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빠진 강 펄층 걷어내자 피부병 유발 실지렁이 투성이

[현장] 세종보 또 보수... 환경단체 "국민 혈세 잡아먹는 괴물, 4대강"

등록 2017.03.02 17:28수정 2017.03.2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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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상류 강바닥의 굳어가는 펄을 파헤치자 실지렁이가 얼기설기 얽혀있다. ⓒ 김종술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세종보 수문이 열렸다.
수자원공사는 '금강수계 수위저하 시범운영 기간 중'이라고 내걸고 수문 정기점검에 나섰다. 바닥을 드러낸 상류는 예상과 달리 더 심각해 보였다.

지난해 4번 보수, 또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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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수력발전소 쪽 수문과 보조 수문 아래 물속에 잠수부가 작업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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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1~2번 수문이 내려지고 수력발전소 쪽 수문과 보조 수문이 닫힌 상태로 작업자들이 유압실린더를 청소하고 있다. ⓒ 김종술


지난달 23일 세종보 1, 2번 수문이 개방됐다. 수자원공사는 수력발전소 쪽 3번 수문 아래에 보조 수문을 세우기 위해 잠수부를 동원했다. 지난해 기름이 유출됐기 때문에 이번에는 오일 펜스까지 설치했다.

2일 다시 찾아간 세종보는 두 개의 수문이 열린 상태였다. 상류 바닥은 군데군데 드러나 있었다. 바닷가 갯벌이 연상됐다. 다리가 긴 새들이 먹이를 찾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펄에서 풍기는 시큼한 악취가 진동했다.

긴급보수 차량이 세워진 수력발전소 앞에는 '세종보 수문 정기점검 실시안내'라는 표지판이 서있다.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자 작업자들이 벗어놓은 바지 장화가 보인다. 대형 드럼통에 담긴 유압유와 각종 자재가 널브러진 현장에서는 작업자들이 분주하게 오갔다. 굳게 닫힌 3번 수문에도 작업자들이 유압실린더 관을 뜯어내고 정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인다.

세종보는 지난해 4번 수문이 개방됐다. 그리고 수문을 여닫는 유압 실린더와 수력 발전소 벽면에 설치된 유압배관(강관→ 유연관) 교체, 실린더실 토사 제거, 가동보 수밀고무, 가동보 수문병합부, 바닥보호공 사석, 수류확산장치 등 점검과 보수가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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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진행되고 있는 세종보 정기점검을 알리는 표지판. ⓒ 김종술


지난 2009년 5월 착공한 세종보는 217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 '전도식 가동보'로 2012년 6월 20일 준공했다. 4대강 사업 중 가장 빠른 공정을 보여 공사를 맡은 대우건설은 훈·포장을 받았다. 그러나 다른 보의 하자보수가 5년에서 10년인 반면, 세종보는 3년이어서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하지만 완공 5개월 만에 강바닥에 쌓인 토사가 유압장치에 끼는 구조적 결함이 발생했다. 해마다 반복해 수문을 열고 보수하는 실정이다. '최첨단 가동보'임을 자랑하는 세종보는 지난해 11월에도 수문을 열고 실린더실 토사 제거와 유압배관 교체를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실 관계자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세종보 유지관리보수 및 인건비로 17억 원이 투입됐다.  

환경부 수 생태 4급수 오염지표종 우글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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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상류 강바닥의 굳어가는 펄을 파헤치자 실지렁이가 얼기설기 얽혀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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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물이 빠지면서 강바닥이 온통 지난해 가라앉은 조류 사체로 가득하다. ⓒ 김종술


수력발전소로 유입되는 부유물 차단을 위해 물 위에 띄워놓았던 차단 펜스도 강바닥에 누워있다. 선착장 바지선은 부착조류가 가득한 펄밭에 앉았다. 시궁창처럼 변한 펄밭은 지난해 가라앉은 녹조가 덕지덕지했다. 둔치를 보호하기 위해 사석을 쌓고 얼기설기 엮어 놓은 쇠줄은 제 역할을 못할 정도로 늘어져 있다. 기온이 오르면서 때맞춰 날파리까지 극성이다.

갯벌로 변한 상류에 첫발을 내딛자 시큼시큼한 시궁창 악취가 진동한다. 물이 빠지고 일주일 가량 지나서인지 가뭄에 드러난 바닥처럼 쩍쩍 갈라지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자 쌓인 펄 때문에 발목까지 푹푹 빠진다.

손으로 바닥의 펄을 파헤치자 환경부가 지정한 수 생태 4급수 오염지표종인 실지렁이들이 거미줄처럼 얼기설기 엮여있다. 상류로 이동해 다른 곳을 파헤쳐도 실지렁이 투성이다. 바닥에 쌓인 펄층 20cm 아래는 온통 '실지렁이 밭'이었다. 4급수 오염지표종이 발견된 곳의 물은 수돗물로 사용할 수 없고 오랫동안 접촉하면 피부병을 유발할 수 있다.

세종시청이 바라다보이는 마리너 선착장 인근에는 4대강 준설 당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자재들도 발견됐다. 준설선을 바닥에 고정했던 닻 모양의 쇳덩이부터 밧줄과 여러 종류의 장비까지 녹슨 상태로 물밖에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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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빠진 세종보 상류는 펄이 쌓이면서 달 표면처럼 변했다. ⓒ 김종술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4대강 사업 이후 해를 거듭할수록 금강이 회복 불능으로 빠지고 있다. 녹조는 창궐하고 강바닥에 펄이 쌓이면서 환경부가 지정한 오염종들만 늘어가고 있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 정부는 여전히 보 하류에 저류지를 만들어 수질을 개선한다고 하면서 예산만 투입하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지금이라도 4대강 사업의 잘못을 인정하고 부분개방이 아닌 4대강 16개 모든 보의 수문을 열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지속해서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만 잡아먹는 괴물로 변할 것이다. 차기 대권 후보들에게 4대강 청문회를 강력하게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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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물이 빠지면서 세종시청이 올려다보이는 마리너 선착장 인근에 준설선을 바닥에 고정했던 닻 모양의 쇳덩이까지 발견되었다. ⓒ 김종술


#4대강 사업 #세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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