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사법부의 이런 결정 막으려면

[주장] 국민 위에 군림하는 행위 막기 위해 법관도 직접 선출해야

등록 2017.01.19 10:43수정 2017.01.2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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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억원대 뇌물공여와 횡령·위증 등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종이백을 들고 19일 오전 의왕시 서울구치소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법원에 대한 우리의 기대가 너무 컸다. 19일 오전,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유독 기업인의 구속 여부를 까다롭게 심사하는 사법부를 두고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신화는 깨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흘러나온다. 촛불집회와 탄핵정국의 열기 속에서 사법부에 기대를 걸며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로 끝났다는 것이다.

2015년 OECD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법부 신뢰도는 27%로 42국 중 최하위와 다름없는 39위였다. 사실 그간 우리 사회에서 법원의 문제는 '검찰권력' 문제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사법권력' 또한 효과적인 견제 시스템의 부재 속에서 갈수록 커지고 있다.

법관도 국민이 직접 선출하자

모든 국가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주의 원칙에서 사법부가 예외가 될 수 없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주권주의란 사법과정에 대한 국민 혹은 주민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절차적 민주주의 요구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판결과 결정들은 결코 현실과 떨어져 법관 자신들만의 천상(天上)의 일이 될 수 없다. 반드시 법 공동체의 법 가치나 법 감정을 반영하여야 한다.

사실 단지 시험만 거쳐 사회경험도 거의 없는 (너무) 젊은 법관이 한 사람 한 사람 국민들의 운명과 나아가 국가대사를 결정하는 재판을 담당하는 것에 대하여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해 왔다. 이 문제는 심각하게 숙고해야 할 문제이다.

이 점에서 미국의 경우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미국에서 법관은 우리와 같이 사법연수원 성적에 따라 곧바로 임용되지 않고, 오랜 변호사 생활을 거쳐 일반적으로 대부분 50세에 이른 유능한 변호사 중에서 선발한다.

더구나 미국에서 법관은 시험이나 로스쿨 졸업 등에 의하여 곧바로 선발되지 않고 국민이 직접 해당 지역의 법관을 선출한다. 그리하여 미국의 법관은 각 주(州)마다 직접 선출되고 있는데, 정당 소속으로 선거를 치르는 주도 있고 정당을 배제하는 주도 있다. 한번 선출된 법관은 다음 임기에는 연임 여부에 대해서만 투표가 이뤄진다.


법원 독점의 양형기준, 국회 통제를 받아야

양형(量刑) 기준이란 법관이 형을 정할 때 참고하는 기준이다. 이 양형기준의 강화라는 요청은 법관의 지배가 아니라 법의 지배를 확보하고 법관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주요한 방식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양형기준이라는 일반 추상성을 가지는 법규범의 정립을 현재와 같이 오로지 대법원의 권한으로 일임하는 것은 그에 대한 국민적 통제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결과를 빚게 된다.

따라서 양형위원회의 조직과 운영, 양형기준의 성격과 효과 등은 입법사항으로 하여 국회가 결정하고 그 운영을 감시 견제하되 양형위원회는 대법원의 소속으로 하여 그 통제를 받도록 함으로써 구체적인 양형기준의 정립에 있어서 사법부의 독립이 이뤄지게 해야 한다.

'법관동일체' 원칙의 관행화

우리나라 사법 시스템은 상명하복을 전제로 하여 수직적 서열구조로써 계층화되어 있는 일반 행정관료 시스템과 유사한 구조로 관행화되어 왔다. 수많은 승진 단계들을 마련해두고 이를 사법구조와 직결시켰다. 인사와 조직이 맞물려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수직적 중앙집권체제를 구성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실상의 승진 체계 그 자체는 인사권자의 의지에 복종하도록 만든다는 직선적인 인과 관계의 문제만이 아니라 법관들의 집단의식 내지는 직업의식에 작용하여 체제순응적 법관을 양산하였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새로운 학설이나 법리를 수용하거나 또는 사회변화에 부응하여 기본 판례를 수정하는 변화보다는 이미 확립되어 있는 법원 내부 규율에 순응하는 소극적이고 순응적인 법관의 행태를 재생산해온 것이 그간의 현실이었다. 그리하여 '검사동일체' 원칙처럼 일종의 '법관동일체'의 원칙이 투영되어 왔다.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요청의 종국적인 목표는 법관의 지배가 이뤄지는 체제가 아니라 민주주의가 제대로 구현되는 법치의 실현이다. 국민의 대리자로서의 사법에 의한 지배는 허용될 수 있지만, 사법 엘리트에 의한 국민의 통치는 민주주의의 틀에 명백하게 위배된다. 법치란 결코 법치 그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며, 오로지 민주주의 실현의 유효한 수단으로서의 법치여야 한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 사법부를 통제하는 방법

독일의 법원 행정체계는 연방과 주(州)로 분리되어 있고, 의회를 비롯하여 변호사단체, 행정기관 그리고 각종 이해집단 등으로 구성된 사회 세력들로 이뤄져 있어 원심력이 작용한다. 더구나 법원 조직이 행정법원, 재정법원, 노동법원 그리고 사회법원 등으로 구분되어 있어 구심력이 적게 미친다.

프랑스의 경우, 법원 예산과 설비는 법무부가 책임을 맡고 사법관의 임명과 징계는 최고사법관회의, 승진은 승진심사위원회에서 이뤄진다. 최고사법관회의와 승진심사위원회는 사법부 외부 압력에서 독립적이고 동시에 사법부 내 조직 상부 압력을 차단하기 위하여 인적 구성도 다양화를 지향한다. 직급별 대표로 구성되고 다수결로 결정되며, 각 위원은 임기가 정해져 있고 연임은 금지된다.

한편 미국 법원의 행정은 각급 법원 법관을 비롯하여 법조 직역 종사자, 의회 의원 그리고 일반 시민까지 포함되어 구성되는 사법협의회가 주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소준섭 #법관 #유전무죄 무전유죄 #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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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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