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방

한 상 가득 펼쳐진 풍광에 묵은 응어리를 털어내다

경남 산청 꽃봉산에 올라

등록 2017.02.17 21:35수정 2017.02.17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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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군 산청읍 옥산리에 있는 고도 236m의 꽃봉산은 규모는 작아도 산청읍의 진산으로 중요하게 대접받은 산이다. ⓒ 김종신


궁금했다. 오가며 보는 저곳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어떤 모습일지. 2월 15일 당직 휴식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에 답답한 마음을 위로받고 싶었다. 궁금증도 풀고 시원한 풍경을 찾아 경남 산청군 산청읍 성우아파트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꽃봉산에 올랐다.

돌계단을 올라가는데 벌써 저만치에서 반가운 봄소식을 전하는 ‘봄까치꽃’이 반긴다. ⓒ 김종신


돌계단을 올라가는데 벌써 저만치에서 반가운 봄소식을 전하는 '봄까치꽃'이 반긴다. '개불알풀꽃'이라는 거시기한 이름보단 '봄까치꽃'이 정겹다. 녀석의 연보랏빛 응원에 힘입어 거의 일직선에 가까운 가파른 길을 올랐다.

경남 산청군 성우아파트쪽에서 꽃봉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거의 일직선에 가까운 가파른 길이다. ⓒ 김종신


숨이 가쁘다. 10분도 채 걷지 않았는데 쉬고 싶다. 조그만 고개 하나 넘자 쉴 곳이 나온다. 땀을 훔치며 긴 의자에 앉아 풍광을 바라본다. 숨을 고르자 내리막이다. 흙길이다. 읍사무소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내리막인 듯 다시 오르막이지만 아까보다는 수월하다. 고개를 넘자 또 쉴 곳이 나온다. 풍광을 내려본다. 시원하다. 햇살을 따사롭다.

울창한 숲이 하늘을 닫자 마음이 열린다. ⓒ 김종신


다시 오르막인데 마른 솔잎, 갈비가 폭신폭신하게 한다. 바람에 이는 나뭇가지가 조용히 마음을 쓰다듬고 지난다. 울창한 숲이 하늘을 닫자 마음이 열린다. 고개를 넘자 쉴 곳이다. 전망대도 보인다. 숨 고르고 전망대로 향했다. 전망대로 향하는 길은 완전히 하늘로 솟았다. 가팔라 올라가면서도 간간이 다리가 후들거렸다.

경남 산청 꽃봉산 전망대 ⓒ 김종신


뒤를 돌아보지 못했다. 철계단을 밝고 천천히 올랐다. 드디어 전망대. 20여 분 만에 올랐다. '전망대에 올라 공해에 오염된 티끌을 씻고 산새와 짐승들을 벗 삼아 선현들처럼 요산요수하던 호연지기를 마음껏 길러" 보라는 전망대 세운 내력을 적은 비석이 아니더라도 호연지기를 기르기 딱 이다. 단숨에 올라와 내려다보는 풍경이 그저 미안할 뿐이다.

산청 꽃봉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경호강 ⓒ 김종신


산청읍 옥산리에 있는 고도 236m의 꽃봉산은 조선 시대 고산성(古山城)이 있었다고 전한다. 동산(東山)으로 불리기도 했던 꽃봉산은 규모는 작아도 산청읍의 진산으로 중요하게 대접받은 산이다.

전망대에서 서쪽부터 천천히 풍광을 바라본다. 시원한 바람이 함께한다. 작지만 아름다운 산, 꽃봉산에서 보내는 시간에 가져간 캔커피를 마시는 시간은 달콤하다. 워낙 가파르고 험준한 산세 때문에 곰이 떨어져 죽었다는 전설도 전해져 오는 웅석봉을 시작으로 기산, 왕산, 필봉산, 와룡산, 둔철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산청 꽃봉산 전망대에 서면 험준한 산세 때문에 곰이 떨어져 죽었다는 전설도 전해져 오는 웅석봉을 시작으로 기산, 왕산, 필봉산, 와룡산, 둔철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 김종신


햇살에 거울처럼 맑은 경호강 위로 윤슬이 반짝인다. 윤슬 위로 바람이 지나 내게로 솟구쳐 온다. 속이 다 시원하다. 풍경이 한 상 차림처럼 펼쳐질 때마다 아름다움을 이렇게 손쉽게 느낄 수 있어 너무 좋다.

산청 꽃봉산 전망대 근처 충직한 개를 닮은 바위 ⓒ 김종신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놓다가 내려갈 시각이 다가오자 아쉬움만 남는다. 고은 시인의 시처럼 올라올 때 보지 못한 꽃을 내려가면서 보았다. 그 꽃이 아니라 그 바위들이다. 거북이와 충직한 개를 닮은 바위가 급하게 내려가는 내 걸음을 붙잡는다.

다가오는 봄을 준비하며 지난해 가을부터 온 힘을 다해 만들어온 겨울눈이 보인다. 치열한 시간을 보내며 온 우주를 담은 녀석들을 보면 벌써 봄이다. ⓒ 김종신


다가오는 봄을 준비하며 지난해 가을부터 온 힘을 다해 만들어온 겨울눈이 보인다. 치열한 시간을 보내며 온 우주를 담은 녀석들을 보면 벌써 봄이다. 소나무 가지가 부러진 곳에 깨끗하고 무색투명한 액체가 상처를 보듬고 있다. 송진(松津)이다. 어떤 까닭으로 가지가 부러졌는지 알 수는 없지만 상처를 보듬어 이겨내려는 녀석의 의지가 엿보여 든든했다. 덕분에 올라가기 전과 다른 마음으로 천천히 내려왔다.

햇살에 거울처럼 맑은 경호강 위로 윤슬이 반짝인다. 윤슬 위로 바람이 지나 내게로 솟구쳐 온다. 속이 다 시원하다. ⓒ 김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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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이끄는 대로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을 따라 꽃봉산을 걸었다. 펼쳐진 풍광에 묵은 응어리를 털어냈다. 산에서 본 풍경이 내 안으로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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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산청군청블로그, 진주지역 인터넷 언론 <단디뉴스>, 해찬솔일기에도 이 글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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