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1번지'에서 시국선언한 청소년들

대구에서 집회 연 청소년단체 '대구청소년시국선언단'

등록 2017.02.18 18:10수정 2017.02.1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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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유일한 본분으로 일컬어지는 공부. 하지만 "공부만 하라"는 어른들의 질책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에 드러나거나 숨겨진 여러 곳에서 두각을 보이는 청소년들이 있고, 그리고 청소년에게 힘이 되어주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같은 고민에 속해 있는, 청소년인 필자가 직접 인터뷰합니다. 또, 청소년들이 모이고, 주최했던 행사나 모임을 취재합니다. 청소년 시민기자가 직접 발로 뛰고 집필하는 연재기획, <옆동네 1318>입니다. 

민중총궐기에서의 '함성'을 넘어, 현실 정치에 점점 청소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미니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서울 외의 지역에서 집회, 행동 등을 통해 '열심히 뛰고 있는' 청소년 행동 단체/주체를 인터뷰합니다. 이번 차례에는 '보수 1번지'라고 불려왔던 대구에서 시국선언을 연 청소년을 인터뷰합니다. 다음 행선지는 미정입니다. 확실한 것은, 마지막 행선지가 서울이라는 것입니다.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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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정류장에 나붙은 '하야 트리' ⓒ 대구청소년시국선언단


그간 '보수 1번지'로 불리어왔던 대구는 지난 총선을 기점으로 '이변'을 보이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의 당선이 가장 큰 예인데, 최근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대구시민들이 '보수 1번지'의 '법칙' 아닌 '법칙'을 그대로 '엎어버리기' 시작했다. 거리를 꽉 채울 정도의 촛불이 토요일 밤의 동성로 거리를 꽉 채웠다.

이 곳의 청소년들 역시 집회에 참여했다. 이 곳의 청소년들이 가장 돋보였던 것은 '기차놀이'를 만들어 시국집회에 참여한 것. 꽤 많은 대구 지역의 청소년들이 시국선언, 행진 등을 하기도 했다. 시민 참여가 가능한 행동을 했던 것도 돋보였다. 시국 삼행시, '내가 바라는 대통령은?' 등 다양한 부스를 통해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었다.

그래서, 대구광역시에서 청소년 집회를 열었던 '대구청소년시국선언단'을 지난 13일 저녁 동성로에서 인터뷰했다. 어떤 생각으로 집회에 임했을까, 어른들의 '좋지 않은 시선'에는 어떻게 대처했을까. 인터뷰 전문에서 확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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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응한 '대구청소년시국선언단'. 왼쪽이 박정인 씨, 오른쪽이 이다은 씨, ⓒ 박장식


- 만나서 반갑다. 누구를 만나던 자기소개 먼저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이다은: 대구 도원고등학교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가는 이다은이다. 청소년교육문화공동체 '반딧불이'와 산하 모임 청소년인권광장 'S.A.M.'에서 활동했다가 시국집회 때에 집회에 참여해 주시는 시민분들이 같이 즐길 수 있는 즐거운 집회로 만들고 싶어 청소년시국선언단에 들어오게 되었다.


박정인: 정화중학교 2학년에서 3학년 올라가는 박정인이다. 'S.A.M'과 '반딧불이'에서 활동하다 시국 관련 행동을 하고, 청소년도 '집회에 나올 수 있다!'를 보여주기 위해 청소년시국선언단에 오게 되었다.

- 세 개의 단체가 나왔다. '반딧불이', 'S.A.M', '대구청소년시국선언단'. 이 세 단체에 대한 소개를 해 주실 수 있을까.

이다은: '반딧불이'는 오래 전 마을 도서관 같은 공부방에서 시작한 공간이었는데, 청소년 활동을 지원하는 단체로 되었다. 그러면서 청소년 인권 관련 사업을 주로 진행하고 있는데, 산하 모임에 'S.A.M'을 두고 있다. 청소년들이 인권과 관련된 자신의 의견을 소통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에서 '청소년인권광장'이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다. 반딧불이에서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사업, 그리고 청소년 축제 기획 등을 하고 있다.

박정인: 대구청소년시국선언단은 올 해 S.A.M 활동을 끝날 무렵에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대한 논란이 크게 일어나면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자'라는 이야기가 나오며 시작하게 되었다. 다른 청소년분이 시국선언문을 만드시면서 착착 진행이 되기 시작했고, 11월 11일 있었던 2차 시국대회 때 기자회견을 열며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토요일에 집회에 부스를 운영하고 있고,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은 집회 외에도 청소년 참정권 관련 행동이나 현재 시국 이후의 대한민국에 대해 생각하는 모임을 갖고 있다. 시국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더 나아가 민주주의 등에 대한 이야기까지 할 계획이고, 현재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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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청소년시국선언단의 부스를 방문한 시민들이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이라는 주제로 쪽지를 쓰고 있다. ⓒ 대구청소년시국선언단


- 사실 다른 지역 청소년 집회와는 다른 풍경이 눈에 띄었다. 청소년이 운영하는 부스를 운영하셨다. 다양한 주제의 부스를 운영하셨는데, 어떤 주제의 부스를 운영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런 부스를 운영할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하다.

박정인: 처음에는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이라는 주제의 부스 운영을 했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어떨까?'라는 주제로 부스를 만들었는데, 시민들의 참여율이 높았다. '올 해 지구에서 사라져야 할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쓰레기통을 갖다놓고 사람들이 쪽지를 접어 던질 수 있게도 했었다. 시국 관련 3행시를 붙일 수 있게 하기도 했고, 촛불을 꽂는 종이컵을 꾸밀 수 있는 부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다은: 처음 낯선 장소에 들어왔을 때처럼, 처음 시국대회에 갈 때는 '뻘쭘'하더라. 어떻게 참여할지도 모르겠고, 어디 앉을지도 모르겠는 것이었다. 나같은 사람도 쉽게 집회에 참여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시국과 관련된 부스를 운영했다. 부스를 운영하다 보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시민들이 많아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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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직접 만든' 피켓. ⓒ 박장식


- 재미있는 퍼포먼스를 하셨다. 기차놀이 퍼포먼스를 비롯해 참정권과 관련된 '즉석피켓' 퍼포먼스를 선보이셨는데, 어떻게 이런 퍼포먼스를 기획했는지 알 수 있을까.

이다은: 그 날에 세월호 1000일 기념제 형식으로 집회가 열렸었다. 세월호를 기억하자는 의미의 퍼포먼스를 하려고 했는데, 어떻게 하면 시민분들이 퍼포먼스를 더 효과적으로 볼 수 있을까, 그리고 더 기억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나온 것이 기차놀이였다. 끈을 잡고 시국대회가 열리는 장소를 돌았는데, 많은 시민들이 봐주신 것 같다.

박정인: 청소년 참정권과 관련해 '길에서 직접 만드는 피켓'을 만들었다. '만들어진 피켓' 대신 우리의 뜻을 여과없이 담아낼 수 있는 피켓을 직접 만들어서 시민들에게 청소년 참정권과 관련된 우리의 의견을 표현해냈다. 피켓은 한 장에 한두 글자씩 크게 써서 그 피켓을 모아 한 줄로 들고 서 있는 것이었는데, 많은 시민들이 봐 주시고 응원도 해 주셨다.

- 그렇다면 다른 질문으로 넘어가볼까 한다. 대구광역시가 그간 '보수 1번지'로 불리울 정도로 보수세 강한 지역이었는데, 이렇게 집회를 하면서 있었던 좋지 않은 일이 있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박정인: 버스 정류장이나 길거리에서 부스를 운영하거나 퍼포먼스를 하고 있으면 어른들이 와서 우리에게 계속 쓴소리를 하시는 것이었다. '이깟 집회가 뭐라고 차가 못 지나다니냐'부터 시작해서, '왜 버스 막느냐' 등등... 시청 교통과 공무원이 된 기분이었다. 11월까지만 해도 우리한테 '공부나 하지 왜 여기서 이러느냐'고 하는 시민분들이 많았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열심히 한다'며 칭찬해주시는 어른분들이 많다.

이다은: 사실 예전 같았으면 '무지하게 욕을 먹었다.' 지나가는 차 안에서 시위 대오를 보고 창문을 내리며 욕을 하는 분들도 계셨다. 그렇지만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의 자세한 내막이 알려진 이후 이제는 차 창문이 내려가면 '욕' 대신 '박수'를 쳐주시고 환호성도 질러주신다. 이제는 공부나 하라는 말 대신 '고생이 많다'는 말씀을 해주신다.

- 청소년들이 이렇게 '한 덩어리'로 뭉치고, 많은 언론들이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가진 것이 사실 '처음'이긴 하다.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뒷받침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다.

이다은: 시민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권리가 참정권이고 선거권이라는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다. 모든 시민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 기회가 마련되는 것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생각이 잘못 되었을 수도 있다., 주변에 또 차별받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바꾸어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정인: 청소년이라고 따로 구분지어서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청소년이 완전히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 대구청소년시국대회, S.A.M, 반딧불이의 앞으로의 계획을 알고 싶다. 개인적으로 '했으면 하는 것'도 말씀해 주셨으면 좋을 것 같다.

박정인: 청소년시국대회는 탄핵이 확정날 때까지 집회에 참여하고, 부스도 계속 열 계획이다. 대선 전까지는 청소년 참정권과 관련된 활동을 이어나가려고 한다. 대선이 끝나면 S.A.M에서 청소년에 대한 인식 개선과 관련된 활동을 하려고 한다. 반딧불이는 올해도 아마 여러가지 활동을 하지 않을까.(웃음)

이다은: 지금 시국대회에서도 혐오나 차별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혐오나 차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 그래서 이에 대한 경계 의식이 조금이나마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래서 혐오나 차별발언에 대한 인식 개선 캠페인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인데, 청소년들이 직접 대선후보를 뽑아볼 수 있는 '모의 투표'를 한 번 해 보고 싶다. 또 청소년 인권조례를 청소년의 의견을 담아 만들고 싶다.

- 마지막 질문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묻는다. 앞으로의 목표 이야기이다. 진로나 진학에 대한 이야기도 좋고, '나는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도 좋다.

박정인: 마라도에 집을 지어보고 싶지만, 사실 꿈이 워낙 많아 무엇인가 정하기 힘들다. 확싫한 것은 무엇을 하더라도 '내일이 없는', 오늘을 마음껏 즐기는 삶을 살고 싶다.

이다은: 지금처럼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면서 살고 싶다. 행복하고, 즐겁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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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성로에서 '2017 지구에서 사라져야 할 것들'이라는 주제로, 참가자들이 쓰레기통에 쪽지를 써서 던지고 있다. ⓒ 대구청소년시국선언단


각 지역을 돌면서 '특이한' 사례를 많이 찾을 수 있었다. 서울 지역보다 자유로운 시위 분위기, 그리고 다양한 청소년의 참여, 그리고 '고등학교기'를 들고 참여한 청소년 등을 들 수 있었겠지만, 사람들의 '시선집중'을 유도하는 부스 운영, 그리고 '기차놀이' 등은 대구청소년시국선언에서 볼 수 있었던 특이하면서, 재미있었던 '집회 운영 방식'이 아니었을까.

사실 집회가 단순히 '시국선언문'을 읊고, 일정한 구호를 외친 뒤 해진 거리를 행진하는 방식으로만 이루어질 필요가 없다. 시대가 바뀌고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바뀌니 만큼, 그리고 그 집회 안에서도 각자가 내는 목소리가 다르니만큼 다양한 이야기-맨 앞에서 외치는 사람 말고 시민들까지-가 집회에 반영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옆동네 1318은 우리 사회의 '멋진 청소년'이라면 누구라도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제보는 trainholic@naver.com으로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에 참여하실 분의 '자천'도 환영합니다. 인터뷰 요청은 2월까지 받겠습니다.
#청소년 #집회 #시국선언 #청소년 #대구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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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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