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 개헌안 만든다는데 민주당이 '긴장' 안 하는 이유

높은 지지율에 자신감, 비주류 "손학규 등이 오히려 방해돼"

등록 2017.02.21 17:40수정 2017.02.21 18:51
13
원고료로 응원
a

여야 4당 원내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만나 만찬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대선 전 개헌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개헌 논의에 미온적이다. 심지어 민주당 안에서는 "현 시점에서 정략적인 개헌 논의에 응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바른정당 주호영, 국민의당 주승용 등 3당 원내대표단과 각당 개헌특위 간사들이 21일 오전 만나 단일 개헌안 준비에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개헌안은 제출 후 수정도 안 되고, (그대로) 통과돼야하니 단일안을 만드는게 급선무"라면서 "간사들이 중심이 돼 개헌안을 만들어보자고 만난 것"이라고 전했다.

자유한국당·바른정당·국민의당, 단일 개헌안 뜻 모았지만...

3당 개헌안의 접점은 '분권형 대통령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즉 보수 진영이 선호하는 방향은 '분권형 대통령 4년 중임제'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구체적으로 이원집정부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개헌특위 간사인 이철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내일(22일) 의원총회에서 국방·외교·통일부 장관을 총리가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1안과, (총리 제청 없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2안을 두고 (이원집정부제 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역시 개헌특위 소속인 김재경 바른정당 의원은 "권력 형태는 분권형 대통령 4년 중임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양당과 달리 대통령 6년 단임제를 제시하고 있지만, 내각 총리 중심의 이원집정부제를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당 개헌특위 김동철(위원장)·이태규·천정배·이상돈·송기석 의원은 17일 개헌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국민 직선 대통령과 국회에서 선출되는 국무총리가 각기 외치와 내치를 분점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 공통적인 것은, 3당 모두 권력 구조 재편 외 ▲ 불체포특권 폐지▲ 면책 특권 축소 관련 개정 논의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당 개헌특위안에 이어 20일 자유한국당 의총에 전달된 안에도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바른정당은 23일 의원총회를 열어, 국회의원 정수 축소 등 국회 개혁 관련 조문 개정을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바른정당 홍일표 의원(개헌특위 간사)은 "정부 형태가 내각제적 요소가 강해지면 국회가 더 많은 역할을 해야하지만, 국민의 (현재) 국회 불신을 제거하기 위한 '특권 내려놓기'를 분명히 보여줘야한다"고 말했다. 김재경 의원도 "불체포특권 폐지, 면책특권 축소는 당연히 포함되는 거고, 의원 정수 축소 부분을 오는 23일 의총에서 심도있게 논의하게 될 거다"라고 전했다.

문제는 시기다.

자유한국당은 '대선 전 개헌 완성'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오는 4월 12일 보궐선거를 치룰 때, 국민투표도 함께 붙여 빨리 결론내자는 것이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은 대선과 동시에 국민투표를 진행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홍일표 의원은 "우리 당 상당수 의원들이 대선 전 개헌됐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고 봐야한다"면서 "오는 5월 대선이 치러진다면, 그 안에 국민투표를 해야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렇다면 5월 초 대선 때 같이하자는 건데, 그게 적기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개헌특위들도 17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선과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3당 모두 개헌안 발의에 공감대를 이루고 있지만, 대선 전 성사 여부는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산술적으로는 3당의 의석수를 모두 합하면 국회 과반수를 훨씬 165석이 된다(자유한국당 94석, 국민의당 39석, 바른정당 32석). 여기에 민주당 의원 121명 중 35명이 합세하면 개헌안 의결 정족수가 완성된다.

그러나 제1야당 민주당 지도부의 완강한 반대가 있는 한, 대선 전 개헌은 무리라는 게 여의도 정치권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민주당 "국민 관심은 개헌보다 개혁 입법"

더불어민주당 차원의 개헌 논의는 시실상 멈춰있는 상태다. 다만, '개헌초선모임' 소속 의원들이 20일 우상호 원내대표와 이인영 의원(개헌특위 민주당 간사)을 연쇄적으로 만나며 개헌 추진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익명의 최고위원은 21일 기자를 만나 "지금 국민들이 개헌에 관심이 있나? 촛불민심은 개헌이 아니라 개혁입법을 얘기하고 있다"라며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헌의 '개'자도 안 나오고 있다"라고 선을 그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민주당 지지율이 유례없는 고공 행진을 하고 있는데, 개헌 논의가 당의 진로에 큰 악재가 되지 않는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중립 또는 비주류 성향의 의원들사이에도 개헌이 시급한 사안은 아니라는 의견들이 많았다.

6선의 중진 이석현 의원은 "개헌의 공감대는 있는데, 개헌안을 마련하는 것은 급한 일이 아니라는 게 당내 분위기"라며 "내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하게끔 일정을 맞추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을 대체적으로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상민 의원(4선)은 "우리 당 의원들이 다들 관심이 대선에 가 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보기엔 손학규 전 대표처럼 개헌을 적극 이야기하는 분들이 오히려 방해세력이다. 그런 분들이 나서면서 제3지대, 빅텐트 등의 얘기까지 나오니까, 정치적으로 대립관계에 있는 분들이 (개헌을) 더 경계하는 것이다. 국회 내에서 자연스럽게 논의가 이뤄지도록 하는 게 최선이다."

서울의 비주류 의원도 "지금 축구 리그가 EPL(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과 동네축구로 나뉘어져 있는데 동네축구 소속 팀들이 룰을 바꿔보자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집권 가능성이 낮은 여야 3당이 합세해서 '대통령 임기 3년 단축'을 시도할 경우 집권을 눈 앞에 둔 민주당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는 비유다.

한 당직자는 "야3당이 개헌안 마련한다고 우리 당 비주류 의원 30, 40명이 가세할 것으로 생각하면 너무 정치를 쉽게 보는 것이다. 당사자들도 대선 전 개헌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게 현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당내의 냉소적인 분위기에도 개헌초선모임 의원들은 "지금이 개헌의 적기"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춘숙 의원은 "일단은 탄핵에 집중하자고 이야기하는데, (탄핵 인용 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민주당 혼자만 (개헌안 당론 채택을) 안 할 수 없을 것이다"라며 "탄핵 인용 후 개헌 바람이 불어올 건데, 이렇게 정리된 입장조차 없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가 걱정하는 부분이다"라고 강조했다.

박용진 의원도 "다른 당은 다 (개헌안을) 내놓는데 우리 당만 손 놓고 있을 수 있나"라며 "일단 24일까지 개헌특위 소속 의원들이 다른 의원들을 상대로 설명하는 기회를 만들어달라고 (당 지도부에) 요청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개헌과 제3지대론을 손에 쥔 채 저울질을 하고 있는 김종인 의원은 이날 독일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귀국 직후 기자들과 만난 김 의원은 나머지 당이 개헌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것과 관련해 "민주당 쪽에서 좀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으니까 (다른 당이)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민주당이 개헌을 안 한다는 이야기는 아직 안 했다"라며 "국회 개헌특위에서 활발히 논의 중이기 때문에 (개헌 여부는) 국회의 자세에 달렸다"라고 덧붙였다.
#개헌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댓글1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니, 소파가 왜 강가에... 섬진강 갔다 놀랐습니다
  2. 2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3. 3 배달하다 숨진 26살 청년, 하루 뒤에 온 충격 메일
  4. 4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5.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