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
"법원, 재벌 앞에서 멈췄다"

조의연 판사 19일 오전 4시53분 결정... 특검 수사 다소 차질 빚을 듯

등록 2017.01.19 04:54수정 2017.01.19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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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19일 오전 5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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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영장실질심사 마친 삼성 이재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뇌물공여, 횡령, 국회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대기장소인 서울구치소로 가기 위해 법원을 나오고 있다. ⓒ 권우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을 면했다.

법원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신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부장판사는 19일 오전 4시 53분 이 같은 결정을 내리면서, 그 사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하여 현재까지 이루어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움.'

전날(18일) 오전 10시 30분부터 4시간 가까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은 뒤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한 이재용 부회장은 곧 풀려난다.

박 대통령 향하던 특검 수사 '차질'


법원이 이 부회장을 풀어줌으로써 '박근혜 대통령 뇌물죄 적용'을 향해 달리던 특검 수사는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구속되지 않은 이 부회장을 자주 소환해 조사하기도 어렵고, 그에게 뇌물 공여 혐의를 씌우기 위한 증거를 보강해야 하는 부담도 크다.

특검은 아직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앞서 이규철 특검 대변인(특검보)은 18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영장을 재청구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재판부에서 현명한 판단을 해주실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특검은 박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낸 것으로 의심되는 여러 대기업을 대상으로 수사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발부 여부와 상관없이 대기업들에 대한 조사는 진행된다"라고 말했다.

"법원은 재벌 앞에서 멈췄다"

범국민행동(촛불집회)을 주최하는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법원의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 직후 법원의 결정을 비판하는 의견을 밝혔다.

퇴진행동은 "법은 평등하지 않았고, 상식은 또 한 번 무너졌다, 법원은 재벌 앞에서 멈췄고, 이재용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재용이 경영권 승계를 도와 달라고 했던 구체적인 범죄사실을 외면했다"면서 "범죄혐의에 대해 말을 바꾸고 위증까지 드러난 이재용에게 아예 삼성이라는 거대조직을 총동원해 증거인멸을 하도록 날개를 달아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법원이 국민의 분노를 외면하겠다면, 우리는 광장에 모여 범죄집단 재벌총수 구속처벌을 더욱 강력히 촉구할 것이다"며 "다가오는 21일 13차 범국민행동에서 '내려와 박근혜, 바꾸자 헬조선'을 외치며, 법원이 무너뜨린 정의를 바로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퇴진행동에서 낸 의견서 전문이다.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돈이 실력"임을 입증한 사법부
- 뇌물범죄 몸통, 재벌의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법은 평등하지 않았고, 상식은 또 한 번 무너졌다. 법원은 재벌 앞에서 멈췄고, 이재용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재용이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고 했던 구체적인 범죄사실을 외면했다. 최지성․장충기․박상진 등 뇌물범죄에 연루된 삼성수뇌부에겐 구속영장조차 청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범죄혐의에 대해 말을 바꾸고 위증까지 드러난 이재용에게 아예 삼성이라는 거대조직을 총동원해 증거인멸을 하도록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지난해엔 신동빈을 놓아주더니 이번에는 이재용까지 풀어줬다.

삼성 백혈병 희생자 고 황유미 님의 아버지 황상기 씨는 이재용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탄식했다. "이재용은 국민들이 힘들게 일해 조금씩 모은 국민연금을 훔쳐가고, 노동인권을 짓밟고, 알지도 못하는 온갖 독성물질 속에서 노동자들이 일하다 죽게 만든 죗값을 치러야 한다"며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은 국민 법감정에 심각하게 어긋나는 일이며 불구속을 결정한 판사와 법원을 심판해야 한다"고 분노의 말을 전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되었다고 이재용의 죄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박근혜와 주고받은 뇌물과 특혜의 정황들은 이미 세상에 드러났고, 무엇보다 위임받지 않은 권력으로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든 범죄에 분노한 시민들과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을 비롯해 삼성의 가혹한 노무관리와 인권유린에 맞서 싸워온 비정규직 노동자들, 노후자금을 강탈당한 국민들이 이재용의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이재용을 비롯해 정몽구, 신동빈, 최태원 등 재벌총수들은 "돈이 실력"인 세상, 통칭 "헬조선"을 만든 주범이다. 법원이 국민의 분노를 외면하겠다면, 우리는 광장에 모여 범죄집단 재벌총수 구속처벌을 더욱 강력히 촉구할 것이다. 다가오는 21일 13차 범국민행동에서 "내려와 박근혜, 바꾸자 헬조선"을 외치며, 법원이 무너뜨린 정의를 바로세울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 #특검 #구속영장 #기각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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