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시즌에 한숨 쉬는 화원..."꽃 장사 예전만 못해유"

꽃 선물 기피하는 사람들, 김영란법 취지는 적극 이해하지만...

등록 2017.02.24 17:25수정 2017.02.2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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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시즌에 판매할 꽃다발이다. ⓒ 신영근


"오늘은 장사 어땠어요?"
"아이고~ 말도 허지 마유~ 요새 장사가 되나유~~"
"저도 그래요. 정말 장사가 너무 안 돼요."
"그러게유~ 장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 중 이유~"


무슨 대화일까? 미리 짐작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꽃 장사를 한다. 좋은 말로 꽃집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로 꽃집 운영이 15년째다. 꽃집이라서 생화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고 개업화분, 축하화환, 상가집 화환 등을 판매한다.

어버이날, 스승의 날, 관공서 승진이나 영전 때가 과거 대목이었다. 실제로 요즘같이 졸업시즌에 필자를 아는 지인들은 "와~ 요즘 아주 대목이구나. 대목이라서 완전 꽃 장사 대박 나겠는데~"라고 이야기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필자의 속은 검게 타들어 간다. 우리나라 경제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실제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속이 타들어 가는 심정을 모두 피부로 느낀다.

게다가 작년 9월 말에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매출이 거의 반 정도 줄었다. 필자가 꽃집을 처음 시작했던 15년 전에는 스승의 날, 어버이날, 승진, 영전, 개업화분 등이 많이 판매됐다.

불과 6년여 년 전부터 우리나라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각종 생화와 화분판매가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최악의 지경까지 몰리게 되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꽃 선물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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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기업이나 공무원들의 승진,영전에 대비해서 물건을 준비해놓는다. ⓒ 신영근


'김영란법'을 잠시 보자.

"청탁금지법은 누구든지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 등에게 직접 또는 제삼자를 통한 부정청탁을 금지하고 처벌 규정도 강화했다. 기존에는 형법 130조에 따라 부정청탁의 대가로 금품이 오갔을 경우에만 뇌물수수, 배임수재 등으로 처벌했으나 청탁금지법은 돈이 오가지 않은 부정청탁도 처벌 대상으로 규정했다. 대신 명확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14가지 부패 빈발 분야의 직무와 이 직무와 관련해 처벌되는 부정청탁 행위 유형 15가지도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해당사자가 있는 사람에게 돈이 오가지 않더라도 선물 등을 하면 처벌을 한다는 내용으로, 그 기준은 식사 기준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 시행 초기이다 보니 많은 공무원은 서로 꽃 선물 하기를 꺼린다.

실제 필자가 하는 꽃집은 충남도청과 충남교육청, 충남경찰청 등이 들어선 내포신도시로 인해 매출 절반이 승진, 영전에 집중되어 있다. 법 시행 이후 지난해 10월은 교육청, 경찰청, 도청 등 인사 이동이 있었으나 매출 실적은 거의 없었다.

준비해놓은 상품이 판매되지 않으니 전부 재고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몇 달을 지내다 보니 이제는 주문도 없을 뿐더러 간혹 한두 개 주문 들어온 상품을 가지고 배달을 가면 이 물건을 배달해야 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해본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게 배달을 가더라도 직원들이 "이거 안 받아요 가지고 가세요"라고 말하면 마치 필자가 죄인인 양 얼굴을 들지 못하고 다시 오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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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필자가 배달을 갔다가 물건을 받지 않아서 되돌아 온 동양란이다. ⓒ 신영근


꽃집에서 생화, 난종류, 관엽화분 등을 소비해야 화훼농가들도 계속 농사를 지어 돌고 도는 선순환이 된다. 지금은 화훼농가들도 꽃들이 팔리지 않으니 겨울철 유류대 등을 견디지 못하는 화훼농사들이 농사를 포기하고 채소원예 쪽으로 바꾸는 일이 벌어진다. 심지어 꽃을 키우던 곳을 갈아 엎고 딸기를 키운다는 이야기도 들어봤다.

물론 소비자들 기호가 바뀌어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김영란법' 시행 전과 후의 매출을 비교하면, 법시행 이후 매출이 급감했음을 알 수 있다.

화훼농가도 농사를 포기하고 있다

꽃집과 거래하는 곳은 꽃재료상, 생화판매상, 난도매상, 관엽도매상들이다. 이들 모두 김영란법 시행 이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남 서산에서 난 농장을 운영하며 필자와 거래를 하는 김아무개씨 농장을 찾았다.

김 사장은 작년 하반기 김영란법 시행 이후 승진, 영전에 맞춰 재배한 난들이 그냥 재고로 쌓이며 이 상태로 계속 농사를 지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김영란법 시행 전에는 경매장에 출하해서 이익을 얻었다. 1톤 차량에 3단을 쌓아서 각 화원에 공급을 해주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2단도 고사하고 바닥에만 난을 싣고 다니는 형편이다. 그만큼 소비가 줄었다는 이야기다. 지금은 살길을 모색하다 보니 난 농사를 줄이고 관엽식물도 함께 취급하고 있다. 여러 가지 식물을 같이 싣고 다니면서 화원에 공급을 해주지만 워낙에 화원들이 장사가 안 되니 이 상태로도 얼마나 버틸지 걱정을 하고 있었다.

필자가 있는 홍성과 서산지역에 꽃을 공급하는 생화 꽃 도매상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실제로 양재동 꽃시장에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이틀에 한 번씩 가는 도매상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김영란법' 시행 이전에는 생화들이 정말 많이 나와 있었다. 법 시행 이후에는 도산하는 도매상들도 많고 또한 매장의 꽃판매대에는 꽃이 없어 비어있는 곳도 있다.

화훼농가들이 농사를 점점 포기하면서 꽃수급이 어려워 서울 도매상들의 매장이 많이 비어있다고 한다. 생화 도매하는 사람들도 이전과 같지 않은 경기로 당장 그만두고 싶다는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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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시즌을 맞이해서 꽃다발 만들 꽃을 준비 해 놓고 있다. ⓒ 신영근


졸업시즌임에도 불구하고 화훼농가에서는 꽃을 재배하지 않으니 기존 겨울철 꽃값보다 가격이 대폭 뛰었다(졸업 시즌이라서 소비하는 양이 생산하는 양에 비해 늘어난다). 이 점은 곧바로 소비자의 불만사항이 된다.

"아니 이게 3만 원짜리예요?"
"꽃이 너무 작아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일일이 설명하기도 힘들고 소비자를 속이면서 장사를 하는 것 같아서 정말 안타깝고 답답하다.

이제 선생님 꽃선물은 없다

홍성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분들은 똑같이 김영란법 시행 이후 어렵다고 호소한다. 그 전까지는 장사하면서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었단다. 법이 시행된 이후 손님이 끊겼다. 5만 원짜리도 겁을 내면서 물어보기만 하고 그냥 간다.

연말에 소득신고를 하면서 보니 시행한 지 두 달이 지났음에도 매출은 절반 이상 줄었다. 대학생과 중학생 둘을 키우는 상황에서 밥 먹고 사는 게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손님과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이거 얼마냐?"
"5만 원이다."
"꽃 장사도 안 된다는데 왜 이렇게 가격이 비싸냐."
"모르시는 말씀이다. 김영란법 하나 때문에 특히 난 농장은 포기하고 그만두시는 농가들이 얼마나 많을 줄 아느냐 그 사람들도 생계가 어려워질 정도로 힘들어 포기해서, 난 농장도 줄고 경매도 줄고 해서 오히려 가격은 더 올랐다."

예전에 졸업시즌이면 손님들이 아이 것 하나, 선생님 것 하나를 사갔다. 2월 장사를 하면서 선생님 드릴 꽃다발을 찾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솔직히 아이를 위해서 고생하신 선생님께 꽃다발 하나도 못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꽃 소비를 늘리기 위해 지난해 12월에 꽃 동영상을 SNS에 올린 적이 있었다. 그렇게 큰 효과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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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에서 아이이게 전달할 꽃다발을 들고 있는 학부모. ⓒ 신영근


꽃장사하면서 어려움을 피부로 느끼는 요즘, 김영란법이 고쳐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김영란법' 취지에는 적극 공감한다. 그간 얼마나 많은 부정청탁이 있었으면 이런 법까지 생겼을까. 하지만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법 시행으로 인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 또한 현실이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막상 나에게 닥치니 한숨만 나온다.

예전 같으면 졸업시즌에 꽃다발을 만드느라 손가락 손톱 사이에 꽃물이 들었는데, 그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답답한 마음을 모두 알아줬으면 좋겠다. 이제 앞으로 다가오는 3월 정기승진인사에도 재고를 무릅쓰고 또 물건을 준비해야 할지 걱정이다.

"꽃집장사 예전만 못해유~~" 
#졸업시즌꽃다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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