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베이식의 심기일전, 정통힙합으로 돌아가리라

[인터뷰] 베이식, 월간 프로젝트 WTF(Way to Foundation)로 새출발

17.02.09 18:52최종업데이트17.02.09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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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기일전(心機一轉): 지금까지의 태도를 돌려 새롭게 마음을 가다듬는 것.

지금 베이식에게 이보다 딱 들어맞는 고사성어는 없을 것이다. 지난 2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를 찾은 래퍼 베이식은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는 지점에 서 있었다. 그는 래퍼 최초로 '월간 프로젝트'를 통해 매달 새 노래를 발표하기로 했다. 그의 심기일전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난 2일 자정 2017년 월간 프로젝트 <WTF (Way to Foundation)>의 첫 번째 곡 'My Wave'를 발표한 베이식을 만나 이야기 나눴다.

힙합 마니아들 사이에서 멀어진 나, 다시 '베이식답게'

<쇼미더머니4> 우승자인 힙합 뮤지션 베이식이 2일 오전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나눴다. ⓒ (주)RBW


신곡 'My Wave'의 가사는 강렬했다. 타인의 평가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이제부터 래퍼로서의 신념을 거리낌 없이 펼쳐 보이겠다는 선전포고였다. 피처링으로 래퍼 식케이가 참여했다. 프로젝트 이름 <Way to Foundation>은 말 그대로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만의 음악을 하겠다는 베이식의 의지를 담고 있다. 그의 '심기일전'의 배경과 이유를 가장 먼저 물었다.

"<쇼미더머니4> 우승 이후 정통랩보단 대중적인 랩을 선보였어요. 저 혼자 좋은 것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회사와 상의해서 셀링포인트를 잡는 과정에서 대중성을 선택하게 된 거죠. 하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반응을 얻지 못했어요. 그래서 결심했어요. 어떻게 해도 미지근하다면 제가 제일 좋아하고, 하고 싶고, 또 잘 할 수 있는 걸 하자고요. '베이식이 다시 정통힙합을 했으면 좋겠다'란 피드백도 많았어요."

베이식은 솔직했다. 또한, 객관적으로 자신을 볼 줄 알았다. 자신이 "힙합 마니아들 사이에서 멀어진 게 사실"이라며 "이제는 다시 예전의 정통힙합으로 돌아가겠노라"고 확실하게 말했다. 이런 그의 선택을 반기는 주변인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작년 발표한 앨범 <Nice> 류의 음악을 좋아해주시는 분도 꽤 있었지만, 확실히 이 프로젝트(정통힙합)를 한다고 했을 때 '그래, 그거야!'하는 반응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 이맘때쯤이면 분위기가 달라져 있으면 좋겠다"며 눈빛을 빛냈다.

피처링에 참여한 식케이와의 인연을 묻자 역시 솔직하게 답했다. 그는 "식케이의 연락처는 알고 있었지만 별로 안 친했고, 식케이가 제 피처링 요청에 응하지 않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힙합신에서는 이미지가 정말 중요해요. 저는 대중적인 노선을 선택하면서 힙합신 안에서 이미지가 많이 내려간 상태인데, 식케이가 흔쾌히 피처링을 하겠다고 해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식케이는 자신의 커리어를 영리하게 잘 구축해가고 있는 친구거든요."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힙합... Way to Foundation

베이식은 래퍼 최초로 '월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매달 새로운 음악을 선보인다. 이 프로젝트는 그가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 ⓒ (주)RBW


<Way to Foundation>이 담고 있는 '베이식의 초심'은 무엇일까.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청했다. 그러자 그는 <쇼미더머니4>로 대중에게 자신을 알리기 전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꺼냈다.

베이식은 2007년~2009년쯤인 그때를 '파운데이션(Foundation) 시절'이라고 불렀다. '파운데이션'은 그가 언더그라운드 시절 작업한 믹스테이프 시리즈의 이름이다. 이제 모든 것이 퍼즐조각처럼 맞춰진 듯했다. 이번 프로젝트명 <Way to Foundation>의 Foundation은 초심이란 의미도 가능하지만, 정확히는 당시 믹스테이프 시리즈인 Foundation때로 돌아가겠다는 의미였다. 베이식은 돌려 말하지 않았다. "그때 같은 힙합을 다시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파운데이션 시절과 지금, 음악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는지 물었다.

"그땐 정말 머리 쓰지 않고 생각 없이, 계획 없이 음악을 했어요. 언더신 안에서도 팔리는 음악을 고민하며 셀링포인트를 찾긴 하지만, 큰 회사에 오니까 그런 게 더 중요해졌어요. 그런데 제가 그런 포인트를 잘 캐치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내가 언제 가장 잘 됐나를 돌이켜봤을 때, 아무 생각 없이 했을 때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미국에서 대학생활을 한 베이식은 1학년 때 처음 힙합을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아마추어 래퍼 사이트의 게시판에 자신의 랩을 올리다가 바스코, 쌈디, 이센스 등이 속한 한국의 힙합 크루 '지기 펠라즈(Jiggy Fellaz)'의 러브콜을 받았다. 그는 지기 펠라즈의 바스코로부터 함께 할 것을 제안 받아 크루 멤버가 됐고, 정식으로 힙합신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실력을 인정받아 힙합신에서 점점 알려지게 됐다.

"지기 펠라즈는 친목도모 모임처럼 음악 하는 사람끼리, 마음 맞는 사람끼리 해서 쉽게쉽게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음악을 하면서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아졌다는 게 가장 달라진 점 같아요. 그때처럼 하고 싶어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거예요."

지기 펠라즈 활동을 위해 대학을 휴학하고 한국에 온 그는, 학교는 마쳐야한다는 생각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2년을 미국에서 음악활동 없이 지내다 보니 다시 음악으로 돌아오기가 무척 어려웠다. 언더그라운드 활동은 무대에 자주 서며 팬들과 접촉해야 감이 유지되는데 지구 반대편에 있으니까 잘 안됐던 것. 한국에 돌아와서 가족과 진로에 대해 상의한 결과,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게 낫다고 결정했고 1년 반 동안 회사생활을 했다.

회사를 다니던 중 베이식은 <쇼미더머니> 시즌 1~2를 보게 됐다. 자신이 아는 사람들이 TV에 나와서 랩을 하는 걸 보고 부러운 마음이 커졌고, 가족에게 음악을 다시 해보고 싶다고 고백했다. 그렇게 <쇼미더머니4>에 참여하게 됐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 보통 래퍼들은 랩을 만들어놓는데, 베이식의 경우는 회사를 다니느라 쌓아놓은 랩이 없었기 때문에 경합장에서 바로바로 만들어서 외우고 선보여야 했다. 베이식은 다시 음악을 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과 탄탄한 기본기로 결국 우승을 거머쥐었다. 

베이식만의 색깔?... 억지로 찾진 않을 것

베이식은 앞으로 정통힙합을 선보일 계획이다. ⓒ (주)RBW


<쇼미더머니> 우승,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단 건 베이식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그는 "이런 게 유행하니까 이런 음악을 해야지 하는 건 없다"며 "제가 끌리는 것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바라는 건 하나, 단지 옛날처럼 즐겁게 작업한 음악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했다. "월간 프로젝트가 잘 돼서 공연도 하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베이식의 마음은 완전히 초심으로 돌아가 있었다. 처음 음악이란 걸 들었을 때를 떠올렸다. 유치원때부터 랩 듣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던 중고등학생 때 끊임없이 랩을 찾아 들었다. 그러다가 대학생 때 싸구려 마이크를 사서 녹음했던 때를 회상했고, 그때의 초심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

끝으로 베이식만의 음악적 색깔이 무엇인지 질문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말했던, 앞으로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겠다는 결심과 일맥상통하는 대답을 내놓았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투영한 답변이었다.

"제가 제일 걱정하는 것이 그 부분이에요. 베이식하면 옛날부터 랩을 잘하는 사람 정도로 인식됐지, 딱히 자기 색깔이나 캐릭터는 없었어요. 프로레슬링을 보면 허세 캐릭터처럼 어떠한 만들어진 캐릭터가 있잖아요. 그것처럼 힙합신에서도 '돈이 많은 래퍼' 같은 캐릭터가 있는데 저는 그런 게 딱히 없는 거죠.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해요. 정해진 이미지가 없다는 건 개성이 없다는 말일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을 시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캐릭터가 없는 게 여전히 고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색깔을 만들지는 않으려고요. 무언가를 의도적으로 만들려고 하면 역효과가 나는 스타일이라서요. 색깔보다 중요한 건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베이식은 월간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책임감과 설렘을 느낀다고 말했다. ⓒ (주)RBW



베이식 인터뷰 쇼미더머니 래퍼 식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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