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보 수문 개방했더니... 온통 펄밭, 사체에 악취까지

[현장] 환경재단·대전환경운동연합, '4대강 사업 수질환경 고발' 행사 진행

등록 2017.02.24 18:32수정 2017.05.1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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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 상류 300m 지점 수상공연장 앞에서 강바닥에서 퍼 올린 펄 속에서 환경부가 지정한 수생태 4급수 오염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가 올라왔다. ⓒ 김종술


펄스 방류로 수위가 1m 가량 낮아진 금강은 온통 펄밭이다. 시커멓게 쌓인 펄 바닥에서는 지난해 가라앉은 조류 사체가 덕지덕지하다. 생명을 찾아보기 힘든 지경으로 치달은 강 바닥에서는 쉼 없이 악취가 올라온다. 강바닥에서 퍼낸 펄 속에서는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만 나왔다. 

24일 오전 11시 환경재단 최열 대표와 임직원,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정책국장 등 10여 명이 공주보를 찾았다. 이들은 공주보 일원에서 2시간 동안 4대강 사업으로 망가진 금강 수질 환경을 돌아보고 퍼포먼스와 함께 수문개방을 촉구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지는 4대강의 수질은 악화하고 있다. 수온이 뚝 떨어진 겨울철임에도 정부는 녹조를 제거한다는 목적으로 세종보 수문을 개방해 놓은 상태다. 한파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반짝 추위가 찾아왔다. 봄을 시샘하듯 강바람까지 매섭게 불어온다.

보 주변에서는 여전히 보강공사를 하느라 중장비의 소음으로 가득하다. 바짝 추워진 날씨에 공주보 상류 수상공연장은 얼음이 얼었다. 물이 빠진 수상공연장도 온통 펄밭으로 변했다. 드문드문 죽은 펄조개만 널브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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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 상류 300m 지점 수상공연장 앞에서 강바닥을 파헤치자 시커먼 펄 흙이 올라오고 있다. ⓒ 김종술


바지장화를 입은 최열 대표가 투명한 유리그릇을 들고 강바닥으로 들어갔다. 쌓인 펄층이 옴짝달싹 못 할 정도로 발목을 잡았다. 어렵게 퍼 올린 것은 시커먼 펄이었다. 수온이 3도 정도로 떨어졌지만 풍기는 악취는 여름철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펄을 파헤치자 붉은 생명체가 꿈틀거린다. 환경부가 지정한 수생태 4급수 오염지표종인 붉은 깔따구와 실지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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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은 플래카드를 들고 4대강을 살려내라는 퍼포먼스를 진행 중이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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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강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공주보 하류에 흙탕물이 흘러내리면서 겨울 철새들이 맑은 곳으로 피난을 떠나고 있다. ⓒ 김종술


참석자들은 '겨울철에도 녹조라떼 범벅 4대강 농단 누가 책임지나?', '청년 일자리 100만개 날린 4대강 사기극은 중대범죄!'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4대강은 사기극이다 4대강을 살려내라", "4대강 파괴주범 이명박은 책임져라"는 구호를 외치며 재자연화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한편 지난 22일부터 세종보 1~2번 수문이 개방되었다. 물 빠진 상류는 발목까지 빠질 정도로 온통 펄밭으로 변했다. 미처 피하지 못한 펄조개들의 사체가 널린 상태로 악취가 심각하다. 수자원공사는 지난 가을에 이어 또다시 유압실린더 관에 쌓인 토사를 제거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2시간 가량 공주보 주변 강바닥을 손으로 파헤치며 돌아보고 나오던 환경재단 최열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최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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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 상류 300m 지점 수상공연장 앞에서 강바닥에서 퍼 올린 펄 속에서 찾은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를 최열 대표가 들어 보인다. ⓒ 김종술


- 금강을 찾아온 특별한 계기라도 있는지?
"정부는 최근까지 4대강 수질이 좋아졌다고 했다. 그런데도 4급수 오염 종이 득시글할 정도로 문제가 드러나자 이제 와 펄스 방류를 말했다. 그런데 보 하류에 저류조를 만들어 수질을 살리겠다며 2조2천억 원을 혈세를 투입한다고 한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 농단은 특검과 청문회를 통해 탄핵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국토를 훼손하여 만신창이로 만든 이명박 정권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국민의 정서와 반하는 일만 벌이고 있어서 현장을 돌아보고 싶어서 찾은 것이다."

- 금강을 돌아보신 소감은?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살리겠다고 했는데 우리는 4대강 죽이기라고 반대운동을 해왔다. 그랬더니 외국의 언론사들이 '살린다는데 왜 환경단체가 반대하느냐?'는 질문이 많았다. 그때마다 난감했던 경험이 있다. 그런데 우려하고 염려했던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은 4대강 살리기가 아닌 4대강 토목공사를 통해 4대강의 자연환경을 파괴한 결과가 현실이 되었다. 4대강 사업 초기 우려했던 것보다도 더 심각할 정도로 나빠졌다.

오랫동안 강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고 현장을 보면서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보통의 사람들은 강의 소중함은 느끼지만, 자신들의 삶과 연결이 없어서 멀리서만 보기 때문에 심각함을 느끼지 못한다. 가끔 녹조가 창궐하고 큰빗이끼벌레, 실지렁이, 붉은 깔따구가 나온다고 언론에서 떠들 때만 심각함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현장을 보고 다시 보여 주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언론에서도 여름 녹조만 주목받을 뿐 추운 겨울철에도 강바닥을 뒤덮고 있는 녹조는 생각지도 못한다. 지난해에 이어 다시 찾은 4대강은 시궁창으로 변해버렸다. 무산소, 생명이 다 사라지고 최악의 상태에서만 관찰되는 종들을 보면서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꼈다."

- 4대강 어떻게 하는 게 최선일까요?
"역사상 흐르는 물을 막아서 수질이 개선된 경우는 없다는 말을 오랫동안 해왔다. 갇혀 있는 물을 흐르게 하는 게 중요한 만큼, 방법은 전문가와 지역주민, 강과 더불어 살아가는 활동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 4대강 초기 반대를 하다가 고초를 겪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때는 가깝게 지냈다. 서울숲 조성과 청계고가를 철거하고 살리겠다고 했을 때는 청계천 복원에 부위원장을 할 정도로 가깝게 지냈다. 당시 나쁜 정책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시민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그런데 대선 후보가 되면서 대운하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환경운동가로서 절대 안 된다는 뜻과 대운하에 반대하는 책을 내면서 반대를 해왔다.

당시 광우병 문제로 국민의 저항이 심해지자 이명박 정권이 대운하라고 이름만 바꿔서 4대강 살리기라고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장애물인 환경운동연합과 본인을 통제하고 압박을 가해왔다. 당시 4년간 재판 과정에서 혐의가 없음에도 1년간 옥고를 치렀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했던 사람들을 억압하고 탄압한 정부에 대해서는 반듯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 4대강 사업에서 우리가 얻은 교훈이 있다면?
"잘못된 법은 고치면 된다. 그런데 생태계는 전혀 다른 문제다. 예를 들어 500년 나무를 베었을 경우 500년간 지나야만 되살릴 수 있을 정도로 오랜 시간이 들어가는 문제다. 한번 파괴된 자연은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이 들어간다. 우리 사회가 중요한 것을 빠트리고 급한 것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관심이 없으면 또 다른 4대강 사업이 추진될 것이다."

- 앞으로 어떤 일을 하실 예정인지?
"4대강이 이렇듯 심각한 상태임을 대선 후보자들에게 알리고, 대선 후보들이 환경을 되살린다는 말보다는 실제로 어떻게 살릴 것인지 관심과 공약을 통해 자연을 되돌릴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 마련과 공약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4대강 사업에 동참하고 잘못된 이론을 제공한 사람들과 관련자들을 새 정부가 들어서면 그런 사람들에 대해선 청문회나 특검을 통해서라도 반듯이 규명할 수 있도록 후보들의 공약이 나오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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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의 누수와 세굴로 지난해부터 보강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공주보 하류에 흙탕물이 가득하다. ⓒ 김종술


#4대강 사업 #4급수 지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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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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