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 말레이시아 시골에서 보낸 설날

옆집은 시끌벅적인데 우리집은 TV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등록 2017.02.10 11:25수정 2017.02.1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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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캄파 (Kampar, Perak)에서 산 지 어느덧 3년이 넘었다.


중국에서 살았던 나는 한국의 설 명절과 중국의 춘절이 같고 중국의 춘절 연휴가 길고 겨울방학을 그때 맞춰서 했기 때문에 설 때마다 한국에 갈 수 있었다. 그런데 말레이시아에 와보니 설 때 방학은 고작 1주일이다. 중국계들이 많아서 (말레이시아는 말레이, 중국, 인도계가 대표적인 인종이다, 소수민족도 있다) 그마나 설 연휴가 일주일이라도 있는 게 어딘가.

그런데 매년 한국에 있는 친척들에게 지키지 못할 약속을 했다. "내년 설에는 꼭 한국에 가겠습니다." 그리고 설이 다가오면 약속은 어느새 물거품이 되고만다. 그리고 다시 "내년에는 꼭...". 누구는 가고 싶지 않을까.

하지만 방학은 일주일이고, 연휴라서 항공편은 비싸다. 그리고 나는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가족 4인이 함께 가려면 엄청난 체력이 소모된다. 일주일은 너무나도 짧고 차라리 12월 1달짜리 방학 때 가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친척들 만나는 건 설이나 12월 방학 때나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설이라는 의미가 크기에 가고 싶은 마음은 간절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올해도 설은 어김없이 폭죽 소리와 함께 찾아왔다. 설 전날부터 시골 동네엔 도시에서 온 차들로 꽉 찼다. 저녁에 자주 산책을 하는데 걷다가 도시에서 친척집에 놀러온 아이들이 폭죽을 갖고 노는 것을 봤다. 갑자기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집으로 다시 돌아가 DSLR를 챙겨 나왔다. 그리고 사진을 남기기로 했다.

불꽃과 아이 아이가 불꽃을 지피고 있다 ⓒ 정요한


폭죽 폭죽이 터지고 있다 ⓒ 정요한


폭죽 불꽃이 사방으로 튀고있다 ⓒ 정요한


불꽃 폭죽에 불은 붙었는데 불꽃만 튀더니 연기만 피어 나온다. ⓒ 정요한



사실 나는 폭죽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중국에서 살 때 날마다 듣는 게 폭죽 소리였다.
그럴 때마다 잠을 설치곤 했다. 하지만 이번엔 나도 모르게 사진을 남기고 싶어졌다. 하지만
사진을 찍는 내내 나는 불안했다. 불꽃이 나한테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면서도 더 나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 더 다가가야 했다.

그렇게 일주일짜리 설 방학도 어김없이 지나가고 2월 7일 (화요일)에는 학교에서 중국신년 (Chinese New Year) 행사를 했는데 그것도 사진으로 남겼다.


사자탈 춤 사람 두명이 사자탈을 쓰고 악기 박자에 맞춰 춤을 춘다 ⓒ 정요한


사자탈춤과 아이들 사자탈춤은 옜날 중국에서 악귀를 좇아내기 위해서 만들어 졌다고 한다. ⓒ 정요한


사자춤의 재미를 더하는 것은 바로 사자의 입속에서 귤이 튀어 나올 때다. 어린 아이들은
사자가 다가오면 손부터 내밀 면서 귤을 달라고 한다.

말레이시아에 설도 나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다음 설은 한국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사진은 필자의 인스타그램 (@yohanchungofficial)에도 올라와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설 #새해 #폭죽 #사자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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