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에서 "박근혜 퇴진" 외친지 벌써 100일

416 자카르타 촛불행동

등록 2017.02.13 14:37수정 2017.02.1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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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날갯짓으로 시작해서 인도네시아에 변화의 바람으로 불어 나가자!'

100일을 맞은 416 자카르타 촛불행동(아래 자카르타 촛불행동)의 공동리더 중 한 명이 서로를 다독이기 위해 메시지를 보냈다. 100일 전, 자카르타 한인 시국선언 모임을 기획할 때도 같은 마음이었다.

'작은 날갯짓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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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년 11월 12일 416 자카르타 촛불행동이 첫 집회인 시국선언 모임을 하고있다. ⓒ 박준영


우리의 마음은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대통령이 너무나 부끄러웠지만 어디 가서 마음 놓고 소리 지르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단 몇 사람이라도 모여 속 시원히 대통령 욕이나 하자고 모임을 만들었다.

거센 반발이 있었다. 북한의 지령을 받은 모임이라는 근거 없는 비난부터 외국에서 망신스럽게 이게 뭐하는 짓이냐는 질타까지 그 종류는 다양했다. 그 반응들이 너무 터무니없어 왜 저런 주장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겁이 났다. 금지된 일을 하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자카르타 한인사회에서 우리와 같은 노력들을 번번이 주저앉힌 이유였다.

우리의 활동으로 강력한 토네이도를 일으키고 싶었던 마음은 작은 날갯짓이나 하자는 마음으로 위축됐다. 터무니없다고 생각한 주장들은 매우 강력한 효과를 내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두려운 마음을 연대의 힘으로 이겨냈다. 정말 간절했기 때문이다. 이번엔 꼭 함께 이겨내 보자는 의지가 강했다. 혼자일 땐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힘에 함께 맞서니 이겨낼 수 있었다. 이렇게 시작한 모임이 어느새 100일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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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자카르타 촛불행동이 안민석의원과 함께 4차집회를 갖고있다. ⓒ 박준영


2017년 1월 24일 자카르타 촛불행동 4차 집회에 자카르타를 방문 중인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참석했다. 4차 집회는 안민석 의원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간담회를 시작하며 안민석 의원은 "이곳(자카르타)에도 이런 모임이 있는 줄 몰랐다. 참 놀랍고 고맙다"라는 말로 인사말을 대신했다. 이외에도 안민석 의원은 해외 여러 도시의 한인사회에 자카르타 촛불행동과 같은 모임이 있다는 사실에 매번 놀라고 감동을 받고 있다면서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다른 도시의 모임들과 연대 활동을 제안했다.


계속되는 칭찬에 민망함을 느꼈다. 100일 전에는 나 자신도 놀라움을 느꼈다. 우리가 이루어가는 일들을 직접 보며 매 순간에 감사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사람의 칭찬에 민망함을 느낄 만큼 놀라움에 익숙해져 있었다. 아직 우리가 이곳 한인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이미 많은 것을 이루었다며 만족하고 있었다.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두려움을 함께 이겨내던 용기가 사라져가고 있었다. 더 큰 두려움을 맞설 준비를 해 나가야 하는데, 이미 이겨낸 일들을 쉽게 반복하며 현실에 안주하고 있었다. '날갯짓을 시작하자'는 공동리더의 메시지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우리에겐 새로운 날갯짓이 필요하다. 100일, 이제 다시 날갯짓을 시작할 때이다.

우리의 날갯짓이 산들바람조차 일으킬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다. 자카르타 촛불행동에 100일 후가 있을 것이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비난과 손가락질을 받으며 지금까지 꿋꿋이 걸어왔다. 우리와 함께 걷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가는 것을 느끼며 발걸음은 더 가벼워졌다. 우리는 매일 우리의 날갯짓이 만들어 낸 토네이도 바람을 느끼며 또다시 새로운 날갯짓을 할 것이다. 토네이도 바람을 경험한 우리의 날갯짓은 처음의 그 날갯짓보다 더 힘찰 것이다. 우린 여전히 지금 날갯짓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상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토네이도 바람은 계속되는 날갯짓의 동력이 될 것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416자카르타촛불행동 #자카르타 촛불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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