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시재가 안희정의 배후? 언제는 홍석현과 엮더니

[대선주자 검증] 안희정과 여시재

등록 2017.02.25 17:28수정 2017.03.19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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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여시재 홈페이지. ⓒ 재단법인 여시재


"안연정은 다른 것 없고 그냥 여시재 얼굴마담이며..."

"이광재가 여시재 리셋 코리아 핵심 브레인이며 동시에 안캠 브레인인건 사실이고 우클릭 대연정 아이디어가 우연이 아닌 것도 사실."

"안희정 배후로 의심되는 '여시재'. 상근부원장이 이광재. 여시재 이사가 삼성가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라 돼 있다고? 삼성참여정부 시즌2인가? 여시재 의혹을 밝혀야."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선후보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2월 초순부터 트위터 등 SNS와 인터넷블로그에 '안희정의 배후는 여시재'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여시재(與時齋)는 지난해 8월 한국의 브루킹스 연구소(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를 표방하며 출범한 공익연구재단이다.

안 지사가 '대연정'을 강조하고, 뒤이어 '선의' 발언까지 나오면서 "여시재가 그의 배후이자 싱크탱크다", "여시재가 '대연정'의 전초기지다"라는 주장으로 더욱 확대됐다. 전체적으로 여시재가 '안희정 우클릭'의 배후 아니냐는 시각이다.  

안희정이 여시재 회원? 회원조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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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 미디어데이 기념촬영 지난 2016년 9월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재단법인 ‘여시재’(與時齋, 시대와 함께 하는 집) 주최 동북아포럼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왼쪽부터) 총괄부원장인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헌재 이사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창호 외신기자클럽 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이런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이 딱 부러지게 내놓는 근거는 없다. 다만 여시재가 지난해 9월과 10월에 각각 주최한 미디어데이와 동북아포럼에 안 지사와 김부겸 의원, 이광재 여시재 부원장 등 더불어민주당 쪽 인사들은 물론이고, 여권 쪽의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이 참석한 걸 두고 안 지사 등이 여시재 회원이며 '여시재를 10년 전부터 준비했다'고 주장한다.  


남경필 지사와 원희룡 지사가 이광재 부원장, 김부겸 의원 그리고 안 지사와 가까운 관계인 것은 사실이다. 이들은 한국 정치가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를 뛰어넘는 통합의 정치를 해야 한다는 기조를 오랫동안 공유해왔다. 이광재 부원장은 '절친'을 묻는 질문에 "안희정 충남지사, 남경필 경기도지사 두 사람이다. 선배지만 김부겸 전 의원은 각별히 좋아한다"(<월간중앙 2015년 12월호)고 답할 정도다.

하지만 이들 간의 관계가 그렇다는 것이지 여시재를 매개로 한 조직적 결합은 아니다. 여시재는 연구재단이기 때문에 이사진과 연구원들로 구성돼 있을 뿐 회원 조직을 두고 있지 않다. 안 지사 등이 여시재 회원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전혀 없는 셈이다.

'10년 준비' 대목도 사실과 큰 차이가 있다. 이는 이광재 부원장이 "저희(이광재, 안희정, 김부겸, 남경필, 원희룡 등)가 한 10년 전에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에 실질적인 지도자가 될 사람들을 사귀자. 그래서 각 나라에서 각자 성장했다가 어느 시간 의미 있는 시간이 왔을 때 우리가 한반도의 통일과 동북아의 미래를 얘기해보자라고 계획을 하고 10년 동안 쭉 사귀어 왔던 것이죠"(2016년 10월 12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라고 한 발언을 '여시재'에 중심을 두고 변용한 것이다.

여시재 이사진은 이헌재(전 경제부총리) 이사장을 포함해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 정창영 전 연세대학교 총장, 안대희 전 대법관, 김도연 포항공대총장, 김현종 전 유엔대사,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 박병엽 전 팬택 대표이사 부회장 등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노무현 정부에서 각각 경제부총리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이헌재 이사장과 김현종 전 대사,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냈고 현재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계재단 이사인 김도연 포항공대 총장, 박근혜 정부 탄생에 일조하고 국무총리 지명까지 받았던 안대희 전 대법관에 주목해 '연정'과 연결시키는 시각도 있다.

"이사진 2015년 여름에 구성돼... 연정론 배후주장, 시기적으로도 안맞아"

이와 관련해 여시재의 한 관계자는 "재단이 외교부에서 등록 필증을 받은 날짜가 2015년 12월인데, 이 등록과정에 6개월 정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미 그해 여름에 재단 이사진 구성이 끝나있었다"면서 "시간적 상황을 따져봐도 여시재와 안 지사의 연정을 연결시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안희정 지사의 대선 운동을 돕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팩트가 없이 떠돌아다니는 수준의 이야기들이라 공식대응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SNS상의 일부 네트워크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와 여시재의 배후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있다는 주장까지 내놓는 이들도 있으나, 유일한 근거는 2010년 9월 충남 부여에서 열린 세계대백제전 행사에서 안 지사와 이광재 부원장이 이 전 대통령을 가운데 두고 웃는 사진 정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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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세계대백제전 개막식에 참석한 안희정 충남지사, 이명박 전 대통령, 이광재 전 강원지사 ⓒ 연합뉴스


추정과 추론이 넘치는 '여시재 안희정 배후설'의 거의 유일한 근거는 '노무현의 좌희정-우광재', '안희정의 평생 친구'로 불리는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이 여시재의 운영을 총괄하는 부원장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시대와 함께하는 집'이라는 뜻의 여시재는 이 부원장의 의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조직일까.

조창걸 회장, 연구재단 통해 여시재 출연... 공부 인연 등으로 이사진 구성

여시재(與時齋)는 조창걸(78) 한샘 명예회장이 출연한 재산을 기반으로 설립한 재단법인이다. '시대와 함께 하는 집', '시대를 어깨에 짊어진다'라는 뜻으로 '시대와 함께 가면(與時偕行) 이롭지 않은 것이 없다'고 했던 <주역>의 풀이에서 따왔다고 한다.

서울대 건축공학과와 국제디자인대학원대학교 출신인 조 명예회장은 1970년에 한샘을 창립해 국내 대표적인 '홈 인테리어 기업' 중 하나로 키운 뒤 2009년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여시재와 한샘 관계자들 그리고 한샘의 공시 자료에 따르면 그는 2012년에 '장학사업과 학술연구' 목적으로 '한샘드뷰'(Design Beyond East & West) 연구재단을 만들었다.

이어 2015년 3월에 한샘 주식 260만주(당시 종가기준으로 약 4400억 원 규모)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그 중 60만주를 우선 한샘드뷰에 내놨다. 한샘드뷰는 그해 4월 이중 절반인 30만주를 약 533억 원에 팔아 재단의 '목적사업'을 위한 자금을 만들었다.

조 명예회장은 2016년 8월에 자체연구보다는 외부기관 연구 용역을 중심으로 운영된 한샘드뷰와 달리 자체 연구 인력을 두고 연구 분야도 확대해 '한국의 브루킹스'를 만들겠다면서 여시재를 세우고, 한샘드뷰에서 300억 원 정도의 자금을 여시재에 출연하게 했다.

당시 조 명예회장이 여시재에 한샘 주식 260만주를 내놓는다는 보도가 이어졌는데, 한샘 측은 "2015년 3월에 밝힌 사회환원 내용과 혼동돼 잘못된 보도가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결국 조 명예회장이 이사장인 한샘드뷰 재단이 여시재의 전신인 셈이다. 

조 명예회장은 재산 축적을 최우선으로 하는 보통의 기업 오너와는 큰 차이가 있는 인물로 보인다. 30세 때 서울대 건축과 동문인 고(故) 김석철 교수와 함께 '응용과학연구소'를 세운 학구파다. 직접 한샘을 운영할 때도 그리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문명대안' '지속가능한 발전', '동북아 협력' 등을 주제로 학자들과 개인적인 모임을 계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여시재가 정식 출범하기 전인 2016년 4월, "물주로만 남겠다"며 여시재의 독립적 운영을 위해 이사직을 사임, 현재 법적으로는 여시재와 아무 관계가 없는 상태다.

세간에는 이광재 부원장이 여시재의 '어마무시한' 이사진을 구성했을 것이라고 인식돼 있으나 이것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인다. 이헌재 이사장은 조 명예회장과 공부모임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으며, 조 명예회장은 서울대 공대 후배인 홍석현 회장과도 사적, 공적 친분이 있다고 한다. 한샘은 2010년 종편 출범 당시 JTBC에 주주로 참여해 1.2%의 지분을 갖고 있기도 하다. 안대희 전 대법관도 이 부원장이 아니라 조 명예회장과의 인연으로 여시재 이사를 맡았다. 

여시재의 관계자는 "이사진 대부분이 조 명예회장이 이런저런 공부모임을 하면서 만난 분들"이라면서 "이광재 부원장의 경우도 여시재 운영과 관련해 추천받은 것으로, 우리 재단이 중국에 대한 관심이 큰 가운데 이 부원장도 강원 지사직을 잃은 뒤 중국 칭화대에 유학해 공부한 것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광재의 여시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안희정 이전에도 반기문-홍석현과 연결시키는 주장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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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 미디어데이 참석한 안희정 지난 2016년 9월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재단법인 ‘여시재’(與時齋, 시대와 함께 하는 집) 주최 동북아포럼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총괄부원장인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남경필 경기도지사,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 권우성


여시재는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이사들이 화려한 이유로 안희정 지사 이전에도 '안철수 사람들이 만든 것', '반기문 총장의 대선캠프'라는 설들에 휩싸였다. 지난해 <월간조선> 11월호는 "'한국의 브루킹스' 꿈꾸는 여시재(與時齋), 어떤 곳이기에" 기사에서 "홍석현의 대선 싱크탱크 될까, 단순한 연구기관일까"라는 부제를 달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이원재 여시재 기획이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석현 회장이 준비를 시작하나 보죠?", "문재인 대표의 씽크탱크를 넘어서서, 균형을 잡으셔야 합니다" 등 여시재와 관련한 주변 지인들의 반응을 전하면서 이렇게 썼다.

"안철수 대표 사람들이 만든 것인가요? 반기문 총장을 밀기 위해 만들었다는 그 조직이군요? 제가 민간 독립 싱크탱크 '여시재'에서 일한다는 이야기를 전하자, 제 주변 사람들이 제게 전했던 말들입니다. 요즘 며칠 간은 안희정 지사를 미는 곳이라는 이야기가 돌아다니는 모양이네요. 허무맹랑한 이야기입니다."

이원재 이사는 "독립적 정책싱크탱크를 표방하며 투명하게 공개적으로 운영하는 조직에 대해 '친일파가 만든 곳이다, MB와 연결되어 있다, 삼성의 기획이다'라는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한다면, 그것은 폭력"이라면서 "그것도 영향력 큰 특정 정치인의 지지자들이 집단적으로 이런 행동을 한다면, 사실을 왜곡해 이익을 얻으려 하는 권력의 치졸한 조작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광재 "여시재-안희정 전혀 관련 없다"

이광재 부원장도 24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말이 말을 낳는 상황이어서... (말하기 조심스럽다)"라면서 "여시재와 안 지사는 전혀 관련이 없으며, 나도 여의도 대선캠프와는 인연을 끊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원장은 "한 달도 안 빠지고 재단 (이사회) 회의를 계속하고 업무보고를 하는데, 거기서 무슨 정치 관련 일을 하겠느냐"면서 "(작년 10월에) 동북아포럼하고 지금도 중국, 러시아, 일본으로 다닌다고 정신이 없다"고 각종 의혹들을 일축했다.

여시재 관계자들도 "재단 이사 면면들이 이 부원장 뜻에 휘둘려서 움직일 사람들로 보이느냐"면서 "이번 대선에 대한 이 부원장의 생각은 모르겠지만 그에 대한 판단과 발언은 그 개인의 것일 뿐 여시재 업무를 총괄하는 부원장 업무와는 구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희정-여시재' 유착론의 바닥에는 과거 노무현 정부가 '국민소득 2만불 시대' 등 삼성경제연구소의 담론을 수용하면서 정부가 삼성 그룹에 휘둘렸다는 판단 아래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게 아니냐는 인식도 깔려있다.

이와 관련해 김종민 의원은 "우선 노무현 정부가 삼성에 휘둘렸다는 것 자체가 팩트가 아니"라면서 "여시재는 지난 해 8월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구체적인 정책 비전이나 대안 같은 걸 내놓은 게 없지 않으냐"고 반박했다.

여시재 관계자도 "여시재는 국내 정치나 국내 경제 분야가 아니라 '동북아와 새로운 세계질서' '통일한국' '도시의 시대' '신문명' 등을 연구주제로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기획취재팀]
구영식(팀장) 황방열 김시연 이경태(취재) 이종호(데이터 분석) 고정미(아트 디렉터) 기자
#안희정 #여시재 #이광재 #홍석현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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