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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쓰는 기레기? 제 '일기'는 좀 다릅니다

[창간 17주년 기획 - 오마이뉴스와 나 ②] '사는이야기' 전문 시민기자 김학용

등록 2017.02.17 21:14수정 2017.02.2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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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2월 22일 오후 2시 22분,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모토를 내걸고 <오마이뉴스>는 창간했습니다. 어느덧 창간한 지 17년이 지났고, 시민기자 수는 8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오랜 시간 꾸준히 활동해온 시민기자들의 창간 17주년 소감을 몇 차례에 걸쳐 싣습니다. [편집자말]
"공부는 집에서, 일기는 일기장에."

내가 쓴 기사가 포털에 올랐을 때 거의 빠짐없이 단골로 올라오는 댓글이다. 포털의 뉴스 카테고리는 공적인 성격의 뉴스가 어울리는 공간인데, 본인 일기장에나 적을 만한 글을 왜 기사화했냐는 대표적 비난의 표현이다.

<오마이뉴스>의 '사는이야기' 기사에도 이런 댓글이 심심찮게 달린다(미리 이야기하지만, 이 기사는 약간의 스크롤 압박이 필요하다. 또 일기 형식의 <오마이뉴스> 기사 쓰기에 대한 개인적 소회와 변명을 담고 있다. 그러므로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거나 비난의 댓글을 달 거라면 지금 바로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거나 'ALT+F4'를 살포시 누르기 바란다).

그렇다, <오마이뉴스>의 기사는 '일기' 같은 경우가 많다. 내 기사가 대표적으로 그렇다. 내가 바로 독자들의 댓글에서 그토록 회자된 '일기 쓰는 기레기'이다. 벌써 햇수로 8년째다. 첫 기사를 쓴 게 2009년 12월이니 지금껏 버틴 걸 보면 보통 '독종'이 아니다.

<오마이뉴스>에서 가장 재미있는 기사 쓰는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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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용 시민기자 ⓒ 김학용


30대 초반, 지역 일간신문 편집부에서 일했고 원래 글쓰기 자체를 좋아한 터라 블로그를 통해 살아가는 이야기를 공유하곤 했다. 그러던 중 블로그 포스팅을 <오마이뉴스> '사는이야기' 기사 형식으로 좀 다듬어 송고하기 시작한 것이 시초였다. 목표는 '<오마이뉴스>에서 가장 재미있는 기사를 쓰는 시민기자'였다.

지금껏 쓴 기사 306건 중 222건이 '사는이야기'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기존 언론이 다루지 않는 독자적인 시각에서 누구나 공감하고 웃을 수 있게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했다. 나름 신선하다고 생각하여 올린 소재였지만, 허탈할 때도 많았다. 생활 속의 사는이야기를 기사의 기본적인 육하원칙 형식이 아닌 일기나 경험담, 수필, 주장의 형식으로 쓰기도 했기에 비아냥까지 들었으리라.

그러나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 시스템을 한 번만이라도 이해한다면 사정은 또 달라진다. <오마이뉴스>의 가장 핵심적인 슬로건은 '모든 시민은 기자다'로, 시민참여저널리즘을 표방한다. 특정한 자격 없이도 모든 시민이 자유롭게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쓸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자의 문턱을 없애고, 기사의 형식을 파괴하고, 매체 간의 벽을 허문다.

그러기에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주요뉴스로 배치된다. 개인의 사는이야기가 <오마이뉴스>를 통해 더 생생하게 와 닿을 수 있는 진짜 '리얼한' 뉴스가 되는 것이다. 반드시 사건 현장을 찾아가 직접 취재를 한 것만이 기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욕부터 하지 마시고, 같은 독자 입장의 시민기자가 쓴 글이라고 여겨진다면 다시 한번 정독하고 격려의 댓글을 부탁한다.

8년 동안 시민기자로 쓴 '사람 냄새' 나는 기사들

지난 8년여간 쓴 기사 중 기억에 남는 기사를 꼽아본다. 우선 지난 2014년까지 연재한 '직장인 일기' 시리즈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무릎을 '탁' 치며 공감할 수 있는 직장생활의 에피소드를 기록했다. (관련 기사 : 차 팔고 집 팔아 직원 월급 준 사장님, 난 못 만났다.)

또 평소에 누구나 했던 고민, 예를 들면 '세뱃돈 주는 '어르신'들께 감히 드리는 글', '축의금은 과연 얼마나 내야 할까?', '예의 없는 카톡 청첩장 괜찮은가?', '길에서 담배 피우는 고등학생 속내는?',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성인 될 때까지 법으로 금지를?' 등의 이야기를 기억해뒀다가 기사로 송고했다.

사는이야기를 쓰는 시민기자인 나에게 전문기자도 평생에 한 번 힘들다는 특종의 기회도 있었다. 지난 2012년에 쓴 '전남 광양 김영균씨의 '페이스북 거주지 표기 오류 수정' 분투기'다. (관련 기사 : 페이스북의 한국 홀대, 이 정도일 줄은...)

당시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전남 지역 일부 이용자들은 언제부터인가 자신이 사는 지역(프로필 내 정보 내의 거주지 정보) 앞에 '대전'이 붙는 이상한 사건이 일어났다. 대전 광양, 대전 순천, 대전 목포, 대전 해남... 이것을 발견한 광양의 평범한 시민 김영균씨는 직접 페이스북 CEO에게 수정을 바라는 영문편지를 보내보지만 묵묵부답이었다. 분한 마음에 이 사실을 인터뷰와 함께 기사로 송고했다. 과연 기사의 힘은 컸다. 보도가 나가자마자 표기 오류가 완전히 수정되는 쾌거를 이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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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용 시민기자 모이 페이지 ⓒ 모이 캡쳐


어디 그뿐인가, 지금은 IT 기술 발전에 힘입어 사라진 지 오래되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오마이뉴스>만의 유일한 코너로 'E노트(일종의 기사공유 서비스)'와 '엄지뉴스(모이의 전신으로 사진을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있었다. 내가 'E노트'와 '엄지뉴스'에 올인을 하게 된 배경은 단순하다. 세상의 부당함에 당당히 맞서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만든 닉네임은 '한. 밝. 우.'. 이 이름은 '한없이 크고 세상을 밝게 비추는 우리들의 친구라는 의미'로 직접 만들었다.

그리고 '엄지뉴스' 전송을 위해 언제 어디서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집과 차는 물론 손안의 스마트폰까지 3대의 카메라를 항상 지니고 다녔다. 'E노트짱'과 '엄지짱'의 영예를 시민기자 중에서 가장 많이 거머쥘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최근 엄지 뉴스의 후신으로 이슈 중심 SNS인 '모이' 시스템이 도입됐다. 엄지 뉴스에 애정을 가지고 참여해본 사람으로서 감회가 더욱 남다르다. 최근에는 스스로 '모이 전도사'임을 자임해 많은 사람에게 권유했고, 그들은 나와 함께 세상을 바꾸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관련 기사 : 사진 찍어 전송했더니 포털에... 이게 가능해?)

지난 2000년 봄, 세상에 첫선을 보인 <오마이뉴스>는 오는 2월 22일로 창간 17주년을 맞는다. 상근 직원 4명으로 시작한 <오마이뉴스>는 이제 120명의 상근 직원과 8만여 명의 시민기자가 함께하고 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모토는 이제 모든 언론이 부러워하고 따르는 한국 언론의 새로운 지평이 되고 있다.

앞으로 <오마이뉴스>는 반드시 우리 사회의 근간을 바꿔 가는 주인공이 될 것이다. 그 원천은 바로 올바른 세상을 꿈꾸는 시민기자들이다. 그리고 그 원동력은 시민기자가 쓰는 사는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늘 같은 목표로, 새롭게 거듭나는 <오마이뉴스>. 앞으로도 '시민기자에 의한 시민기자를 위한 시민기자의' 힘을 통해 삼천리 방방곡곡에 새롭고 큰 희망을 듬뿍 안겨 주리라.

내 꿈인 '<오마이뉴스>에서 가장 재미있는 기사를 쓰는 김학용 시민기자', 이제 7부 능선은 넘었다고 자부한다. PC의 초기화면은 물론 홈버튼만 누르면 <오마이뉴스>가 펼쳐지는 내 생활에서 이제 <오마이뉴스>가 없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앞으로도 내 닉네임이 담고 있는 '한없이 큰 세상을 넓고 밝게 비추는' 동반자가 되어 <오마이뉴스>와 함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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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1월 시상식에서 명예의숲 으뜸상을 수상한 김학용 시민기자.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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