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사보험과 함께 공보험도 만들어야

[주장] 천차만별 동물병원 진료비, 그 이유는?

등록 2017.02.23 16:33수정 2017.02.24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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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 가기 겁이 나요..."

"동물병원 진료비 너무 비싼 것 같아요..."
"병원비가 기준이 없어요..."


반려인들이 동물병원을 바라보는 현 시각이다. 이 글을 쓰는 기자 역시 18년째 임상을 하는 현직 수의사다. 동물병원 진료비를 주제로 기사를 작성하는 것은 여러모로 껄끄럽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상파 뉴스를 비롯하여 지역 일간지, 인터넷매체 등은 "천차만별 동물 진료비", "부르는 게 값"이란 단어로 사람들을 자극한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치과질환부터 중성화 수술, 예방접종, 혈액검사, 초음파, 방사선검사까지 최저가와 최고가를 세세하게 비교한다. '동물병원 반려동물 진료 및 치료가 동물병원에 따라 치료비가 최대 18배까지 차이가 난다'라고 밝히고 '과잉검사에 과잉치료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동물병원을 바라보는 반려인의 시각은 부정적이며 동물병원 진료비에 대해 불만도가 상당히 높다.

과연 왜 이럴까?


동물 진료에 있어 보호자와 동물병원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데 진료비로 인해 갈등의 골이 깊어지게 되면 보호자도 병원도 서로 이로울 수 없다. 그리고 보호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동물병원 진료비가 부담스러운 것 또한 사실이다.

대다수 반려인이 동물병원 진료비에 대해 느끼는 불만사항은 진료비가 사람과 비교해 터무니없이 높고 병원마다 책정되는 진료비의 차이가 심하다는 것이다. 

이는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인의병원과 동물병원간의 실질적인 본인부담금 차이에서 비롯된다. 인의병원의 경우 25%만 본인이 부담하는 반면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동물병원은 100%를 부담해야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동물병원에서의 부담금이 높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하여 정부의 부가세도입 정책으로 인해 보호자 부담을 더욱더 가중시키는 현실이다.

동물의료수가제 폐지, 동물병원마다 진료비 차이 나는 큰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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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차만별 진료비, 그 이유는? 천차만별 진료비, 그 이유는? ⓒ 이상철


동물병원마다 진료비 차이가 나는 여러 요인 중 제일 첫 번째로 동물의료수가제 폐지를 꼽을 수 있다. 정부는 지난 1999년 자율경쟁으로 진료비는 낮추고 진료의 질을 올리겠다는 취지로 동물의료수가제를 폐지했다. 그러나 자율경쟁으로 인해 진료비가 병원마다 차이를 보이며 보호자의 혼란과 불만을 야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의사 내부에서도 표준수가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지만 이것 역시 담합소지로 인해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일례로 지난 2009년 11월 부산시 수의사회는 반려동물 백신 접종비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공정거래법 상 담합행위로 적발돼 약 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사례가 있다.

두 번째로 잘못된 통계에서 기인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내 인구수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지금은 반려동물 사육 인구 1천만 시대.'
'반려동물 사육 인구, 1천만 명 ... 관련시장 규모 2조원.'

이런 기사가 오늘도 쉴 새 없이 쏟아진다. 우리나라 인구수는 대략 5000만, 서울인구수 1000만으로 볼 때 통계상 반려동물 인구수가 서울인구수와 맞먹는다. 전국 가구수 2000만, 가구당 구성원수 3명 미만으로 산정하면 대략 2가구당 1마리의 반려동물을 키우는 셈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10가구당 1마리의 반려동물과 함께 할 정도다. 여기에 자가 진료로 인해 산업동물의 진료가 제한적이다. 과 포화된 반려동물을 향한 쏠림현상은 과다경쟁으로 인해 진료비 상승을 더욱 부채질한다.

세 번째로 자유롭게 의료서비스 가격을 정하는 시스템 내에서 진료비는 전문화된 의료서비스, 체계적인 시스템, 동물병원 입지, 고가의 의료장비 및 감가상각, 직원 인건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정된다. 각 요소가 동물병원마다 다르기 때문에 진료비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동물병원 진료비에 대한 해결책은 과연 없는 것인가? 정부는 이전에 폐지했던 표준수가제 부활 움직임을 보이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 1월, 농림식품부는 반려동물 산업 활성화를 위한 소비자 진료비부담 완화 방안의 하나인 동물보험상품 개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진료비 공시제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진료비 공시제란 진료비용을 사전에 미리 고지, 게시하고 그 금액을 초과하여 징수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제도로 소비자가 비교할 수 있게 각 동물병원의 진료비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진료비 수가제는 모든 동물병원의 진료비를 통일하는 제도를 말한다.

정부의 이번 방안은 진료비 공시제, 수가제 도입을 통해 반려동물 보험상품 개발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부 방침으로 수의계 내부에서는 인의병원과 마찬가지로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갈 길은 멀지만 반려동물 사보험과 더불어 반려동물 공보험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졌으면 한다.

반려인이 만족하고 동물병원 또한 수긍할 수 있는 대책이 도출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은평동물병원 #조류동물병원 #동물병원진료비 #동물병원 #반려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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