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렁주렁 호박고지에, 말린 톳... 갯내음 가득

[여행] 섬 너머에도 섬이다, 여수 화정면 적금도에 가다

등록 2017.03.05 20:53수정 2017.03.05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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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화정면 적금도의 아름다운 마을 풍경이다. ⓒ 조찬현


적금도 가는 길이다. 뱃길이 아닌 찻길을 따라 간다. 지난해 12월 27일 팔영대교의 개통으로 인해 이제는 고흥 영남면 우천리에서 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 1340m의 교량이 바다를 가로지르며 그림처럼 떠 있다.

아름다운 섬이다. 해안가에는 검은 자갈이 햇살에 반짝인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바닷물도 덩달아 반짝거린다. 돌담이 유난히 많다. 사람이 사는 집의 담장도, 들녘의 밭 자락에도 돌담을 쌓았다. 바람 많은 섬이어서 일까. 지붕은 굵은 밧줄로 날아가지 못하게 묶어두었다.


포구에 어선 한가롭고... 마을길에 백구는 여유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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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길에는 백구가 여유롭게 앉아 있다. ⓒ 조찬현


사람이 살지 않은 빈집이 허허롭다. 포구에 닻을 내린 어선은 한가롭다. 마을길에는 백구가 여유롭게 앉아 있다. 뭍에서 온 걸까, 꼬마 손님들도 보인다. 바닷물이 빠지자 바닷가의 판상절리 바위가 눈길을 끈다.

섬 너머에도 섬이다. 적금도의 하얀 등대 너머와 주변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다. 앞으로 적금도에서 낭도도 다리로 이어진다.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 교량이 고흥에서 여수까지 이어지면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인해 섬 문화는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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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섬이다. 해안가에는 검은 자갈이 햇살에 반짝인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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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많은 섬이어서 일까. 지붕은 굵은 밧줄로 날아가지 못하게 묶어두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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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어귀 산자락의 밭에도 돌담을 쌓았다. ⓒ 조찬현


마을 어귀 산자락의 밭에서 할머니가 김을 매고 있다. 함께 동행을 한 지인은 아는 분이 이곳에 사신다며 할머니에게 핸드폰의 사진을 보여준다. 할머니는 뭍에서 온 낯선 이들을 경계하며 조심스레 그분의 집을 알려준다. 마을 인구는 150~160여명이며 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적어 오래전 문을 닫았다고 한다.  

"마을에는 150~160여명이 살아요. 초등학교는 오래전에 폐교되었어요."


돌담 고샅길을 지나 마을 중간쯤에 있는 멋진 기와집이다. 씨감자를 손질하고 있다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준다. 여수 시내에서 장사를 하며 이곳을 오가다 3년 전부터 아예 이 섬에 눌러앉았다고 한다. 섬 생활이 마냥 재미있다며 자랑을 늘어놓던 어르신(71.이선영)은 소녀처럼 해맑게 웃었다.

"쌓을 적(積)자에 쇠금(金)자를 써서 적금도(積金島)예요. 부촌이에요. 농사만 안 짓는다면 살기가 세상 좋지요. 온 천지가 다 멋져서 눈은 항상 즐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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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0m의 팔영대교 교량이 바다를 가로지르며 그림처럼 떠 있다. ⓒ 조찬현


팔영대교의 개통으로 인해 여수 벌가에서 오가던 배편도 이제 3회에서 2회로 운항이 줄었다. 자신의 차가 있는 섬사람들은 다리를 통해 고흥으로 오간다. 여수에서 고흥으로 생활권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

"생활권이 바뀌고 있어요. 차 있는 사람들은 고흥으로 주로 댕겨요. 벌가에서 배가 세 번 다녔는데 이제는 하루에 두 번 운항해요."

적금도의 면적은 0.78㎢이며 섬의 길이는 남북으로 2.5㎞다. 적금도 부근에는 낭도와 둔병도, 상과도, 하과도, 오도, 매섬, 소당도 등의 섬이 있다. 어업을 주로 하는 적금도의 특산물은 낙지와 문어다. 밭농사는 자급자족 하는 수준이다.

"낙지 문어 쭈꾸미가 많이 나와요. 농사는 소득이 별로 없어요, 자급자족하는 정도예요."

빨랫줄에는 늙은 호박고지가 주렁주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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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랫줄에는 늙은 호박고지가 주렁주렁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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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란 대숲에는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 조찬현


마당 정원에는 기암괴석을 닮은 멋진 수석이 가득하다. 담장 너머에는 바다가 한눈에 조망된다. 뒤란 대숲에는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옛날에는 매실 열매가 노랗게 익어 땅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무슨 열매인지도 모르고 한동안 살았단다. 섬에서는 그만큼 매실이 귀했기 때문이란다.

처마 밑에는 텅 빈 제비집이 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강남 갔던 제비도 돌아오겠지. 서까래에는 호박씨앗과 잘 마른 토란줄기와 우거지가 그물 망태에 담긴 채 매달려 있다. 그 곁의 바람벽에는 붉은 고추와 파도 보인다. 빨랫줄에는 늙은 호박고지가 주렁주렁하다.

"감자, 고추, 깨, 호박 등을 수확하는 기쁨이 커요."

늙은 호박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한번 삶아서 겨우내 햇볕에 말렸다. 이렇게 말린 호박고지는 주전부리로 즐겨먹기도 하고 호박떡도 해먹는다. 건강식품인 호박고지는 비타민 D가 풍부해 골다공증 예방에 좋다.

"잘 마른 호박고지로 밥도 해먹고 떡에도 넣어먹지만, 그냥 먹어도 맛있어요. 심심할 때 간식으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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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의 평상에는 톳을 말린다. ⓒ 조찬현


마당의 평상에는 톳을 말린다. 어르신은 딸에게 보낼 거라고 한다. 톳 역시 삶아서 말린다. 잘 마른 톳 맛을 봤더니 입안에 갯내음이 가득하다. 파도가 춤을 추듯 순식간에 바다향기가 퍼져나간다.

"데쳐서 씻어서 말렸어요, 딸에게 보내려고요. 톳밥도 해먹고 그래요."

어르신은 해물라면을 끓여주겠다며 대접 못한 걸 못내 아쉬워했지만 우리 일행은 기쁜 마음으로 그냥 돌아섰다. 다음에 와서 꼭 해물라면을 먹겠노라며. 적금도에 사는 섬사람들, 그들은 참 마음씨가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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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이 빠지자 바닷가의 판상절리 바위가 눈길을 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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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집들은 밧줄로 지붕을 얼기설기 묶어 놨다. ⓒ 조찬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과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적금도 #여수 벌가 #고흥 영남면 #팔영대교 #맛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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