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치기 전까지는 정치에 관심 끊어라?

[주장] 18세 선거권 논쟁에서 청소년을 배제하지 말라

등록 2017.02.19 12:14수정 2017.02.19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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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8세 선거권 즉시 통과 촉구 농성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연령 만18세 인하 법안의 입법을 촉구하는 국회 앞 농성에 2월 13일(월)부터 돌입했다. 사진은 정의당원 배준호 페이스북 ⓒ 배준호




13일 '국회의장-4당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서 야 3당은 자유한국당의 반대를 고려한 '만 18세 선거권 절충안'을 발표했다. 절충안은 이번에 만 18세 선거권을 명문화하되, 적용은 2020년에 하자는 내용이다. 자유한국당은 정우택 원내대표가 전국위원회 참석을 위해 먼저 자리를 뜬 사이 야 3당이 자기들끼리 합의하고, 그 결과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절충안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13일 논평에서 '학교가 선거판으로, 교실이 정치판에 휩쓸려 학생들의 학습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다는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의 간절한 바람을 담아' 학제개편과 연계하지 않은 선거연령 인하에 반대했다. '18세 선거권 여부는 게임의 룰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교육과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사안임을 명심하기 바란다'는 문장으로 끝낸 이 논평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의 입장과 맥락이 비슷하다.

한국교총은 지난달 20일 입장문에서 "선거연령 18세 하향은 참정권 확대 등 정치적 기본권 측면에서만 접근해야 할 사안이 아니다"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기본권)를 어떻게 구체화 시키고,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지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고3에게 (기본권이) 바로 도입될 경우 학교 및 교실의 정치장화, 선거장화는 불을 보듯 자명하다"는 논리로 선거권이 입시에 방해가 되는 요소임을 주장했다.

참정권 논의에서 청소년은 어디에?

원내에 94석을 가진 보수 기득권 정당인 자유한국당과 교원의 사회적·경제적 지위 향상과 교권의 옹호·확대 등을 위해 조직한 전국 교직자 단체인 한국교총의 입장에서 '청소년'은 없다. 그들에게 청소년은 선생님과 학부모의 보호 속에서 선거와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입시'에만 열중해야 할 '우리 아이들'일 뿐이다.

그들은 청소년이 만 19세가 될 때까지, 적어도 수능을 치기 전까지는 정치에 무관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 18세는 입시에 올인하며 자신의 기본권과 자유를 유예하는 기간이며, '정치'로 더럽혀서는 안 되는 신성한 시기이다. 그게 자유한국당과 한국교총이 말하는 대한민국의 '교육'과 '청소년의 존재 의미'의 전부다.


대입이 곧 교육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은 참담하다. 대입을 위해서 청소년의 기본권을 포기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교육자와 정치인의 목소리는 끔찍하다. 대한민국의 청소년이라면 누구도 '권리'로 여기지 않는 입시억압과 무한경쟁을 '학습권'이라는 이름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저들은 과연 교육자이고 정치인인가. 그들이 박탈하고 배제하는 것은 '만 18세 선거권'이 아니라 '시민 청소년'과 '국민 청소년'이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입시에 매진하는 청소년에게 후보를 검증할 시간이 있겠냐는 질문에서 잘못된 점은 '후보를 검증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 과도한 입시경쟁'이지 '만 18세에게 선거권을 주는 일'이 아니다. 미성년자는 정치적으로 미숙하며 독자적 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의 2014년 결정에서 우리는 '청소년을 정치에서 배제한 결과인 정치 교육의 부재'의 해결책을 고민해야지, '만 18세 선거권'을 부정하는 근거를 찾아서는 안 된다.

시민이자 국민으로서의 청소년을 '보수 세력의 정치적 불리함'에 따라 입시와 공부의 노예로 전락시키는 보수정당 정치인들에게 말한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그게 정치냐! 교육자라는 이름을 달고 사교육의 '입시 전문가'와 다를 바 없는 입장을 한 치의 창피함도 없이 당당히 발표하는 교총과 교육계 어른들에게도 말한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그게 교육이냐! 나를 비롯한 청소년은 우리나라의 정치와 교육이 너무나도 부끄럽다.

#18세 참정권 #청소년 #청소년인권 #한국교총 #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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