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 움직일 때마다 멈칫" 불안감 호소하는 시민들

[현장] 도로 위 타워크레인에 불안한 시민들... 안전규정조차 없어

등록 2017.02.21 20:16수정 2017.02.2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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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부근 호텔신축공사장. 타워크레인 균형추 부분이 보행로 위쪽으로 노출돼 있다. ⓒ 신상호


서울 도심지에서 타워크레인을 활용한 작업장이 늘고 있지만, 보행로 등에 대한 안전 조치 규정 자체가 없어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도심 공사장 주변에는 타워크레인이 보행로 위쪽으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은데, 자칫 타워크레인이 붕괴하면 대형인명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지상 20층 규모의 호텔신축공사장.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이 현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은 안전추 부분 10m 가량이 보행로 쪽으로 노출돼 있었다. 타워크레인 그늘 아래로는 일반 시민들의 통행이 활발했다. 고압선 3개도 타워크레인 밑에 설치돼 있었다.

타워크레인은 보행로와 건설현장 위쪽을 쉴새 없이 움직이면서 건설자재를 날랐다. 보행로 쪽으로 2톤 중량의 건설자재를 내릴 때도 주변에 3명의 작업자들이 있었지만 특별히 시민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시민들이 각자 알아서 크레인 주변을 피하듯 지나갔다.

김도윤씨는 "이 길을 자주 지나다니는데, 크레인이 움직일 때마다 멈췄다가 지나간다"면서 "크레인 관련 사고도 많았고, 아이들과 같이 오게 되면 크레인의 움직임에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주변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는 윤아무개씨도 "요즘처럼 강풍이 불 때면 특히 신경이 쓰인다"면서 "사람들도 불안해서 그런지 이 쪽으로 잘 다니지 않아, 음식점 매출도 평소에 비해 20% 가량 줄었다"라고 밝혔다.

타워크레인 사고는 공사 현장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지난해 2월에는 경북 김천시 율곡동 혁신도시 내 20층짜리 오피스텔 신축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에 실린 철근이 쏟아져, 1명이 사망했다. 지난 2015년에도 인천 부평역 철로 인근 오피스텔 공사장에서 크레인 고정 장치가 떨어져나가면서, 공사장 작업자 2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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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크레인에 실린 건설기자재가 보행로에 내리는 모습. 주변에 공사장 근로자 3명이 있었지만, 보행자에 대한 통제나 주의는 하지 않았다. ⓒ 신상호


"타워크레인은 작업 반경 내에 들어와 작업 해야"


특히 보행로와 맞붙어서 작업을 하는 크레인의 경우, 크레인 붕괴나 건설자재 추락시 공사현장 작업자는 물론 시민들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게다가 이 현장처럼 고압선까지 노출돼 있다면, 크레인 사고는 대형 인명 피해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서울 지역에서 타워크레인을 활용하는 공사장 주변 지역에서 불안감과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도 적잖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서울 지역 타워크레인 설치 공사장 현황 등에 대한 정확한 통계도 없는 상황이다.

관련 법령도 공사장 주변 안전 기준은 없다. 산업안전보건법을 보면 타워 크레인 설치 기준과 작업 주의사항 등의 기준은 있지만, 인접 보행로와 건물에 대한 안전조치는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크레인이 지상에서 도로나 보행로를 침범해 작업을 할 경우, 관할 구청이 해당 도로에 대한 점용료를 부과하는 정도의 기준만 있을 뿐이다. 서울시 등 지자체가 특별 점검을 하더라도 해당 크레인이 작업계획서에 따라 잘 설치됐는지를 점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행 법령상 타워크레인이 인근 도로와 건물을 반경 몇 미터까지 침범할 수 없는지 등에 대한 세부 조항은 없다"면서 "다만 시공사와 감리단 쪽에서 제시한 기준에 맞춰서 크레인 작업 검사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도심지 크레인 작업에 대해서는 별도의 안전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창식 한양대 교수는 "타워크레인은 작업 반경 내에 들어와 작업을 해야 한다"면서 "피치못해, 지상권에 있는 타워크레인이 공사 현장을 벗어나서 타워크레인이 넘어가는 경우는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고압선이나 보행로가 인접한 공사장에서 크레인 작업 반경이 보행로 지상을 침범한다면, 주변 안전조치를 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라면서 "일본 등은 도심지 내 크레인 작업에 대한 주변 안전조치도 검토하는 만큼 한국도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타워크레인 #현대산업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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