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자동차 급발진법' 만들어질까?

더민주 박용진 의원, 자동차결함 피해자 제보 간담회 가져

등록 2017.02.23 11:22수정 2017.02.2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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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자동차 결함 피해자 제보 간담회 간담회에 참석한 박용진 국회의원과 피해자들(우측), 정부 관계자들(좌측) ⓒ 조창현


"차량 결함, 특히 급발진에 의한 사고를 국민 스스로 밝혀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조사나 정부가 책임지고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동차 결함 피해자 제보 간담회'를 열고 제조사와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간담회에는 자동차 결함의심 사고 피해자들과 국토교통부, 소비자원, 교통안전공단 등 정부 관계자, 현대차 등 제조사 관계자, 기자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

박 의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부산 싼타페 일가족 사망사고', '갓바위 싼타페 급발진 의심 사고', '카렌스 파로호 전복사고' 등의 피해사례를 들은 뒤 재발 방지를 위해 국회와 제조사, 정부 모두가 나서서 방안을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그는 간담회 중간에 자신의 급발진 추정 경험을 소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2013년에 중고로 구입한 현대차 트라제XG를 아내가 운전하다가 급발진 의혹 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 사고 전에도 갑자기 RPM이 급격히 올라가거나 브레이크가 잘 듣지 않는 등의 이상 징후가 몇 차례 있었지만, 차가 노후해서 그런 줄만 알았다. 사고 뒤에도 아내의 운전부주의만 탓했는데, 이번에 결함 항목을 확인해보니 트라제XG도 포함돼 있었다. 결국 내가 나쁜 남편이었다."

이날 가장 관심을 모았던 것은 사고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사례 발표였다. 그들은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이후 제조사 및 정부 대응방식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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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유가족 간담회에 참석한 '부산 싼타페 일가족 사망사고' 유족 최모씨의 발언. ⓒ 조창현


지난해 8월 2일 발생한 '부산 싼타페 일가족 사망사건' 유가족 최모씨는 "급발진 사고로 갑자기 아이 2명과 아내, 장모님을 잃고 1년이 다되도록 아무 일도 못하고 있다"면서 "마치 인생의 큰 함정에 빠진 기분"이라고 말했다.


"사고 뒤 경찰에서 자신들은 조사할 기술도 장비도 없으니, 현대차를 조사에 참여시키겠다고 하더라. 이는 의료사고로 사람이 죽었는데 그 의사에게 시신의 부검을 맡기자는 꼴이다. 이런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그는 "현대차는 막대한 돈을 들여 사고를 방어하고 있지만, 우리 서민들은 돈도 시간도 지식도 기댈 곳도 없다"면서 "만약 정부가 능력이 없다면 외국에서 사람과 기술을 들여오든지, 국과수 말고 다른 능력 있는 기관이나 단체를 만들어 조사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1월 1일 발생한 '갓바위 싼타페 급발진 의심 사고' 피해자 권모 씨의 발표가 이어졌다.

"구입한 지 1년 조금 넘은 차가 출발과 동시에 굉음을 울리며 80m가량을 엄청난 속도로 돌진했고 브레이크나 풋브레이크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당시 재수가 없어서 계곡으로 떨어졌다면 나는 지금쯤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그는 사고 이후 현대차의 무책임한 대응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현대차는 가속페달을 밟아놓고 착각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 하도 답답해서 양재동 현대차 본사까지 찾아갔는데도 문전박대를 하면서 만나주지도 않더라. 2명이 부상하고 차 3대를 폐차할 정도로 큰 사고였는데도 에어백이 하나도 터지지 않았다. 현대차는 충돌각이 맞지 않아서 그렇다고 한다. 그들은 사고 후 지금까지 어떤 조치도 없이 '소송을 하던지 알아서 해라'라고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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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고 있는 피해자 갓바위 싼타페 급발진 의심 사고 피해자 권모씨가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조창현


지난해 7월 18일 발생한 '파로호 카렌스 전복사고' 피해자 최모 씨의 발표가 이어졌다.

"2014년형 카렌스를 타고 8km/h로 서행하는데 차가 갑자기 굉음을 울리며 급가속 돌진해갔고 브레이크도 듣지 않았다. 도로 왼쪽이 파로호라 핸들을 반대로 틀어 오른쪽 경사면을 들이 받았다. 사고로 차가 뒤집혀 함께 타고 있던 4명이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만약 호수로 떨어졌으면 다 죽었을 것이다."

그도 마찬가지로 제조사인 기아차와 정부 기관의 대응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고 후 단순 EDR 자료에만 근거해 운전자가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은 과실사고라고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급발진 사고라고 확신한다. 종합적인 사고조사가 필요하고 관련 기관의 적극적이고 신속한 대응이 아쉽다."

이 자리에는 '내부고발자'로 낙인찍혀 최근에 해고당한 현대차 협력업체품질강화1팀 김광호 전 부장도 참석해 차량 결함 의혹 사고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공익제보자인 그는 세타2엔진 결함, 아반떼급 MDPS 결함 리콜 축소, 디젤 고압펌프 누유로 인한 엔진손상 및 급발진 의혹 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특히 싼타페 급발진 의혹과 관련해 "2000년 이후 5년간 생산된 싼타페와 트라제, 투싼, 스포티지 등 61만3000여대가 고압펌프 불량으로 교환 대상인데, 현대차가 리콜을 하지 않아 아직도 32만6000여대의 차량이 위험을 안고 도로를 달리고 있다"면서 "부산의 싼타페 급발진 의혹 차량도 이에 해당되는 사례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날 쉐보레의 미션 결함, 벤츠 ML300 CDI의 화재발생, 벤츠 다임러트럭 유로6 아록스 14톤 차량의 엔진불량 사례 발표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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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발표하는 피해자 벤츠 ML300 화재 피해 사례를 발표하는 장모씨. ⓒ 조창현


사고 피해자 및 유족들의 발표가 모두 끝난 뒤 박 의원은 "오늘 국회나 정부에서 귀담아 들어야할 부분이 많았다"면서 "이런 것들이 제조사에 대한 국민들의 답답함, 서운함, 분노의 단면이고, 이는 정부 당국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 싼타페 사건의 피해자이자 운전자가 검찰에 송치됐다는 얘기를 처음에 듣고 너무 기가 막혔다. 그때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간담회를 준비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이제라도 관계 당국과 국회에서 나서야 한다. 회사는 자기들의 이윤 때문에 감추고 정부 당국은 관심과 능력이 없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 문제가 세월호 사건이나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마찬가지라고 본다. 우리 정부와 제조사의 태도를 보면서 분노를 느꼈다."

박 의원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자료를 수집하는 한편 다음 달 초 2차 간담회를 갖고 차량 결함 사고와 관련한 법안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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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결함 통계 자료 현대차 디젤엔진 고압펌프 불량 통계 ⓒ 조창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더드라이브(www.thedrive.co.kr)에도 실렸습니다.
#싼타페 급발진 #카렌스 급발진 #벤츠 엔진화재 #한국지엠 미션 불량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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