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이주민 증가세가 주춤한 진짜 원인

생각보다 팍팍한 제주 이주, 그래도 여전히 가슴이 뛴다

등록 2017.03.02 20:42수정 2017.03.02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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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따뜻해지니 시내 놀이터가 포켓몬고 사용자로 가득 차고 있다 ⓒ 이영섭


3월의 첫날이다. 비록 태극기를 이상한 용도로 사용중인 이들 덕에 태극기를 내건 집이 눈에 띄게 줄었지만 분명 삼일절이다.


제주는 지난주부터, 정확히는 10여일 전부터 완연한 봄 날씨다. 성산이나 산방산 근방에는 벌써 유채꽃이 만개했다고 하고, 매일 걷는 산책로에도 이름 모를 들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이제 곧 망울을 터뜨릴 벚꽃이 유채꽃과 어우러져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낼 날도 멀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유채꽃에 대해서는 아직도 궁금증 투성이다. 일단 아무리 들여다봐도 배추꽃, 무꽃, 유채꽃을 구별하기가 너무 어렵다. 피어나는 시기나 장소에 따라 얼핏 추측을 해보기도 하지만 이 세가지 꽃이 한 곳에 섞여 피어나는 경우도 많아 이 역시 정확하지는 않다.

제주도 토박이 분들에게 물어봐도 명확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듯하다. 다만 꿀벌이 걸터앉아 꼼지락거리고 일을 하고 있으면 유채꽃이라고 말해준 분이 있어 요즘은 그 기준으로 판단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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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으로 추정되는)이 피어나고 있는 우리 가족의 산책길 ⓒ 이영섭


제주 주택 분양, 시내권은 여전히 인기, 읍면은 미분양 많아

이렇게 봄이 시작되니 겨우내 잠잠했던 건설장비들이 다시 집 앞을 왕복하기 시작했다. 콘크리트 양생이 어려운 시기가 지났으니 다시 건축을 시작하는 곳들이 많아진 것이다.


우리가 제주로 이주를 준비하는 동안, 그리고 이주 후 지금까지 제주에는 수도 없이 많은 공동주택들이 지어졌다. 도대체 저 집들을 누가 다 소화할 것인가 걱정이 될 정도로 많이 지어놨는데 재미있는 건 읍면 지역이 아닌 시내 동 지역의 집들은 아직도 거의 분양이 다 된다는 점이다.

최근 각 언론 매체에서 제주 공동주택 분양에 대해 상반된 의견들을 내놓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읍면 지역, 그 중에서도 생활 인프라조차 없는 곳의 케이스를 예로 들며 제주도 분양시장이 끝물이라고 기사를 쓰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도심지 인기 지역의 청약 성적을 예로 들며 아직 활황세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제주도민의 입장에서 보면 한 마디로 요약이 가능하다. 시내권의 통학이 편리하고 생활 인프라가 편리한 지역의 일정 규모 이상 단지는 여전히 청약 완판인 경우가 많고, 읍면 지역 혹은 단지가 너무 작은 주택의 경우에는 미분양이 많다. 제주도하면 무턱대고 사들이던 시기가 지나고 본격적인 옥석 가르기가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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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는 전기차가 어느 정도 일상에 자리 잡았다. 휴대폰마냥 콘센트에 꼽혀 충전중인 모습이 재미있다.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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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제주에서 카페 박람회가 열렸다. 저 맥주 푸드트럭 하나 갖고 싶구나 ⓒ 이영섭


제주 순유입인구 감소, 과연 부동산 가격 상승과 난개발 때문일까

요즘 제주도에 대한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 중 하나는 순유입인구(전입 인구수 – 전출 인구수) 감소에 대한 부분이다. 매년 감소하던 제주도 인구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막 제주 이주붐이 시작되던 2012년 1월경이다.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순유입인구는 2016년 2월 한달 간 1700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점차 증가세가 줄어들어 2017년 1월에는 626명을 기록했다. 매월 1000명 이상씩 증가하던 인구가 600명대로 내려앉은 것이다.

이에 2020년까지 제주 인구 70만명을 꿈꾸던 제주도정이 바빠졌다. 이주민 감소의 원인을 부동산 가격 상승 및 무분별한 난개발, 교통과 쓰레기 문제 등 정주환경 악화 등으로 지목하고 연일 이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또한 그 동안 늘어나는 인구에 대해 기뻐하기만 할 뿐 이주민에 대한 별다른 지원책은커녕 생활실태조사조차 실시하지 않더니 올 상반기에는 정착주민 생활개선을 위한 전면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한다.

정확한 통계는 실제 조사기관에서 할 일이지만 개인적으로 제주 이주민의 감소에 대해서 약간 다른 분석을 내놓고 싶다.

일단 제주도정에서 얘기하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난개발, 교통과 쓰레기 문제 등 정주환경 악화는 약간의 영향은 있을지언정 주원인은 아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제주 이주 의지를 꺾는 이유긴 하지만 아직도 서울, 경기 등 대도시권의 부동산이나 전세 보증금으로 제주 이주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분양 물량이 많아지면서 예전에는 없던 전세 문화가 생겨나 오히려 임대주택을 얻기에는 더 편해지기도 했다. 물론 절대적인 가격이 상승했기에 이에 못 미치는 예산을 짜놓았던 분들은 이주를 포기하기도 하지만 이 부동산 가격 상승이 절대적인 원인은 아니란 것이다.

난개발과 쓰레기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제주도 이곳 저곳에서는 곶자왈을 파헤치고 리조트 따위를 지으려는 기업들과 주민들 간에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또한 구좌읍 동복리에 준비중인 새로운 쓰레기 매립장의 건설이 지연되며 생활 쓰레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시내 몇몇 곳은 서울 못지 않게 교통체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매일 시달리고 있는 도청과 시청 관계자, 그리고 연일 해당 문제를 보도중인 제주 언론매체 입장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제주 이주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솔직히 말하면 육지사람들, 예비 이주민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별로 관심도 없고, 아예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육지가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기에 별다른 방해요소가 되지 않는다. 인구 증가세 감소의 원인을 이쪽으로 두면 훗날 큰 오차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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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부터 새로운 취미로 건프라를 시작했다. 아, 이 장식장을 가득 채우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하려나 ⓒ 이영섭


그럼 이주민이 줄어들고 있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로 꼽고 싶은 것은 건설붐으로 인한 건설인력 유입 감소다. 지난 2014년부터 급격하게 건설붐이 일어나며 제주도 내 건설인력과 자재가 부족해지자 육지에서 수없이 많은 인력과 기업이 제주로 넘어왔다. 이렇게 넘어온 인력들 대부분이 최소 1년에서 최대 몇 년 이상 제주도에 거주를 해야 하기에 전입신고를 하기 마련인데, 이 수치는 정확한 통계를 내기 힘들 정도로 엄청나다.

또한 이렇게 넘어온 대부분의 인력들이 1인, 2인 단위로 주택을 임대해 생활을 하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의 활성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제주 건설붐이 서서히 안정기로 접어들며 자연스럽게 건설 인력의 유입도 줄어들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파악된다.

두 번째 이유는 TV 등 언론매체에서 몇 년간 지속적으로 방영되던, 제주 이주에 대한 핑크빛 환상만을 심어주던 프로그램들이 자취를 감췄다는 점이다. 실제 제주 이주민 중 상당수가 이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언론매체의 보도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렇게 환상을 심어주던 방송사들의 소재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며 정신적인 동력원이 힘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당최 나아질 것 같지 않은 경제상황이 사람들의 의지를 점점 꺾어놓고 있다는 점을 꼽고 싶다. 다른 곳으로 터를 옮겨 행복을 찾아보겠다는 마음도 생활이 너무 절망적이지 않을 때나 생기게 마련이다. 요즘처럼 개인 경제나 국가 경제, 정치까지 한꺼번에 무너진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희망에 대한 꿈조차 꾸게 되지 않고 있는 듯하다. 점차 패배주의에 빠져 이것이 내 팔자려니 자포자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듯하다.

실제 제주 이주를 준비해온, 그리고 최근 제주로 이주해온 사람들과 만나 얘기를 나눠보면 위에서 언급한 내용에 대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인다. 제주 이주를 꿈꾸며 하나하나 준비를 해왔지만 당장 하루하루 버티는 것도 힘들 정도로 사회가 불안정해지다 보니 어느새 그 꿈조차 꾸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제주 이주를 꿈꾸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애기는 경제적인 계획과 대안, 그리고 슬로우 라이프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없는 이상 오지 말라는 것이다. 일단 제주도 자체가 서울 등 대도시에 비해 세수가 부족하다. 당연히 예산도 부족하다. 기업들도 대부분 대도시에 비해 재정적 기반과 매출 등이 빈약하다.

이는 결국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이어진다. 갖고 있는 예산이 넉넉하거나, 혹은 쓸 만한 자영업 아이템이 있거나, 이도 저도 아니면 적게 벌어서 적게 쓰겠다는 확고한 신념이 없는 이상 환상만 갖고 이주했다가 후회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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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당리 작은 카페, 이 집 팥빙수를 먹을 수 있는 날이 얼마 안 남은 듯하다 ⓒ 이영섭


문제는 이렇게 얘기를 하는 나조차 아직도 제주도에 대한 환상과 동경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는 점이다. 일상을 살아가며 매일 만나는 에메랄드 빛 바다와 한적한 해안도로, 온갖 꽃들이 만발한 산책로, 한적한 마을,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아직도 가슴이 뛴다.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나와 같은 사람들을 말릴 수가 없다. 인생 얼마나 산다고 꼭 해보고 싶은 일을 참기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차피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면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나은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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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살아가며 이런 풍경을 매일 접할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에 조금이나마 가까워진다 ⓒ 이영섭


제주에는 금요일 내내 비가 올 예정이다. 아마 그날 한라산은 또 눈꽃을 뒤집어쓸 것 같다. 이번 주말에는 눈이 다 녹기 전 마지막 산행이라도 추진해봐야겠다. 내 자신이 이런 계획을 짜며 가슴이 뛰니 어찌 제주로 이주하겠다는 사람을 말릴 수 있으랴.
#제주이주 #유채꽃 #순유입인구 #핑크빛환상 #세수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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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 : 제주, 교통, 전기차, 복지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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