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워졌단 기능시험, 이렇게 했더니 95점 합격

[체험기] 예비 대학생의 재미있는 '불면허' 도전기

등록 2017.02.17 21:15수정 2017.02.17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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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운전면허 시험이 어려워진 가운데, 예비 대학생이 '면허시험 도전기'를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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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운전면허 주행시험 서부운전면허시험장의 주행시험 출발선에 서 있는 차량 ⓒ 조창현


"으악! 수능도 불수능인데 면허도 불면허라니..."

2016년 11월 17일. 수능이 끝나니 정말 할 일이 없다. 집에서 뒹굴거리고 뒹굴거리고 또 뒹굴거리다 지쳐서 '뭐하지?' 고민하던 바로 그때 '수능 끝나면 운전면허 따야지!'라던 수능 전 다짐이 떠올랐다. 바로 인터넷을 검색하니 12월 22일부터 운전면허 시험이 어려워진다는 소식이다. 오늘은 12월 18일. 어려워지기 전에 당장 가서 따야했다. '으악!! 너무 늦지는 않았겠지?'

나는 2종 보통(자동) 운전면허를 따기로 하고 서울 서부운전면허시험장을 찾았다. 운전면허시험은 학과(필기)시험, 기능시험, 도로주행시험 총 3가지로 나눠 진행된다. 운전면허시험장에 가면 먼저 신체검사와 교통안전교육을 받은 뒤 학과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학과시험은 문제은행 방식으로 730문제 중 40문제가 랜덤으로 출제되고 60점 이상이면 합격이다(12월 22일 이후 강화된 시험에서는 1000문제 중 40문제가 출제된다고 한다).

학과시험은 발로 풀어도 합격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하지만 내 기준으로는 문제의 난이도가 그리 낮지 않았다.(물론 안전문제 같은 쉬운 문제도 많이 나오지만!) 나는 4일 정도 스마트폰 앱으로 공부한 뒤 80점대의 점수로 무난히 합격했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학과시험에 통과하면 바로 기능시험을 볼 수 있다. 나는 학과시험에 통과한 그날(21일) 곧바로 기능시험을 보려고 했다. 하지만 '내일부터 운전면허 시험이 강화되기 때문에 오늘은 기능시험이 실시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를 받았다. 이런 것은 미리 알려줬어야지...

절망적이었다. 결국 나는 운전면허시험 강화 첫날인 22일에 기능시험을 보게 됐다. '아 조금만 서두를 걸'하는 후회가 밀려왔다(집에서 부모님께 한 소리 들었다. "너는 수능 끝나고 한 달간 뭐했니, 진작 운전면허시험이나 보지" 진짜 나는 뭐했을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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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운전면허시험장 서울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 모습 ⓒ 조창현


강화된 기능시험은 300m를 주행하면서 차량조작능력, 차로 준수·급정지 외에 T자 주차(직각 주차), 좌·우회전, 신호교차로, 경사로, 전진(가속)의 5개 항목이 추가돼 총 7개의 항목을 평가한다.
   
나는 기능시험을 보기 전에 먼저 서울 성산자동차운전전문학원에서 4시간의 기능교육을 받았다(나는 이때까지 자동차 핸들을 한 번도 잡아보지 않았다. 물론 부모님이 운전하는 차의 뒷자리에 자주 타보기는 했다).


한 시간 동안 교육을 받고 처음 든 생각은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걸 하고 있나. 포기할까'였다. 처음 하는 운전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 급정지, 경사로 직진까지는 어떻게 해보겠는데, 문제는 좌·우회전과 직각 주차였다. 좌·우회전을 할 때 핸들을 얼마나 돌려야하는지 몰라서 자꾸 선을 밟았다. 마음이 자꾸 위축되니 나중에는 직진할 때도 중앙선을 밟기 일쑤였다.
   
사실 교육 받기 전에 아빠께 운전을 조금만 가르쳐 달라고 졸랐다. 하지만 "잘못하면 부녀지간에 큰 싸움난다. 학원 가서 정식으로 배워라. 내 목숨도 귀하다"라는 말만 들었다. 내 목숨은요…?
   
다행히 운전학원 자동차는 대시보드 위에 차선 맞추는 것을 도와주는 까만색 유도장치 같은 것이 달려있다. 그게 양쪽 차선의 가운데에 오도록 운전하면 차선을 쉽게 맞출 수 있다. 이런 요령을 터득하니 운전이 조금은 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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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시험 주행시험을 보는 차량 ⓒ 조창현


부모님 운전할 때 그렇게도 쉬워보이던 주차는 직접 해보니 정말 어려웠다. 다들 왜 주차를 어려워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냥 네모난 칸에 쏙 넣으면 되는 건 줄 알았는데 말만 그런 거였다. 얼마나 간 뒤 후진을 해야 하는지, 핸들은 어느 정도 돌려야 하는지,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1시간정도 주차연습만 했더니 마지막 시간인 4시간째엔 주차를 제법 잘 할 수 있었다. 4시간의 교육이 모두 끝나고 바로 기능시험을 봤다. 2종 보통 기능시험은 감점제로 100점 만점에 80점만 넘으면 합격이다.
   
출발할 때 켠 좌측 깜빡이를 바로 끄지 않아 5점이 감점됐지만, 95점으로 무난히 합격했다. '내가 이렇게 운전에 소질이 있었나?' 조금 신기하기까지 했다. 강화된 기능시험은 확실히 어려웠지만, 교육을 충분히 받고 주의할 점만 잘 숙지해 열심히 연습한다면 누구나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절대로 잘난 척 아닙니다^^).

   
기능시험까지 합격하면 마지막으로 도로주행시험이 남는다. 도로주행시험은 실제 도로에서 운전하며 주행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총 연장거리 5km 이상인 4개의 코스(A, B, C, D) 중 추첨을 통해 1개 코스를 선택하며 태블릿PC(내비게이션)에서 나오는 음성에 따라 정해진 코스를 주행한다. 이때 운전을 잘못하면 태블릿PC가 자동으로 감점을 시킨다. 100점 만점에 70점 이상이면 합격이다.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실격기준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다. 실격기준은 안전띠 미착용, 출발불능, 급출발·급정지, 교통사고 유발, 신호위반 등 총 12개가 있으니 도로주행시험 전에 꼭 숙지해야 한다.

나는 도로주행시험을 보기 전에 우선 6시간 동안 도로주행 교육을 받았다. 보통 도로주행 교육은 2시간씩 3번에 나눠서 받는다. 한 시간에 한 코스를 2~3번 정도 연습할 수 있어서 총 6시간 동안 교육을 받으면 4개의 코스를 각각 3번 정도 연습할 수 있다(여기서 꿀팁 하나! 저녁에 교육을 들으면 퇴근시간과 겹쳐 차가 막히기 때문에 연습을 많이 못할 수 있으니 가능하면 오전에 교육을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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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운전면허시험장 자동차운전면허 기능시험장 ⓒ 조창현


운전대를 몇 번 잡아보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도로로 나왔다. 처음 도로에 나가는 순간 몸의 모든 땀샘이 폭발했다. 차선을 바꿔야하는 순간에는 나 빼고 모든 차가 과속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옆에서 씽씽 달리는 차가 무서워 차선을 바꾸는 것이 힘들었다. 교관 선생님은 자꾸 "과감하게 하라"고 하는데, 도저히 과감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몇 번 하니 차츰 적응이 됐다. 역시 인간의 '적응의 동물'인가보다. 나중에 연습이 끝난 뒤 들었던 생각은 '다른 차와의 거리를 충분히 확보하고, 안전에 유의한다면 사고 없이 도로주행을 할 수 있겠다'였다. 6시간의 연습을 끝내고 도로주행 시험 날짜를 잡았다. 시험예약자가 많아 바로 시험을 보진 못하고 그 다음 주에 시험을 봤다(날짜가 너무 뒤로 미뤄져서 연습한 것을 까먹을까봐 살짝 걱정됐다)

도로주행 시험을 볼 때 조수석에는 감독관이 타고, 뒷좌석에는 참관인으로 나와 같은 처지인 도로주행시험 응시자 한 명이 탄다. 한 감독관 당 평가해야하는 응시자가 총 3명인데, 이 3명이 번갈아가며 서로의 참관인이 돼주는 것이다. 나는 3명의 응시자 중 두 번째 순서여서 우선 첫 번째 응시자의 참관인으로 뒷좌석에 탔다. 첫 번째 응시자는 원래 운전을 하던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운전을 잘했고, 당연히 합격했다. 순간 그가 너무 위대해 보였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됐다. 나는 A코스가 선택됐다. A코스는 유난히 좌·우회전이 많은 코스였다. 너무 긴장한 탓인지 출발부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출발 시 좌회전 깜빡이(방향지시등)를 켜야 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출발했다. 아! 시작부터 감점을 받은 첫 번째 도로주행시험은 결국 64점으로 6점이 모자라 불합격이었다.
   
우회전시 회전반경이 너무 커서 다른 차선을 침범하는 것 때문에 감점을 많이 받았다. 하필 회전이 가장 많은 A코스가 걸리다니. 씁쓸한 마음으로 학원으로 돌아가 다시 시험날짜를 잡았다. 시험에 한 번 떨어질 때마다, 피 같은 돈 5만1700원을 더 내야한다(ㅠㅠ. 다음엔 꼭 합격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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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 주행시험 주행시험을 보기 위해 차에 오르는 응시생 ⓒ 조창현


도로주행에서 불합격을 받으면 3일 후부터 다시 시험을 볼 수 있다. 나는 3일 후로 시험날짜를 잡았다. 두 번째로 시험을 보는 날. 아무래도 한 번 떨어져봐서 그런지 마음이 편했다. 긴장을 하지 않으니 근거 없는 자신감도 생겨났다.
   
'근자감'이 때론 먹힐 때가 있나보다(물론 연습도 조금 했다). 두 번째 도로주행시험은 88점으로 합격했다. 두 번째 시험은 B코스였는데, 교차로와 우회전이 중요한 코스다. 나는 이전 시험에서 우회전 때문에 떨어진 뒤, 부모님께 우회전 특강(말로 듣는)을 받아서 시험 내내 자신 있게 우회전을 했다(야호! 이제부터 아빠 차는 내거다^^).
   
결론부터 말하면 강화된 운전면허시험은 확실히 어렵긴 했다(사실 늦장부리지만 않았어도 '물시험'을 볼 수 있었겠지만, 그래도 합격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그리고 운전을 어렵게 배워야 나중에 운전을 잘 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특히 기능시험은 주의할 점도 많고 주차도 까다로워, 합격률이 20%대로 매우 낮다고 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시험을 보니 운전교육을 제대로 받고 열심히 연습만 한다면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었다. 운전면허 시험이 바뀌면서 '불면허'가 됐다고 많이들 얘기하지만,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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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시험장 면허시험장에서 대기하고 있는 자동차들 ⓒ 조창현


혹시라도 낮은 합격률에 겁먹고 운전면허시험을 보지 않고 있다면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도전해보자. 운전대를 한 번도 잡아보지 않은 작은 체구의 여고생(시험을 볼 때는 고등학교 졸업식 전이었다.)도 1번 떨어지고 땄는데.
   
시험에 합격하면 응시원서에 합격 도장을 찍어준다. 이것을 들고 면허시험장에 가서 신분증 및 사진과 함께 제출하면 운전면허증을 발급해준다고 한다. 합격한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아직 친구들과 노느라고 가지 못했다ㅠㅠ. 대학교 오리엔테이션(OT) 전에는 꼭 갈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더드라이브(www.thedrive.co.kr)에도 실렸습니다.
#불면허 #자동차운전면허시험 #서부운전면허시험장 #불수능 #따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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