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왜 자꾸 물고기 냄새가 난다고 했을까

[그림책 읽는 아버지] 정희정 <킁킁>

등록 2017.03.03 09:27수정 2017.03.0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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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한 마리는 어느 날 먹이를 찾아 두리번두리번 살핍니다. 그런데 좀처럼 맛난 먹이가 안 보입니다. 새는 물고기 몇 마리를, 적어도 한 마리쯤은 잡아서 먹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에도 저기에도 물고기는 도무지 안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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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그림 ⓒ 북극곰


배가 고프기도 하고 어딘가 아리송하기도 하 새는 둘레를 살피다가 누구한테 묻습니다. 딱히 어느 하나를 콕 집어서 묻는다기보다 거의 혼잣말처럼 물어요.

물고기 봤니?
아니.
근데 너는 누구니?
난 씨앗이지. (7쪽)

물고기를 보았느냐고 묻는 새한테 씨앗이 대꾸를 해 주어요. 새는 저한테 대꾸를 해 준 씨앗한테 되묻지요. 처음에는 누가 대꾸를 해 주리라는 생각을 못하던 새인데 마침 대꾸를 들은 김에 물어요. "근데 너는 누구니?" 하고. 씨앗은 저 스스로 씨앗이니 "난 씨앗이지" 하고 다시 대꾸를 한대요.

이때에 새는 혼잣말처럼 한 마디를 읊어요. 뭐라고 읊느냐 하면,

분명히 물고기 냄새가 나는데…….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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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그림 ⓒ 북극곰


그림책 <킁킁>(북극곰,2017)은 새 한 마리하고 씨앗 한 톨이 서로 얽히는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새는 물고기를 찾아 이리저리 떠돌고, 좀처럼 물고기를 한 마리조차 못 찾아요. 이러면서 혼잣말처럼 "물고기 봤니?" 하고 물으면, 처음에는 씨앗이 대꾸하고, 다음에는 나뭇잎이 대꾸하며, 이윽고 열매가 대꾸해요.

이때마다 새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되물어요. 틀림없이 물고기 냄새가 나고, 어디선가 물고기 냄새가 나거든요. 참말로 물고기 냄새가 나고, 꼭 물고기 냄새를 맡은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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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그림 ⓒ 북극곰


킁킁!
혹시 물고기 봤니?
아니.
근데 너는 누구니?
난 열매잖아. (22쪽)

새는 물고기를 찾을 수 있을까요? 씨앗 한 톨은 씨앗에 숨은 수수께끼를 새한테 보여줄까요? 네, 그림책 끝에서 이 수수께끼를 환하게 풀어 줍니다. '씨앗'은 바로 '길'이기 때문입니다. 무엇이든 우리가 스스로 바라는 대로 뭐든지 보여주는 길인 씨앗이에요.

물고기를 바라는 새한테는 씨앗 한 톨이 물고기가 될 수 있어요. 씨앗이 자라 나무가 되고, 나무에서 물고기가 자랄 수 있어요. 자전거를 바라는 아이한테는 씨앗 한 톨이 나중에 자전거로 될 수 있지요. 따끈따끈 맛난 밥 한 그릇을 바라는 사람한테는 씨앗 한 톨이 머잖아 따끈따끈 맛난 밥 한 그릇이 될 수 있어요.

마음에 생각을 씨앗으로 심어요. 이 씨앗을 고이 아껴요. 고이 아낀 생각 씨앗을 마음밭에서 알뜰히 가꾸지요. 이러면 시나브로 이 씨앗이 꿈으로 이루어져요. 아이한테도 어른한테도 말이지요.

가만히 읽고 다시 읽고 거듭 읽어 보면, 아이들하고 함께 읽는 그림책 <킁킁>에 감도는 자그마한 '생각 씨앗'을 엿볼 수 있어요. 얼핏 보면 작은 이야기 하나예요. 새랑 씨앗이랑 물고기가 얽힌 이야기예요.

아이들한테는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가르침(교훈)으로 건네지 않아요. 마음에 꿈이 자라도록 넌지시 일깨워요. 스스로 이루고픈 꿈을 스스로 씨앗으로 심도록 조용히 북돋우지요.

자, 그림책을 다 읽고서 덮었다면 우리 서로 마주보면서 물어보아요. 아이랑 어버이 사이에서도 어른끼리 마주보아도 좋아요.

"내 꿈 보았니?"
"아니."
"그런데 너는 누구니?"
"나는 사랑이야."
"그렇구나. 어디에서 따스한 바람이 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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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그림 ⓒ 북극곰


덧붙이는 글 <킁킁>(정희정 글·그림 / 북극곰 펴냄 / 2017.2.1. / 15000원)

킁킁

정희정 글.그림,
북극곰,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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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사전을 새로 쓴다.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우리말 꾸러미 사전》《우리말 글쓰기 사전》《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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