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씻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딱 좋아

[서평] 어린이 눈 높이에 딱 맞는 생활책 <몸 잘 자라는 법>

등록 2017.02.07 16:47수정 2017.02.0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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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키우면서 생각만큼 잘 안 되는 일이 많은데, 그 중에서 첫 손에 꼽을 만한 것이 바로 좋은 생활 습관을 길러 주는 일입니다. 아주 어릴 때는 가르쳐 주는 대로 제법 잘 따라 합니다. 그러나 서너 살만 되어도 요령이 생겨서 번거로운 부분들은 슬쩍 생략해 버리고 자기가 편한 대로 해 버리기 일쑤입니다.

밖에 나갔다 와서 손 씻는 것만 해도 그렇죠. 언제부터인가 비누만 살짝 묻혀 대충 물로 헹구고 말아 버립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손 씻는 걸 배우고 오면 하루 이틀은 열심히 따라해 보지만, 곧 예전처럼 편하게 재빨리 씻고 돌아서곤 합니다.


사실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건 우리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몸에 이로운 것이 무엇인지 알아도 자기 편한 대로 해 버리고 맙니다. 게다가 한번 습관을 잘못 들이면 그것을 바로잡기가 아이들의 경우보다 훨씬 더 힘든 게 사실이지요. 스스로도 못 고치면서 말로만 가르치려 드는 부모의 말, 과연 아이들이 잘 들어 줄까요? 쓸데없는 잔소리만 한다는 아이들의 불평을 듣지나 않으면 다행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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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잘 자라는 법>의 표지. ⓒ 사계절

이 책 <몸 잘 자라는 법>은 초등학생 저학년 눈높이에 맞춰 우리 몸을 잘 자라게 하는 생활 습관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려 줍니다. 어린이들이 생활 속에서 겪는 진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자신만만 생활책' 시리즈 첫 번째 권으로 나왔습니다.

내용은 아주 충실합니다. 손발 씻기와 세수하기, 눈-코-귀 등 얼굴 각 부분의 관리법, 이닦기, 머리감기와 목욕하기, 밥 잘 먹고 똥 잘 누기, 바른 자세와 걸음걸이, 잠 잘 자는 법 등등에 대해 무엇을, 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일러 줍니다.

'제대로 세수하자' 같은 항목을 보면 총 4페이지에 걸쳐 세수 전 준비 사항, 물로 씻기, 얼굴의 각 부분별로 비누칠하기, 물로 헹구기 등 각 단계별로 꼼꼼한 지시 사항과 일러스트로 알기 쉽게 잘 설명해 놓았습니다.

어른들이 봐도 되게 자세하다 싶을 정도로 다루는 내용이 많아 아이들이 버거워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올해 초등학교 2학년 올라가는 큰 아이에게 읽혀 보니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책에 나온 대로 세수를 깨끗이 해서 달덩이처럼 하얗게 된 얼굴에 만족스러워 하고, 손톱은 동그랗게 발톱은 네모지게 깎아야 한다는 사실을 아빠에게 자랑스럽게 알려 주며, 자기 걸음걸이가 팔자걸음인지 안짱걸음인지 봐 달라고 하는 걸 보면요.


무엇보다 친근한 입말을 적절하게 사용하여 부모들의 일방적인 잔소리처럼 들리지 않게 만든 것이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큰 힘을 발휘한 것 같습니다. 다음 인용한 부분은 발 씻기 항목의 도입부인데, 발이 어떤 일을 하며 왜 씻어야 하는지를 재미있고 공감 가는 말투로 잘 설명하고 있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발아, 오늘 하루 애썼어

동물들은 발이 네 개인데, 사람은 두 개야.
발 두 개에 몸을 얹고 다니니, 얼마나 무겁겠어.
게다가 신발과 양말에 갇혀 있으니, 발이 답답하고 땀도 나겠지.
땀이 나고 공기가 안 통하면 발 냄새가 날 수도 있어.
피부병에 걸릴 수도 있지.
그러니 겨울에는 따뜻한 물에, 여름에는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자!
조물조물 주물러 주고, 깨끗이 씻어 주자!


이 책의 감수를 맡은 것은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구 살림의료생협)의 선생님들입니다. 은평구에서 살림의원, 살림치과, 운동센터 다짐을 운영하고 있는데, 환자를 진료할 뿐만 아니라 질병의 예방과 건강 교육에도 힘쓴다는 점에서 책의 기획 방향과 일치하는 곳입니다.

어릴 적에 몸에 이로운 습관을 들이는 것은 중요합니다.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겪는 많은 질환들은 잘못된 습관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습니다. 눈을 혹사해서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치아 잘 못 관리해서 이가 썩는 경우, 혹은 바르지 못한 자세 때문에 몸의 여러 부분에 통증을 겪는 경우 등이 모두 그런 예입니다.

하지만,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좋은 생활습관을 가질 것을 아무리 강조해 봤자 잔소리처럼 들릴 가능성이 큽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 거의 모든 일을 스스로 하게 된 어린이들은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조언보다는 스스로 터득한 자신만의 방법과 요령을 신뢰할 때가 많으니까요.

책은 바로 그럴 때 필요합니다. 어린 시절에 혼자 책을 보면서 무언가를 깨치게 되면 더 오래 기억에 남고,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알아낸 듯하여 뿌듯한 기분이 들며,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깁니다.

이 책 <몸 잘 자라는 법>도 그런 방식으로 우리 아이들의 마음 속에 몸에 이로운 습관에 대한 생각을 튼튼하게 자리잡게 도와줄 것입니다. 아이와 함께 읽고,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을 한두 가지라도 같이 실천해 본다면 더욱 효과적이겠죠. 언제나 '읽기'보다 힘이 센 것은 '직접 해 보기'입니다.
덧붙이는 글 권오윤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cinekwon.wordpress.com/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몸 잘 자라는 법>, 전미경 글, 홍기한 그림, 사계절 펴냄 (2017. 1. 3.)

몸, 잘 자라는 법

전미경 지음, 홍기한 그림,
사계절, 2017


#몸 잘 자라는 법 #전미경 #홍기한 #살림의료생협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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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에 관심 많은 영화인. 두 아이의 아빠. 주말 핫케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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