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박근혜-최순실 순장조 같아"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373 ] 변상욱 CBS 대기자

등록 2017.01.24 13:41수정 2017.01.2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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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 CBS 대기자 ⓒ 이영광


새해가 밝은 지도 20일이 넘었다. 새해 첫날 박근혜 대통령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사진과 녹취록을 제공할 테니 취재 도구를 가져오지 말라는 조건이었다. 그런데도 기자들이 참석해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직무 정지된 대통령이 기자간담회를 할 수 있냐는 논란부터 취재 도구를 가져가지 못하게 했어도 간담회에 참석한 청와대 기자단에 대한 비판까지 쏟아졌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지 궁금해 지난 17일 변상욱 CBS 대기자를 서울 목동 CBS 사옥에서 만나 기자간담회 문제와 함께 지난해 언론을 정리하고 올해 언론을 전망해 보았다. 다음은 변 대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먼저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 부탁드립니다.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변상욱 기자입니다. 지난해 우리는 광장에 모여서 촛불을 통한 비리척결과 구체제의 청산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 올해는 하나의 커다란 횃불의 강처럼 흐르면서 우리 사회에 쌓여있던 적폐들을 확실하게 휩쓸어 버리는 한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물론 언론이 선두에 서야 하는데 언론이 제 구실을 못하는 점 대단히 송구스럽습니다. 특히 기성 언론이 그러는 건 제가 사죄의 말씀이라도 드리고 싶어요. 그러나 시민이 꾸려나가거나 지지하는 대안 언론들이 기성 언론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면서 우리 언론이 촛불 정국에서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역할을 어떻게든 해나갈 것으로 믿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반성도 자각도 없는 지상파

- 지난해 언론을 보면 지상파와 신문 등은 외면을 받았지만, JTBC와 팟캐스트 등은 상대적으로 약진한 것 같은데 어떻게 평가하세요?
"방송에서 지상파들은 변화가 컸어요. KBS가 시청률로는 제일 위에 있지만, 영향력으로는 'one of them(원 오브 뎀)'입니다. 전국 방방곡곡 방송네트워크가 촘촘히 짜여 있으니 많이 보는 것일 뿐, KBS를 믿어서 보거나 기다렸다 본 게 아니죠. 그걸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게 JTBC예요. JTBC 뉴스는 촛불 정국을 거치면서 케이블과 온라인을 통해 기다려 본다는 거죠. 그래서 시청률로는 KBS가 JTBC를 앞질렀지만, 모바일과 온라인으로 시청하거나 다시 보기를 하고 SNS를 통해 공유되는 걸 합치면 KBS가 JTBC를 얼마나 앞질렀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하지만 KBS 사장이 나서서 하는 이야기나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전혀 반성도 안 하고 자기 네가 얼마나 위기에 빠졌는지 자각도 못하고 있는 거죠.

MBC 같은 경우는 KBS, MBC, SBS, JTBC 중 최약체예요. SBS는 그래도 눈치 빠른 자기 쇄신과 개혁 작업을 자의 반 타의 반 시작해서 먹히기 시작했어요. 적어도 KBS, MBC가 SBS같은 몸짓이라도 보였다면 그렇게 빨리 추락하진 않을 텐데 스스로를 위기로 몰아가는 거죠. 미국의 몰리 아이빈스라는 언론 비평가가 있는데 언론에 대해 '점점 죽어가는 건 이해하겠다. 그러나 왜 자살하려고 몸부림을 치냐'라는 말을 했어요. KBS, MBC가 바로 그거예요. 지상파가 어려운 건 이해를 하겠는데 심지어 목에 밧줄을 매고 죽으려는 건 이해하기 어렵네요. 그런데 자기가 자살하면서도 자살하는 것을 몰라요. 이렇게 말하면 너무 가혹할지 모르지만, 최순실-박근혜를 시민 사회가 땅 속에 묻어 버릴 때 두 방송사도 같이 묻힐 거예요. 흔히 말하는 순장품이라고 하는 거죠."


- 이유는 사장을 청와대가 내려보내기 때문인가요?
"그렇죠. 그리고 경영자가 잘못하더라도 이사회가 제어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고 간부들이라도 나서서 회사를 위기에서 구해야 하는데 간부들은 사장과 이사회 눈치만 봐요. 그리고 밑에서 중견 기자, PD, 아나운서가 나서서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야 하는데 만드려는 움직임만 있으면 징계에 들어가거든요. KBS, MBC라는 커다란 덩치 속에서 바람이 일지 않아요. 다만, 희망은 막내 기자들이 이럴 순 없다고 들고 일어나고 중견 선배들이 지지를 보내는 것까진 진척이 됐죠. 올해 이것을 어떻게 불을 지펴 가고 키울 것인지가 숙제로 남아 있는 거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해요. 사장 하나가 잘못 들어가면 그 밑에 본부장, 국장, 부장이 전부 악화로 바뀌어요. 그러면 밑의 방송 요원들도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서 좋았던 기자, PD가 '기레기'로 무너지고 좋은 아나운서들이 회사를 떠난단 말이죠. 그걸 다시 일으켜 세우고 밑에서부터 혁명이 일어나는 것을 기대하려면 이들의 작은 몸부림을 시민사회가 지지해 주면서 불꽃을 키워나가야죠."

- 안광한 MBC 사장은 MBC 시청률이 낮은 이유를 선정적인 보도를 안 해서라던데.
"시청률 낮은 가장 큰 책임이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해야 할 사람이 답답한 소리만 하는 거죠. 선정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비판적이지 못하니까 낮은 거죠. 게이트라는 건 구조적인 비리와 모순이 드러나고 그것을 파헤치고 무너뜨려야 한다고 국민이 나서니 게이트 정국이 만들진 거죠. 심지어 검찰도 나서서 정권의 비리를 파헤치고 헌법재판소도 역사적 중차대함을 인식하고 비판적인 시선을 가하는데 언론사가 그걸 선정적이라고 비판한다면 아직 제정신을 못 차린 거예요. 틀림없이 박근혜-최순실과 함께 무덤으로 들어갈 거예요."

- 팟캐스트가 성장한 느낌인데.
"이제 팟캐스트는 언론계의 한 축이 되었죠. 엄청나게 많은 팟캐스트 중 상위권은 시사, 보도가 많아요. 그런 점에서 팟캐스트가 성장한 이유는 시사 보도에서 제약이 없어서예요. 지상파나 케이블보다 훨씬 자유롭게 사건 뒤의 이야기, 상상력을 입힌 예측 등 훨씬 자유롭고 예리하잖아요."

"공영방송 제구실 못하면 없어도 돼"

- 일부에서는 공영방송도 'one of them(원 오브 뎀)'이고 JTBC나 팟캐스트가 있으니 굳이 공영방송을 살릴 필요가 있느냐고 하는데.
"한편으로는 동의할 수 있어요. 공영방송이란 이름만 걸고 제구실을 못한다면 없어도 돼요. 예전에는 내용이 별 볼 일 없었어도 사람들이 많이 보니 가치가 인정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젠 그렇게 보지도 않아요. 더구나 이것도 모바일과 온라인을 정확히 계산하지 않은 수치지 그것까지 계산하면 KBS, MBC의 위상은 10개의 TV 채널 중 하나일 뿐이에요. 10개 중 한두 개 없어도 상관없어요. 오히려 국민과 기업은 부담을 덜어요. 아쉬운 사람이 있다면 집권세력이나 그 주변부 인물들이지 일반 국민은 아닙니다."

- 그래도 공영방송은 필요하지 않나요? 공익적인 프로그램은 공영방송이 하잖아요.
"그런 것쯤은 문제 될 거 없습니다. 다른 방송이 공공성, 공익성 강한 프로그램과 뉴스를 제작하도록 하고 공정한 기구가 평가해 우수한 프로그램을 지원하면 그뿐이죠. 형식상 공공의 방송사가 아니라 공공의 방송 그 자체를 지원하고 지지하면 그뿐입니다. 그리고 지상파 공영방송이라는 것도 이미 아날로그 구시대의 유물로 기울고 있어요."

- 지금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 즉 언론장악 방지법이 국회에서 발의되었어요. 이 법이면 언론장악을 막을 수 있을까요?
"이건 여러 개 법이 묶여서 상세히 모두 설명하긴 어렵습니다만 여기에 있는 것만 통과된다고 하면 언론을 옥죄고 있던 이런저런 규제나 정치적인 억압이 70% 이상 해소된다고 봐요. 그러나 법이 통과될지는 미지수예요. 새누리당은 '다른 거 한 다음 나중에 하면 되지 왜 서두르냐'는 것이고 야당 중에서도 어떤 당은 적극적이고 어떤 당은 소극적이죠.

사실 인터뷰하는 이 시점이 공청회가 열려야 하는 기간인데 안 열릴 것 같아요. 공청회가 안 열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냐면 국회(회기가)가 이번에 짧기 때문에 국회에서 처리할 시간이 없어요. 그리고 나면 조기 대선으로 들어가요. 대선 정국이 모든 걸 다 쓸어 담고 빨아들일 텐데 언론 장악을 방지하기 위한 법들을 더는 논의할 만한 여유가 없어요. 공청회 거치고 법안 심사 소위로 넘어가서 여야가 토론을 벌이고 그걸 다시 시민사회에 내놓고 점검을 받고 등등 여러 단계가 남아 있는데 생각하기 싫지만, 언론장악 방지법이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서 연내 통과하는 건 어려워 보여요."

민주적 제도는 민주적 의식과 절차가 뒷받침되어야

- 70%는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하셨잖아요. 그럼 나머지 30%는 뭐죠?
"우리나라 공영방송을 지배하는 법안들은 거의 영국 BBC를 토대로 한 것인데 거기는 여당 몇 명 야당 몇 명이라고 맞추지도 않아요, 물론 추천권은 여야 정당들이나 시민 사회 세력이 추천하는 것이지만 거기는 여당 쪽에서 온 사람이건 야당 쪽에서 온 사람이건 모여서 회의할 때는 BBC를 위한 회의만 해요. 결국, BBC가 공영방송이니까 국민을 위한 공공성, 공정성, 공영성을 놓고 회의를 하는 거예요.

그리고 자기 임기가 다 되거나 그만하고 싶으면 다른 사람을 추천하며 나가고 추천받은 사람이 대개 이사회 멤버가 되죠. 그만큼 늘 상식적으로 전문성과 양식 있는 사람을 추천하는 거죠. 어떤 BBC 사장은 못하면 물러나기도 하고 어떤 BBC 사장은 7년간 임기를 이어가기도 했어요. BBC의 올바른 방향과 경영 개선을 위한 신사적인 룰과 절차가 지켜지는 거예요. 민주적 제도를 법으로 만들어 놔도 그걸 움직이는 민주적인 의식이나 민주적인 절차 방법론이 자리를 잡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30%는 바로 그거예요."

- 사장도 중요하지만, 보도 라인 책임자가 외압을 막아주면 되는데 지금은 사장이 보도 라인을 임명하는 구조라서 바꿀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바꿀 필요는 있지만 바꾸기가 쉽지는 않아요. 노사협약부터 모두 뜯어고치고 본부장과 국장 추천, 임명권, 직선제 등을 적절히 확보해야 하는데 그건 사실상 불가능하죠. 먼저 언론장악저지법으로 양식 있는 경영진이 자리를 잡고 대타협이든 투쟁이든 해야지 현 시국, 현 체제에선 어렵다고 봐요. 시계열적으로 무얼 먼저 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생각해 힘을 집중해야 하니까요."

- 지난 1일 탄핵 소추안 가결로 직무 정리된 박근혜 대통령이 기자간담회를 열어 논란이 있었는데.
"제가 청와대 기자로 가는 수밖에 없겠어요(웃음). 대략 훑어보니 연조라고 흔히 부르는 기자 경력이 상대할 세력에 비해 약한 것 같아요. 깡이니 독기를 품은 젊은 기자들과 노련한 선배 기자들의 조합이 청와대 기자단 내에 필요한 것처럼 보여요. 아주 나이도 있고 경력 있는 기자들이 보이긴 하는데 지역 언론에 소속된 사람들이죠. 하지만 기자단을 움직이는 간사 포함 리더급들이 중앙언론사로 채워질 텐데 그 구성에 약점이 있다는 겁니다.

몇 가지를 고쳐야 해요. 대통령이라는 권위에 짓눌린다는 것은 기자의 야성 자체가 없어져 버린 것이죠. 기자가 야성을 권력자 앞에서 발휘하기에 청와대라는 덩치가 너무 크다면 더 고참이 가야죠. 그리고 언론사에서 기자를 청와대로 보낼 때 청와대에서 동의해주는 아그레망 제도가 있거든요. 제도적으로 명시된 거라고는 보기 어렵지만, 비공식적으로 때론 강하게 때론 약하게 작용합니다. 언론사가 누굴 보내든 언론사 마음이지 청와대 의견 협조를 구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신원조회야 현실적으로 필요한 일이지만 정치적 아그레망은 없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이 시정되지 않으면 청와대 기자들의 질문 없는 기자회견은 계속될 거예요."

"박 대통령 기자 간담회, 새로운 탄핵 사유"

- 이번엔 박 대통령은 탄핵 소추안 가결로 직무 정지된 상태였잖아요. 그러면 거부해야 했지 않나요?
"청와대 기자는 청와대 기자단 기자가 아니라 언론사가 파견한 기자이고 국민을 대신해 최고 권력부를 감시하는 책무를 맡고 있습니다. 청와대에서 문제가 생겨 직무 정지된 대통령이 갑자기 기자들을 모으라고 하는 것도 위법이자 또 다른 탄핵사유가 될 수 있는데 취재 장비 가져오지 말라고 하면 왜 가야 하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이 기자들을 모아 의견을 피력하고 그것을 방송에 내거나 신문에 실리도록 하는 것 자체도 대통령의 정식 직무이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밝힌 바가 있어요. 박 대통령이 기자간담회를 한 것 자체는 새로운 탄핵 사항이고 기자들이 몰려가 이야기 듣고 기사를 쓴 것은 불법행위에 가담한 거예요. 언론사들은 이 실정법 위반과 윤리강령 위반문제부터 풀어야 해요. 지금 논란은 JTBC의 태블릿 PC 출처죠. 프레임을 그쪽으로 모는 거죠."

- 올해 대통령 선거가 있잖아요. 그래서 언론의 역할이 더 중요할 것 같은데.
"조금 심각해요. 지금도 언론들이 대선 관련한 보도를 쏟아내는 걸 보면 다 인물과 에피소드 중심이에요. '어디 가서 무슨 얘기를 했다'는 정도면 그나마 나은 편이에요. 지하철을 타고 시장 가서 소주 한잔하면 뻔한 이야기 해도 거의 톱뉴스가 됩니다. 시장 가는 건 모든 선거 때 후보들이 하는 거잖아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문제는 그 사람이 가진 정책이나 정치적인 철학, 그 사람이 걸어온 일생 그리고 주변에 깔린 인물들의 면면 이런 거죠. 조기 대선이라 급해요. 검증해 내야 하는데 검증은 안 하고 중계방송만 하는 거예요. 이대로 대통령 선거까지 이어지면 언론은 제구실 하나도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중계가 아닌 검증과 비판으로 빨리 프레임을 옮겨야 해요."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려요.
"저널리스트의 언론과 언론사주의 언론을 구별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거기에 이어서 솔직히 이야기해 문제는 돈이에요. 돈이 못된 언론사로 흘러들어 가면 안 됩니다. 안 보고 안 읽고 상대를 안 하거나 비판하거나 등등 분명한 판단과 실천이 선행되어야 돈줄이 마르고 돈을 따라 억지로라도 국민 쪽으로 다가옵니다.

좋은 대안 언론들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고요. 방송경쟁 구도가 재편되고 광고 시장이 재편될 때 좋은 기사를 쓰는 언론에 더 많은 지원이 배정되도록 국민 여론이 힘을 실어줘야 국민의 편에 설 새로운 언론 시대가 열릴 수 있습니다."
#변상욱 #언론 #청와대 기자단 #아그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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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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