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연이은 실수 지적에 "애교로 봐줄 수 있는데..."

대구에서도 말실수 이어져, 비판 여론에 "악의를 갖고 한 것"이라며 불쾌감 표시

등록 2017.01.19 09:54수정 2017.01.1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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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피해상황에 대해 대구 중구청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 조정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2일 귀국 후 전국을 도는 강행군을 진행하면서 연일 실수를 남발해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말실수가 이어졌다.

반 전 총장은 18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화재로 인한 재난 복구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윤순영 중구청장이 "서문시장 화재 대책본부 방문을 감사 드린다"고 말하자, 반 전 총장은 "윤순영 국장님"이라고 말했다가 윤 구청장이 명함을 내밀자 "미안합니다"라고 바로잡았다. 당시 반 전 총장은 이름과 직책 등이 쓰인 조그만 쪽지를 손에 들고 있었다.

반 전 총장은 이어 상인들을 위로하면서 "'대구시장'이 제가 학교에서 배울 때는 한국의 전통 3대 시장으로 알려져 있었다"며 서문시장을 대구시장이라고 지칭했다. 또 대형사고의 예방을 강조하면서 "세월호 사건 나고 나서 '국가안전처'가 설치됐다"고 말했다. 국민안전처를 국가안전처로 잘못 알고 발언한 것이다.

그의 말실수는 서문시장 상가연합회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계속됐다. 김영오 서문시장 상가연합회 회장을 "김영오 위원장"으로 부르고, 서문시장에 대해 또다시 "대구(시장)은 한국의 전통시장이라고 학교 다닐 때 배웠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또 국가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면서 "어느 나라 국가든지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재산을 보호하는 게 넘버원"이라며 "이게 첫째고 그 다음에 국민이 있다"고 앞뒤가 맞지 않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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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총장의 컨닝 쪽지? 반 전 총장이 18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 재난대책본부에서 손에 쥔 종이에 적힌 이름과 직책을 부르며 공무원들의 노고에 감사 인사를 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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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에 대한 경례' 헷갈린 반기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 오전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에서 강연 및 학생들과 대화의 시간에서 사회자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말하자 다른 참석자들과 달리 목례를 하다 손을 올리고 있다. ⓒ 한겨레 제공


반 전 총장의 이런 실수는 한두 번이 아니다. 이날 오전 조선대학교에서 강연을 앞두고 가진 국민의례에서는 '국기에 대한 경례'를 헷갈려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다른 참석자들과 달리 목례를 하다 실수를 깨닫고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올렸다.

강연을 하면서도 "광주는 이순신 장군이 탄생한 도시"라며 "이 분은 나라가 존망의 위기에 처했을 때 '내가 이 일을 안 하면 어떡하겠는가'라며 전쟁터에 나가고 적군을 물리치고 이런 위대한 정신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의 출생지는 서울 건천동(현 인현동)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14일 충북 음성 꽃동네를 방문한 반 전 총장은 환자 대신 자신이 턱받이를 한 채 누워 있는 할머니를 일으켜 세우지 않고 죽을 떠먹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누워 있는 사람에게 음식을 먹이면 기도가 막혀 위험하다'는 지적이 일자, 반 캠프 측은 해명 보도자료를 배포해야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았을 때도 실수가 이어졌다. 반 전 총장은 방명록에 "따뜻한 가슴과 열정으로 '사람사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헌신하신 노 전 대통령께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이것은 노 전 대통령이 즐겨 쓰던 '사람사는 세상'을 '사람사는 사회'로 잘못 적은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반 전 총장이 귀국한 지난 12일에는 공항철도를 타기 위해 철도 발매기에서 표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1만 원권 2장을 동시에 넣었다가 "시스템이 달라서..."라며 해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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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하기 앞서 지지자들이 현수막과 태극기를 들고 환영준비를 하고 있다. ⓒ 조정훈


이처럼 반 전 총장이 가는 곳마다 실수가 연이어 알려지자 반 전 총장은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는 지난 18일 오후 대구의 한 식당에서 작심한 듯 "여러분 파리 가서 전철 (표) 끊을 때 금방 할 수 있나"라며 "그거 왜 못하느냐(고) 비난하면 공정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어 "그런 걸 애교로 봐줄 수 있고"라며 "이건 악의를 갖고 한 것이다. 제발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왜 한국 국민들끼리 서로 미워하고 이러느냐. 제가 답답하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정치가 잘못돼 있으니까 서로 호도한다. 사람들이 정치인들한테 이용을 당한다"며 "정치를 바꿔야 한다"고 정치교체론을 펴기도 했다. 그러면서 "왜 페이크(fake·가짜) 뉴스라든지 남을 헐뜯는 이런 것에 기쁨을 느끼느냐"고 질책하기도 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의 대구 방문에는 2000여 명의 지지자들이 태극기와 현수막을 들고 열렬히 환영했다. 환영인파 중에는 이날 오전 대구 수성구의 한 대학교에서 열린 바른정당 대구시당 창당식장 앞에서 유승민 의원 등을 향해 '배신자'라며 구호를 외치던 극우단체 회원들도 상당수 있었다.
#반기문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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