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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덕에 서울구경"... 이 청소년들의 진짜 고민은?

[인터뷰] 대구 대곡고등학교 연극동아리 '일루전'을 만나다

17.02.25 17:32최종업데이트17.02.2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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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유일한 본분으로 일컬어지는 공부. 하지만 "공부만 하라"는 어른들의 질책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에 드러나거나 숨겨진 여러 곳에서 두각을 보이는 청소년들이 있고, 그리고 청소년에게 힘이 되어주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같은 고민에 속해 있는, 청소년인 필자가 직접 인터뷰합니다. 또, 청소년들이 모이고, 주최했던 행사나 모임을 취재합니다. 청소년 시민기자가 직접 발로 뛰고 집필하는 연재기획, '옆동네 1318'입니다. 

7월부터 10월까지, 청소년들이 만들고 직접 꾸며낸 연극과 영화를 뽐낼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같은 학교 연극 동아리의 친구들끼리 전국의 고등학생들과 경쟁하는 '전국청소년연극제'의 예선전부터 본선까지의 장이 7월부터 8월까지 있었고,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청소년들끼리 서로가 만든 영화를 출품하는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9월부터 10월까지 개최되었습니다. 

그래서 옆동네 1318 안의 작은 기획 '연&영 1318'을 준비했습니다. 전국청소년연극제와 그 예선전에 출전한 학교 동아리, 그리고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 출품한 청소년 중 제가 찜한 청소년 감독과 배우를 인터뷰 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이러한 청소년 문화축제에 대해 다시 되돌아보는 별도의 섹션을 마련해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순서는, 대구청소년연극제 대상을 수상하고 전국청소년연극축제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대구 대곡고등학교 '일루전'을 인터뷰했습니다. - 기자 말

대곡고등학교 시청각실에서 '포즈'를 잡은 이들. 왼쪽부터 김혜수 씨, 최유빈 씨, 김가을 씨, 유진 씨, 강시형 씨. ⓒ 박장식


작년 6월 대구 대명동의 소극장 세 곳에서 청소년 연극축제가 열렸다. 대구 원화여고, 혜화여고 등 19개 학교에서 참여한 이번 행사에서 무대 위에 오른 청소년들의 '혼신 연기'를 볼 수 있었다. 이 중에서도 가장 멋진 연기를 펼쳤던 학교가 있었다. 바로 대곡고등학교 연극 동아리 '일루전'이었다.

일루전은 해외 연극인 <Lovepool>을 번안한 한국 연극 <널 모를 리가 있겠니>를 상연했다.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작품이었는데, 심사 위원에게 만점을 받아 대구 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뒤이어 지난 8월 서울 동숭아트센터에서 열린 전국청소년연극제에서는 우수상을 받았다. 지난 2011년부터 세 번 지역 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했지만, 서울에서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사실 어쩌다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대구 지역 단체를 만나던 중에 대곡고등학교 학생이 있어 명함을 전달했는데, 그 학생이 3학년 부장에게 전달해주고, 다시 2학년 부장에게 전달하면서 2월 14일 인터뷰가 성사되었다. 대곡고등학교 시청각 실에서 만난 '일루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만나서 반갑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고 싶다. 
김혜수: "대곡고등학교 일루전 8기이고,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가는 김혜수다. 연극 '널 모를 리가 있겠니'에서는 연극 스태프를 했었다. 학생문화센터에서 열렸던 '대구 동아리페스티벌' 에서는 주연으로 서 봤다."

황유진: "일루전 8기 연기장 황유진이다. 여러 작품에서 배우로 무대에 섰었고, <널 모를 리가 있겠니>에서는 조연을 했었다. 학교폭력을 묵인하는 학급 반장 역할로 나왔었다."

김가을: "일루전 8기 연출장 김가을이다. 조연으로 무대에도 서 봤지만, 연출 담당이어서 <널 모를 리가 있겠니>를 비롯한 여러 연극에서 연출을 맡았다."

강시형: "<널 모를 리가 있겠니>에서 나사 빠진 '박쥐' 역할을 맡았다. 이리 붙고, 저리 붙는 역할이었다. 일루전 8기의 강시형이다. 익살스러운 캐릭터를 많이 맡고 있다."

최유빈: "일루전 8기 부장 최유빈이다. 동아리 축제에는 주연으로 섰지만, '널 모를 리가 있겠니'에서는 스태프 역할을 했었다. 연기보다는 스태프 위주로 무대 뒤에 서 왔다."

대구학생연극축제에서 공연한 대곡고 '일루전'의 모습 ⓒ 대곡고등학교


- 연극 동아리 '일루전'에 대한 소개를 해 주실 수 있을까.
최유빈: "8년째 대곡고등학교를 지키고 있는 연극 동아리 '일루전'이다. 대구청소년연극축제에서 대상도 세 번 받았고, 서울 대회에도 연속으로 두 번 다녀왔는데, 이번에는 3등을 하며 우수상을 받았다. '일루전'은 영어 illusion에서 따 왔는데, 연기 자체가 '환상' 그 자체이기 때문에 1기 부장이 그런 이름을 지었다."

김가을: "처음에는 자생 동아리로 시작했다고 한다. 연습실도 없고, 학교의 지원도 없어 옥상이나 빈 교실에서 연습을 했다고 한다. 점점 학교의 인정을 받으면서 학교의 지원도 많이 받고 있고, 지금은 시청각실에서 연습을 할 수 있게 해 주셨다. 지금은 동아리실도 있고, 학교 이름을 많이 알리고 있다."

강시형: "3월에 신입생을 모집한다. 사실 다들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오는데, 6월에 바로 대구청소년연극제가 있어서 바로 연습을 시작해야 한다. 학원도 빼고, 보충이나 야간자율학습 시간도 빼면서 진지하게 연극 연습에 임하게 된다. 6월 대회에서 대상을 받으면 바로 8월에 열리는 전국대회를 준비해야 한다. 방학을 거의 반납하고 연습을 한다. 10시까지 연습하고 집에 가는데, 대구 버스가 빨리 끊겨서 고생을 많이 했었다."

김혜수: "전국대회가 끝나면 바로 단막극을 준비한다. 대구교육청에서 '역사 테마 단막극'을 하는데, 단막극이 끝나면 또 다시 동아리 페스티벌을 준비해야 한다. 동아리 페스티벌은 10월에 열린다. '수능 굿바이 특집'으로 11월에 동성로에서 개최한 청소년 축제 무대에도 섰고, 학교 축제에는 지금은 고3이신 2학년 선배들이 서 주셨다. 정말 1년이 금방 간다. 그러면서 집보다 익숙해진다."

김가을: "지금이 무대에 설 별다른 일이 없다보니 제일 자유로운 시간이다. 1월부터 2월까지는 학업에 집중할 유일한 시기이다. 사실 공부는 뒷전이고 연극을 하게 된다."

- 전국청소년연극축제, 그리고 대구청소년연극제에서 선뵀던 <널 모를 리가 있겠니>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황유진: "몸이 불편한 아이를 두고, 그 친구의 불편을 모른 척 하거나, 오히려 불편하게 하거나, 심하면 괴롭히고 성추행도 하는 등, 그런 학교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연극이다. 다리가 불편한 주인공이 '다리병신', '다병'으로 불리는 등 학교폭력에 시달리다가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결국 전학까지 가는 이야기다."

김가을: "결론적으로는 전학으로 끝나면서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커튼콜에 '동창회'를 여는 씬이 있다. 주인공에게 사과하고, 좋게 마무리가 되는데, 관점에 따라서는 그 장면도 완전한 화해로 보지 않을 수도 있다."

<널 모를 리가 있겠니>의 한 장면. ⓒ 대곡고등학교


- 전국청소년연극제에 참여하기 위해 먼 거리를 오갔다. 그 때의 이야기를 들어볼까 한다. '일루전'의 서울유랑기?
최유빈: "새벽 5시에 학교로 모였다. 배우들은 가서 분장을 해야 했기 때문에 '생얼'로 나와야만 했다. 잠도 덜 깬 상태로 소품을 옮겨놓고, 아직 잠을 안 깬 애들 집에 쳐들어가서 끌고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점심쯤 서울에 도착했다. 차 안에서 컵밥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휴게소에 들렀는데 '끌려나온' 친구가 화장실 세면대에서 머리를 감기도 했다."

김혜수: "도착했을 때가 10시 반 정도였는데, 동숭아트센터에서 소품을 옮기고 무대를 설치했다. 배우들이 리허설 하면서 스텝들이 밥을 먹었는데, 리허설 끝나고 배우들이 밥을 먹었는데 시간이 안 되는 사람은 먹지도 못했다. 연극이 거의 정신없이 진행되느라, 배고픈 줄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강시형: "연극이 진행되는 중에 소품을 중복으로 가져오는 NG 상황이 있었다. 야한 잡지를 가져와서 넘겨주는 장면이었는데, 야한 잡지를 둘 다 들고 있어서 애드리브로 '야! 너도 샀냐!' 라고 했었다. 대구 대회에서는 소품의 포장을 실수로 뜯어서 소리가 라이브로 재생되었던 적도 있었다. 또 무대 뒤의 준비공간도 충분하지 않은데다가, 천으로만 대충 처리를 해놔서 조심하느라 고생했다."

김가을: "우여곡절 끝에 공연하고 내려왔는데, 서울 구경은 '김치찌개랑 계란말이' 밖에 못 했다. 한강도 들어서기 전에 다들 잠들어서 이순신 동상이랑 연세대 정문을 버스에서 구경한 것 외에는 서울 구경은 전혀 하지도 못 했다."

최유빈: "이번에 서울을 처음 구경했는데, 버스 정류장이 한가운데에 있는 것 보고 신기했다. 역으로 가을이를 데리러 가는데 지하철도 신기했다. 다음번에 서울 가면 그냥 눌러 살고 싶었다."

연극 시작 전 '손을 모으고 있는 모습.' ⓒ 대곡고등학교


- 연극부 활동 하면서 가족과, 친구, 연극부와 관련 없는 선생님들과 갈등을 빚었던 적은 있지 않나. 특히 부모님은 '공부는 안하고 만날 늦게 들어온다'고 하실 텐데.
최유빈: "부모님은 늦게 들어온다고 뭐라 하신다. 원래 통금이 6시인데, 고딩 한테 통금 6시는 너무 가혹하다. 또 애들이 시험 끝난 날, 단축수업 한 날 다 같이 노는데 연습 때문에 놀지를 못하니 소외감이 장난 아니다. 또 수학여행 끝난 날 학교 앞에서 버스에 내려 집 가는 것이 아니라 시청각실에서 연습한 적도 있다."

김가을: "시간을 맞추려면 학원을 빼야 한다. 학원 빠지는 것 때문에 학원 쌤과는 물론 부모님과 갈등이 있다. 그럴 거면 연극부를 나오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2학년 때는 공부하라'면서 연극부 활동을 그만두기를 권유하시다가 부모님과 갈등이 있기도 했다. '무조건 성적을 올리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연극부 활동을 하고는 있는데, 2학년 때 더 바빠져서 걱정이다."

김혜수: "나는 더욱이 학원에서 진짜 잘렸다. 오지 말라고 연락이 오더라. 가기 싫었는데 오히려 후련했지만 부모님이 혼내실까봐 두려웠다. 처음에는 학원 빼라고 선배들이 말해서 그것 때문에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이해가 간다. 그렇게 하지 못했다면 대상을 수상 받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 우리도 내년에 그럴 것 같다."

강시형: "선생님께 '연극 연습 간다'며 보충을 빠지기가 두렵다. 말하기가 무섭다. '너네 연극부는 뭘 그렇게 대단한 걸 하기에 보충을 째냐고' 말씀하신 경우도 있고, 연극부 담당 쌤은 다른 쌤들 민원처리 받느라 고생이 많으시다."

황유진: "딱히 갈등은 없었다. 귀가가 늦다고 가족이 걱정하긴 했었는데, 연극부 덕분에 꿈이 바뀌어서 부모님이 밀어 주신다. 연기학원도 끊어주신다고 하신다."

- 진학과 진로에 고민이 많은 듯하다. 연극부를 통해 진로를 이쪽으로 튼 경우도 많은데.
김혜수: "원래 의상이랑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연극부에 들어왔는데, 연극부에 있다 보니 연극 연출에 관심이 많아져서 이쪽으로 진로를 틀었다. 대학은 연극영화과를 노리고 있다."

강시형: "어렸을 때부터 할리우드 진출이 꿈이었다. 유치원 때에는 다들 그랬듯이 대통령이었었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할리우드 배우가 되는 것을 자신 있게 꿈에 적어냈다. 그래서 고등학교도 연극부가 있는 학교로 골랐다. 연극을 하면서 점점 배우라는 꿈이 확고해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 당장의 꿈은 중앙대 연극영화과 진학이다."

황유진: "원래 모델이 꿈이었다. 키가 안 커서 '9급 공무원 시험'을 보려고 마음먹은 상태에서 연극부에 들어왔는데, 하다 보니 이쪽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연극영화과 입시 준비를 하고 있는데, 배우로 잘 되면 브랜드 모델이 될 수 있을 테니 한 번 노려보고 싶다."

김가을: "원래 연출에 관심이 많아서 조연출부터 쌓아보려 들어왔다. 그런데 내 자신의 한계가 오고 있어서 '잘 해낼 수 있을까',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심하게 온다. 연극부에서의 활동은 즐겁지만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을지는 고민해보고 있다. 아마 올해까지는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최유빈: "처음에는 꿈이 쇼핑몰 운영이었다. 우리 오빠가 연극부를 하고 있어서 큰 생각 없이 패션 때문에 오려고 했는데, 동아리 축제 때 주연을 맡아보고 나서 너무 벅찼다. 그런데 나도 가을이처럼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나도 올해까지 계속 고민해 볼 생각이다."

- 사실 청소년 연극으로 보여줄 수 있는 스펙트럼이 좁다. 대본 몇 개를 여러 학교가 '돌려쓰는' 경우가 많고 한정된 배경을 써야만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김가을: "중앙로에서 10분짜리 연극을 선 것도 직접 작품을 만들어 겨우 올랐는데, 우리들이 보기에는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물이 나왔다. 하물며 1시간짜리 연극은 오죽하겠는가. 직접 우리가 연극 각색을 하는 것도 오래 걸리는데, 직접 쓰려면 학업을 포기해야 가능할 수준이다. 그래서 이미 있는 대본을 골라야 하는데, 찾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이미 쓸 만한 대본도 많이 우려먹었던 것이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라던가….

강시형: "우리는 꼭 우리와 관련된 내용을 다뤄봐야지, 하는 고정관념에 물들어있는 것 때문에 다양한 대본을 쓰지 못하는 것 같다. 또 소품이나 공간의 제약도 있는데 대회 장소가 큰 물건을 들이기도 어렵고, 장비를 쓸 수 있는 폭이 좁은데다가, 예산도 한정되어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공연했던 곳도 필수 장비를 넣어둘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데다가 준비하기도 어려웠을 정도였다."

김혜수: "다른 내용을 할까 마음을 먹어도 주제가 다양하지 않다. '7080' 얘기라던가 '학교 폭력'과 관련된 내용이 사실상 전부이다. 그 주제를 넘어설 수 있는 다양한 대본들이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돈 주고 살 수 있더라도, 누군가가 써 주셨으면 좋겠다."

역사테마 단막극 경연대회에 오른 대곡고등학교 일루전 ⓒ 대곡고등학교


- 다들 해보고 싶은 배역이 있지 않을까. 
최유빈: "인상 때문에 지금까지 세고 나쁜 역할만 많이 해 봤다. 그래서 이제는 착하고, 바른 역할 한 번 맡아보고 싶다. 모범생이 주인공, 그리고 정의의 히어로 역할 같은 그런 역할 말이다."

김가을: "연극의 비중은 많지 않지만 '신 스틸러' 한 번 해 보고 싶다. 마동석이나 라미란처럼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명품 조연이 되어보고 싶다."

황유진: "일말의 변명 여지도 없는 악역을 해 보고 싶다. 너무 나빠서 무서울 정도의, 그런 '싸이코' 악역 말이다."

강시형: "여태까지 연기했던 것이 캐릭터를 받쳐주는 조연 역할이었다. 주인공이 한 번 되어보고 싶다. 해보고 싶은 배역은 극과 극인데,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사람'도 해보고 싶지만 유진이처럼 정말 악역, 범죄자가 되어보고 싶다. 배우 정웅인을 닮았다는 이야기를 가끔 듣는데, <너목들>의 정웅인 같은 악역 한 번 해 보고 싶다."

김혜수: "지금까지 진지하고 애절한 역할만 많이 맡아봤었다. 이제는 개그 캐릭터나 '깨방정' 터지는, 연극의 <웃음 사냥꾼> 역할을 해 보고 싶다."

- '일루전'의 앞으로 계획을 묻고 싶다. 어떤 연극을 올려보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대회에도 나가보실 계획이 있는지.
최유빈: "이번에는 즐기면서 연극을 해 보고 싶다. 대상을 받지 않아도 후회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냥 단순히 즐겁게, 즐기면서 대회에 한 번 임해보고 싶다. '상' 하나만 바라보면서 그것 때문에 맘 상하지 않고, 그냥 재밌게 연극을 꼭 해보고 싶다."

김가을: "외부에서 공연을 많이 해보고 싶다. 대회는 암만 재밌게 하더라도 긴장을 타야 하는데, 외부 공연은 단순히 재밌게 즐길 수 있다. 그래서 다양한 장소에서 연극을 상연하고 싶은데, 특히 고아원, 아동복지원, 그리고 노양 요양복지원과 같은 곳에 가서 웃음을 안기고 오고 싶다. 지금까지는 겁도 났고 기회가 안 나서 연락을 못 드렸는데, 만일 이것을 보고 연락 주 시면 좋겠다."

강시형: "상 못 받아도 계속 동아리가 잘 운영되었으면 좋겠다. 대곡고 하면 연극부가 떠오를 수 있고 여러 해 동안 이 자리를 '버틸 수 있는' 그런 동아리로 거듭날 수 있으면 좋겠다. 기왕이면 '이 분위기 그대로' 말이다."

김혜수: "기회가 있다면 또 서울에 가보고 싶다. 기왕이면 전국대회 때문에 가는 것이 좋겠지만, 3년 연속 대상을 받는다는 것이 사실 어렵다. 전례가 있었나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끼리 서울에 가서 차창 밖으로만 봤던 광화문 앞에 서 보고 싶다. 한복 빌려 입고 기념사진도 찍고 말이다."

명확하게 연극 쪽으로 꿈을 선택한 청소년들도 있지만 아직은 고민해볼 것이 많다는 이들. 남들은 무서워서, 아니면 기회가 없어서 지나치곤 하는데 이들은 무대 위에 서고 뒤를 진두지휘하는 멋쟁이들이다. 자신의 재능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진로가 언제나 명확한 것은 아니고, 대학에 가서라도, 40대 때에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 "즐거우면 된다"며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잘 되리라는 느낌이 든다. 이들에게 지금 가장 어울려 보이는 곳은 무대겠지만, 어떤 곳에 서더라도 그곳을 무대처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옆동네 1318은 우리 사회의 '멋진 청소년'이라면 누구라도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제보는 trainholic@naver.com으로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에 참여하실 분의 '자천'도 환영합니다. 인터뷰 요청은 2월까지 받겠습니다.
청소년 청소년 연극 고등학교 동아리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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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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