몰두하는 학습에서 벗어나, 함께 배우고, 교사와 학생이 소통, 협력하는 학교 문화를 만들고, 학생들이 토론 중심의 수업을 강조하는 등 교육 과정의 다양화, 특성화를 통해 공교육을 정상화하자는 것이 혁신학교가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세히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다. 저자가 소설의 제목으로 풀꽃을 선택한 이유는 이 시에서 영감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세상에 문제아는 없다. 문제 가정, 문제 학교,문제 사회가 있을 뿐이다. 경제 대국 대한민국이 OECD 국가 중 청소년 행복지수 최하위에다가 가장 긴 시간을 공부하면서도 학업 성취도가 가장 낮은 나라"라는 저자 조정래의 진단에 귀기울여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풀꽃도 꽃이다> 조정래 저, 해냄출판사, 2016년 7월 초판 발행

줄임말 설명: 인포인(인간이길 포기한 인간), 찐찌버거(찐따, 찌질이, 버러지, 거지), 천재(천하에 재수없는 놈), 안여돼(안경끼고 여드름 난 돼지)

풀꽃도 꽃이다 1

조정래 지음,
해냄, 2016


#조정래 #강교민 #풀꽃 #혁신학교 #대안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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