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예약 4분 늦어 진료 거부... 5세 여아 사망

진료 거부당한 날 증세 심해져 사망... 영국 사회 '충격'

등록 2017.02.27 07:49수정 2017.02.27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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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진료를 거부당한 날 천식 발작으로 숨진 5세 여아 엘리-메이 클락의 사연을 보도하는 영국 BBC 갈무리. ⓒ BBC


천식을 앓는 5세 여아가 예약 시간보다 4분 늦었다는 이유로 병원 진료를 거부당했다가 숨지는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영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영국 BBC는 26일(현지시각) 5세 여아 엘리-메이 클락이 천식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예약 시간에 늦어 진료받지 못했고, 구급차에 실려 대형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끝내 숨을 거둔 사연을 보도했다.

지난 2015년 1월 영국 뉴포트에 사는 싱글맘 샤니 클락은 학교로부터 딸 엘리-메이의 천식 증상이 심해져 빨리 병원으로 데려가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딸은 오랫동안 천식을 앓으며 5차례나 중환자실 치료를 받은 바 있다.

클락은 영국 국민의료보험 국민보건서비스(NHS) 1차 의료기관인 '공중보건의원'(GP)에 전화해 엘리-메이의 진료를 오후 5시로 예약받았다. 둘째 딸을 친구에게 맡기고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으나 클락과 엘리-메이가 도착한 시간은 5시 4분이었다.

그러나 병원의 담당 의사인 조앤 로우 박사는 예약 시간에 늦었다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하고 다음 날 다시 올 것을 통보했다. 결국, 클락과 엘리-메이는 의사를 만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날 밤 엘리-메이는 천식 발작을 일으켰고, 클락이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옮겼으나 결국 사망했다. 클락은 병원 측에 강력히 항의했으나 의사로부터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다고 분노했다.

진료 거부한 의사, '솜방망이' 징계 후 재취업


영국 종합의료협회(GMC) 조사 결과 클락과 엘리-메이가 예약 시간보다 늦게 병원에 도착한 것은 맞지만, 의사가 엘리-메이의 병력(medical history)을 확인하지 않고 돌려보낸 것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의사는 엘리-메이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다른 환자를 진료하고 있었다"라고 주장했지만, 진료 기록을 조사한 결과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의사는 6개월 감봉과 정직이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받은 후 현재 다른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엘리-메이의 할머니 브랜디 클락은 "의사는 불과 몇 분 늦었다고 진료를 거부했고, 그 결정은 어린 소녀의 눈부신 삶을 앗아갔다"라며 "우리 가족은 산산조각 났지만, 의사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새로운 일자리를 얻고 잘 지낸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에 대한 징계가 가벼워 너무 실망했다"라며 "나는 그 의사가 감옥에 가야 한다고 믿는다"라고 주장했다. 비판 여론이 쏟아지자 GMC는 다시 조사에 착수했으며, 곧 심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영국 보건부는 대변인을 통해 "엘리-메이의 가족, 친구들과 슬픔을 함께할 것"이라도 애도의 뜻을 전했다.

#영국 #천식 #N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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