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택 "최순실 말대로 대통령 나타나 소름 끼쳐"

[대통령 탄핵 심판 8차 변론] 차은택씨, 증인 신문에서 밝혀

등록 2017.01.23 19:18수정 2017.01.2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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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출석하는 차은택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된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지난 1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최순실씨 말대로 미르재단이 만들어지고 박근혜 대통령이 나타나 소름이 끼쳤다."

23일 오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심판 8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온 차은택씨의 말이다. 차은택씨는 "평소 최순실씨가 대통령 버금가는 권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대통령을 움직이는 최씨의 힘에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다음은 차씨의 말이다.

"2015년에 들어서자, 최순실씨가 재단 이야기를 자주했고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에 대한 불만도 이야기했다. 대통령이 얘기하시는 문화융성 사업을 공무원들이 하나도 못하고 있다며 굉장히 짜증 섞인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은 민간들이 해야지'라고 많이 강조했다. 그러다가 정말 재단이 생겼다.

모든 프로젝트는 대화에 의해서 생겨난 게 아니다. (최씨는) 프로젝트 내용을 늘 포스트잇에 적어가지고 왔다. 그것을 지시해 이뤄지고, 브랜드를 보여주는 시점에 대통령이 나타났다. 이 구조와 관련해, 소름이 끼쳤다. 광고전문가들은 브랜드를 성공시키기 위해 좋은 기획 방향을 제안했다. 하지만 최씨는 '다 필요 없다. 대통령이 나타나면 이보다 더 좋은 효과는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최씨는 '페랑디-미르'로 한식 브랜드를 개발하면서 '프랑스 케이콘 행사에 노출시켜라, 그 자리에서 대통령 가실 거다'라고 했는데, 진짜 대통령이 오셨다. 또한 (최씨가) 아프리카 나라의 특징을 뽑아보라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행사와 연결됐다"라고 밝했다.

"최순실 컴퓨터에서 국무회의 자료 봤다"


차씨는 또한 2014년 말에서 2015년 초 사이에 서울 논현동의 최씨 사무실에서 "최씨의 데스크톱 컴퓨터 모니터에서 국무회의 회의록 같은 것을 봤다"라고 말했다. "(최씨가) 그 컴퓨터에서 늘 그런 작업을 했던 것 같다"면서 말을 이었다.

"(문화창조융합본부장으로 있을 때) 최순실씨가 본부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정리해서 달라고 했다. 본부 공무원들과 했던 대화 등을 정리해서 한 페이지로 정리해서 줬다. 하루 이틀 뒤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얘기했다. 공무원들이 '어떻게 된 일이냐'고 해서, 제가 민망했던 경험이 있다."

그는 "최씨가 수정한 말씀 자료가 실제로 (대통령 발언에) 반영됐다고 생각하느냐"는 국회 쪽 대리인 최교진 변호사의 질문에 "그렇게 짐작된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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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판 출석하는 최순실 '비선실세국정농단' 핵심 최순실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강요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차씨는 또한 "2~3주에 한 번 최순실씨 사무실에서 회의했는데, 최씨는 그때마다 한 번씩은 꼭 (박 대통령과) 통화했다"라고 밝혔다.

"(휴대전화 속) 목소리가 박근혜 대통령인 것 같았다. 그렇게 (명확하게) 인식됐던 것은 2~3차례였지만, 최씨가 그 전화를 받을 때마다 (상대가 박 대통령이라고) 생각했다. 그 전화를 받을 때 톤이 늘 똑같다. '네네' 하면서 우리에게 손짓해서 나가라고 하거나, 최씨가 밖에 나가서 통화했다."

청와대·정부 인사에도 '블랙리스트' 있었나

차씨는 청와대·정부 인사에서 좌파 성향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차씨는 "2014년 말 최순실씨가 김성우 전 SBS보도본부장의 프로필을 보여주면서 좌파적 성향이 있는지, 청와대 홍보수석을 맡을 만한지 알아봐달라고 하지 않았느냐"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또한 차씨는 최씨에게 추천한 인사가 '좌파 성향'이라는 이유로 탈락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 대리인인 서석구 변호사는 차씨가 최씨에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추천한 윤정섭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 영화감독 이현승씨가 탈락한 것을 두고 "철저한 검증 때문이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서 변호사가 위증을 언급하며 답변을 압박하자, 차은택씨가 그 이유를 밝혔다.

"위증에 관련된 문제니까 꼭 말하겠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다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말하겠다. 윤정섭 교수, 이현승 감독은 굉장히 훌륭한 분이었다. 최씨 말에 의하면 좌성향이라 탈락했다. (최씨가) 2~3일간 검증을 받아와서 저한테 '안 된대요'라면서 좌성향이라고 표현했다. 문화계에서 그 정도 활동한 분들 중에 진보성향을 안 가진 분들이 거의 없다. 한동안 추천 안 했다. 선생님(김종덕 전 장관)은 정치적 성향을 갖고 계신 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추천했다."

한편, 이날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은 고영태씨의 사생활을 끄집어내는 데 힘을 썼다. 박 대통령 쪽은 차은택씨를 상대로 한 증인 신문에서 차씨가 검찰에서 조사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최순실·고영태씨가 내연 관계임을 묻는 질문으로 연이어 내놓았다. 

박 대통령 쪽은 "(최순실·고영태씨가) 연인 사이에서 한쪽이 바람을 펴서 다투는 전형적인 내연관계인 것 같다"라고 질문해, 차씨로부터 "그렇게 생각한다"라는 답을 이끌어냈다.
#박근혜대통령탄핵심판 #차은택 #최순실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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