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방

일산 와이시티 땅꺼짐 사고
부실공사·관리소홀이 낳은 인재

[현장] 요진건설의 터파기 부실시공-고양시 관리 소홀 겹쳐, 두 차례나 지반침하

등록 2017.02.17 16:34수정 2017.02.1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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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반침하 사고가 난 고양종합터미널 이면 도로. 지반침하에 따른 충격으로 도로 곳곳에 균열이 생겼다. ⓒ 신상호


고양종합터미널 인근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는 건설사의 부실 시공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에 고층 빌딩을 짓는 요진건설산업이 설계와 시공을 부실하게 하면서 연쇄 지반 침하 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지반침하로 갈라진 도로, 보행로 벽돌도 떨어져 나가

지난 16일 오후, 지반침하(땅꺼짐) 사고가 발생한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터미널 부근 이면 도로는 보행자와 차량 통행을 제한하는 차단 바리게이트가 둘러져 있었다. 공사장 관계자들은 이곳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이쪽으로 오면 안 된다"고 막았다.

바리게이트를 넘어서 들어가보니, 도로는 지진이 발생한 현장과 비슷했다. 왕복 6차로의 도로는 균열로 갈기갈기 찢겨졌다.

중앙 차로, 3차로와 인도가 인접한 지점 등에서 폭 5~10cm의 셀 수 없이 많은 균열이 수십미터에 걸쳐 이어져 있었다. 도로 중간 부분 50m가량은 눈에 띌 정도로 움푹 들어가 있었다. 도로가 꺼지면서 보행로 받침목과 도로 사이에는 사람 머리가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 생겼다. 수십 개의 보도블록 벽돌도 떨어져 나갔다.

요진건설의 업무시설 공사현장 쪽 보행로의 파손 상태가 가장 심각했고, 길 건너 고양터미널 부근 자전거 주차장이 있는 길에서도 길이 10m가량의 균열이 확인됐다. 보행로 철제울타리도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었다.

첫 번째 지반침하 사고 난 지 8일만에 또 사고

사고는 지난 14일 오후 발생했다. 고양종합터미널과 공사장 사이에 있는 이면도로(길이 150m)에 지반 침하와 균열이 난 것이다. 지난 6일 지반침하 사고가 일어난 지 8일 만에 반복된 일이다.

1차 사고는 일산로 방면 도로 1차로 50m여 미터 구간에서 발생했으며, 이 구간의 땅은 지상에서 50cm가량 가라앉았다.

2차 사고는 1차 사고가 난 뒤 지하벽체 보강공사를 하다가 발생했다. 요진건설은 1차 사고 직후 지하 20m 아래에서 차수벽체 보강공사를 했다. 1차 사고가 건설 현장 지하에 설치된 차수벽체의 누수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이 벽체를 전면 보강하는 공사였다.

차수벽체란 지하수가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설치하는 벽이다.

그런데 터미널 쪽 차수벽체 보강 작업을 하다가 또 다시 물이 새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차수벽체 설치를 위해 천공(벽에 구멍을 뚫는 것) 작업을 하다가 이미 설치된 차수벽체를 건드리면서 누수가 발생한 것이다.

전찬주 고양시 건축팀장은 "보강공사 작업을 하던 중, 차수벽체를 잇는 연결체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서 누수가 발생했다"면서 "사고 당시 지하수위는 정상 지하수위(10m)의 절반인 5m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요진건설 공사장 앞 보행로. 보행로 벽돌이 떨어져 나가고, 도로와 보행목 사이에는 커다란 공간이 생겼다. ⓒ 신상호


터파기 공사 중 지하수 유출되면서 연쇄 사고

지반침하 사고는 1차적으로 요진건설의 책임이 크다. 요진건설은 업무시설 시공을 위한 터파기 공사를 하다가 지반침하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터파기 공사를 하다가 지하수 유출이 예상보다 많아 누수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지하수 유출 규모를 미리 예측하지 못한 것도 인정했다. 요진건설 관계자는 "두 차례 사고는 지하 터파기 공사를 하다가 지하수가 갑자기 많이 흘러나오면서 누수가 발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땅 속에 물이 통하는 곳이 많은데, 파보기도 전에 건설사가 어떻게 그런 것까지 다 파악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고양시도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지만, 요진건설의 책임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전 팀장은 "정확한 사고 원인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이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요진건설이 시공을 하면서 지반침하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다.

고양시, 1차 사고 이후 요진건설에 맡겨두고 '나몰라라'

이 사고의 2차 책임은 고양시다. 공사 지역을 관할하는 감독관청으로서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고양시는 2차 사고가 발생한 뒤, 요진건설이 제시한 보강공사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공사를 하도록 해줬다. 해당 공사와 관련해 전문가가 없다는 이유였다.

신상훈 고양시 도로팀장은 "보강공사는 요진건설과 감리단이 자체적으로 제시한 공법을 수용했다"면서 "우리가 전문가가 아닌 이상 보강공사공법 등에 대해 다 알 수는 없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1차 사고 수습을 사실상 요진건설에 맡기면서 방관했던 시는 2차 사고가 나자 부랴부랴 담당 공무원과 시민대표 등을 참여시켜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뒤늦게 전문가 자문도 구하고 있다. 두 번의 사고에서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점은 고양시 입장에선 그나마 다행이었다.

고양종합터미널 이면도로 균열 모습. 폭 10cm 수준의 균열이 수십미터에 걸쳐 이어져 있다. ⓒ 신상호


"건설사 부실시공과 행정당국의 관리 소홀이 만든 사고"

전문가들은 요진건설의 부실 시공과 고양시의 관리 소홀로 빚어진 사고라고 지적한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는 "우선 지반침하 사고가 발생한 것은 건설사가 설계를 잘못했거나 시공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라면서 "설계든 시공이든 모두 건설사의 부실 시공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부실시공에 따른 책임을 정확히 묻지 않기 때문"이라며 "2차 사고는 1차 지반 침하에 따른 원인을 정확히 분석했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는데, 건설사나 행정청이나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공사를 하니까 사고가 재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양시는 지반침하에 대한 긴급복구 작업은 이번주를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고양시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을 꾸려 지반 침하 원인의 근본적인 원인도 진단하기로 했다. 근본 원인 규명에는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땅꺼짐 현상이 발생한 일산로 1개 차로가 부분 통제되고 있고, 이면도로는 전면 통제된 상태다. 터미널 등 인근 건물은 계측기를 설치해 건물 기울기를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아직까지 인근 건물에서 균열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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