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이상이 65세 이상, 20년 후엔 어찌 될까

제비 닮은 섬 제도, 보건소 찾은 할머니들 "오만 데가 다 고장났어요"

등록 2017.02.14 15:14수정 2017.02.14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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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ew해안은 대부분 암석해안으로 이루어졌으며, 동쪽 해안일대에는 간석지가 넓게 발달하였고, 굴양식장이 설치되어 굴과 김 양식업이 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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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으로 촬영한 제도 모습 ⓒ 이재언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이재언씨와 멀리 동해시에서 온 이효웅씨와 함께 제도를 방문했다. 섬모양이 제비를 닮았다 하여 '젤섬' 또는 '제리도'라 불린 섬은 1914년 여수군 화정면 제도리로 개칭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발간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의하면 섬은 여수 남서쪽 15㎞, 백야도 남동쪽 2㎞ 지점에 위치한다. 동경 127°25′, 북위 34°28′에 위치하며, 면적 1.04㎢, 해안선길이 9㎞의 조그만 섬이다. 현재 48가구에 87명이 거주하고 있지만 80% 이상이 65세 이상의 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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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마을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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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선착장 모습 ⓒ 오문수


자연 환경은 남북방향으로 긴 형태를 이루며 대체로 완만한 경사의 구릉지(최고높이 105m)로 이루어져 있다. 해안은 대부분 암석해안으로 이루어졌으며, 동쪽 해안일대에는 간석지가 넓게 발달하였고, 굴양식장이 설치되어 굴과 김 양식업이 성하다.

형성 및 변천지질은 경상계유천층군에 해당하는 '안산암 및 안산암질 응회암'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안산암질암류 분출과 관련되는 화산암 및 화산쇄설암으로 구성된다.

주산업은 농어겸업이며, 경지면적은 논 3.3㏊, 밭 46㏊, 임야 48.7㏊, 대지 2.8ha이다. 농산물은 자가소비를 위한 목적으로 경작되고 있다. 주요 수산물은 우럭, 농어, 돔, 넙치, 김, 굴, 바지락, 전복 등이 인공 양식되고 낙지, 문어, 게, 주꾸미, 숭어, 도다리, 장어, 감성돔 등이 어획된다.

여느 섬과 달리 평지가 많은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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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방풍밭을 혼자 손질하는 아주머니 모습. ⓒ 오문수


여객선에서 내려 마을로 올라가는 길은 여느 섬과 분위기가 다르다. 급경사가 아닌 평평한 밭이 나오고 여러 가지 밭작물이 심어졌다. 넓은 밭에서 혼자 방풍 손질하는 할머니를 만나 얘기를 들었다. 


"고구마 안 한 지 20년 정도 됐어요. 가용으로 쓸려고 고구마를 두 고랑 심었는데 멧돼지들이 다 먹어버려요. 포수가 와도 멧돼지를 못 잡아요. 방풍농사는 고구마나 보리농사보다 쉬워요."

할머니들의 사랑방이 된 마을 보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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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보건소를 찾은 동네 할머니들이 물리치료와 진료를 받고 있다. 물리치료와 관절운동도 배워 할머니들 사랑방이라고 한다 ⓒ 오문수


마을로 통하는 길가에는 한 겨울임에도 야생화가 피어있어 따뜻한 곳임을 짐작할 수 있다. 마을 이장을 만나러 내려가다 보건소에 들르니 할머니들이 모여서 진료를 받기도 하고 물리치료를 받고 있었다. 안마기에 앉아 안마를 하고 있는 할머니에게 살기가 어떤지를 묻자 대답이 돌아왔다.

"나이가 묵은깨 오만데가 다 고장났어요. 농사도 짓고 바다사업도 하며 젊었을 때는 죽기 살기로 살았어요. 다 키워놓으니까 자식들이 생활비를 보내줘서 좋은데 이렇게 사방이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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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인데도 민들레가 피어 있어 제도가 따뜻한 섬임을 짐작할 수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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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로 들어가는 길가에 작은 꽃들이 피어있다 ⓒ 오문수


싱글벙글 웃으며 농담도 잘하는 김백덕(74) 할머니가 동네 할머니들이 보건소에 모여서 치료 받으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꺼냈다.

"보건소에 와서 물리치료도 받고 관절통증 완화운동도 해서 이곳은 사랑방입니다. 어떻게 사느냐고요? 가두리도 하고 김양식도 하고 살지요. 젊었을 적에는 태풍이 와도 복구가 가능한데 지금은 나이가 들어 힘들어서 못해요. 배타고 다니는 섬사람들은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겨요."

제도는 배가 하루에 여섯 번 다녀서 교통편도 괜찮다. "섬이라고 해도 없는 것이 별로 없다"며 "겨울이라 고기가 별로 없어 3월 되어야 바빠진다"고 말한 아주머니 한 분이 "섬에 독거노인이 많아 돌아가셔도 모르기 때문에 걱정이다"며 재미있었던 일화를 얘기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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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방앗간이었던 자리에 기둥만 남았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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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 앞 양식장 모습 ⓒ 오문수


"돌산에서 이웃집 노인이 혼자 살다 쓰러져 돌아가시자 서울 사는 아들이 어머니 집에 CCTV를 설치했대요. CCTV가 뭔지 모르는 어머니가 목욕 후 옷을 벗고 돌아다니자 전화로 '어머니! 왜 목욕 후에 옷을 입고 돌아다니지 벗고 다녀요?'라고 하자 어머니가 '어찌 아냐?'라고 물어 아들이 인터넷으로 손주까지 다 보고 있다'고 하자 다음부터는 옷을 입고 다녔다고 해서 웃었어요."

위 얘기는 독거노인 때문에 생긴 해프닝이다. 섬을 돌아보면 거의 모든 섬에 노인들만 산다. 앞으로 20년 후면 젊은이들이 살지 않는 거의 모든 섬이 무인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때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제도 #여수 #독거노인 #보건소 #CC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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