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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abay

'워킹맘의 무덤'이라는 대망의 초등학교 입학을 맞았다. 아이는 새로 입학하면서 받는 선물에 들떠있었고, 나는 새로 입학하는 시기에 빠뜨린 것은 더 없는지, 앞으로 아이 스케줄은 어떻게 해야 할지 잔뜩 긴장하면서 입학을 맞이했다.

선배 워킹맘들의 말을 들어보면 요즘은 돌봄교실도 잘 되어 있어서 생각보다 수월하다는 사람도 있었고, 정신없이 1학기를 보내서 몸살까지 앓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 어느 쪽이든 매우 긴장된다는 이야기는 같았다.

아이 학교의 방과 후 스케줄은 입학하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미리 알려주면 좋았을 텐데, 뒤늦게 나온 방과 후 스케줄과 아이가 현재하고 있는 교육과 돌봄교실, 아이의 체력과 동선, 둘째까지 픽업해야 하는 시어머님의 동선, 그리고 아이의 의견과 사교육비의 한계점까지 고려해야 하니 주말 내내 스케줄 짜다가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축구하는 엄마들 카톡방에 푸념을 했더니 일하는 엄마들의 같은 푸념이 이어졌다.

나 : "나만 이렇게 어려운 건가요? 아이 스케줄 짜기 너무 힘드네요."
A엄마 : "저도 머리 깨지는 줄 알았어요."
B엄마 : "그러게요. 너무 어렵네요. 정말 유치원이 편했던 것 같아요. 그나마 애 하나여서 다행이지. 둘이면 장난 아닐 듯요."
C엄마 : "전 그래서 이번에 그만뒀어요. 둘째 입학하니 정말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충격이었다. C엄마는 오랫동안 주변에서 보육교사를 했던 엄마다. 둘째 스케줄표까지 고려하다 보니 도저히 안 되겠기에 그만두었다고 했다. 그렇다. 나에게도 둘째가 있다. 그럼 2년 후에 이보다 훨씬 복잡한 스케줄표가 나에게 닥쳐올 것이라는 예고였다. 아이가 둘이니 나는 워킹맘의 무덤을 2번 건너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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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pixabay.com ⓒ pixabay.com

돌봄교실, 어디까지 이용할 것인가?

일하는 엄마나 늦게까지 학교에서 보육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몇 년 전부터 돌봄교실을 학교마다 시행하고 있다. 큰 아이도 당연히 돌봄교실을 신청했고, 돌봄교실은 오후 5시, 오후 7시로 2반으로 나누어 운영된다. 돌봄교실에서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아이는 늦게까지 돌봄교실에 있어도 되었다. 돌봄교실에서 오랫동안 있으면 안 되는 걸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했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지만, 미리 초등학교 입학을 경험한 워킹맘들에게 물어보니 돌봄교실에 대한 호불호가 갈렸다.

돌봄교실은 학교마다 인원수도 다르고 운영방식도 달랐다. 대부분 좋은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지긴 했지만, 엄마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곳도 있었고, 1,2학년 통합교실을 운영해서 조금 공격적인 성향의 형들 때문에 일찌감치 학원으로 돌린 사람도 있었다. 대부분의 의견을 취합해보니 돌봄교실이 있어서 안정적으로 학교에 적응할 수는 있지만 큰 기대는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 큰 기대는 아마도 교육 부분이었을 것이다. 공교육에서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엄마들의 의견은 대한민국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교육에 기대를 많이 하지 않는다면, 돌봄교실을 5시까지 이용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았다.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도 돌봄교실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창의 미술, 독서논술, 뉴스포츠 등이 있었다. 남자아이라 자랄수록 에너지가 넘치는데, 일주일에 한 번 축구교실에 가는 것을 제외하고 동생이 하원하는 5시까지 돌봄교실에 있는 것이 맞는지 고민이었다. 아이의 이동경로와 사교육비의 한계 속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다시 원점, '나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스스로 물었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에게 바라는 것, 소프트랜딩

나 : 이제 매일 수업 듣고, 급식하고 나면 돌봄교실로 이동해야 해. 알았지?
아이 : 응. 그런데 돌봄교실에 아는 친구가 하나도 없으면 어떻게 하지?
나 : OO(친구) 있잖아.
아이 : OO이도 돌봄교실 간데? 휴, 다행이다.


아이는 낯선 환경에서 친구라는 존재가 큰 위안이 되는 것 같다. 그것은 엄마인 나에게도 큰 위안이다. 아이에게 어쨌든 낯익은 친구, 그것도 친한 친구가 있다는 것은 학교 적응에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테니까. 내가 지금 상황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아이의 본격적인 사회생활이 시작되는 첫 학교생활의 소프트랜딩. 즉, 순조로운 적응이었다.

사교육을 많이 시키지 않고 공교육에 의지하겠다는 나만의 가치관도 이 순간에는 별 쓸모가 없었다. 결국은 아이에게 묻고, 친구관계를 생각해 친구와 이동경로를 비슷하게 했다. 아이 친구 엄마가 태권도 픽업을 도와주겠다고 나선 것도 큰 변수였다. 워킹맘은 비빌 언덕이 있으면 비비는 것이 좋다. 신세는 나중에 갚고, 일단은 아이 적응이 먼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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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pixabay.com ⓒ pixabay.com

초등학교 아이의 스케줄, 공교육과 사교육 사이에서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스케줄을 짜면서 보니 엄마의 소신과 기준을 지키기에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워킹맘으로 살면서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은 것도 있을 것이다. 공교육이 많이 좋아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대한민국의 사교육 시장은 이렇게 엄마들의 불안과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그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깨달았다. 사실 사교육비는 가정마다 천차만별이다. 사교육비가 월 수입의 몇%가 적당한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10만 원의 추가비용을 가지고 왔다갔다 고민하는 나같은 엄마도 있는 반면, 쿨하게 경험해볼 수 있는 건 다 시킨다는 엄마들도 있으니까.

아이의 스케줄 속에서 나의 과도한 욕심은 없는지, 과도한 사교육으로 아이를 황폐하게 하지는 않은지, 이것을 늘 유념하지만, 때로는 내 아이가 홀로 뒤처져 힘들어하지는 않는지도 유념해야 한다. 그래서 초등학교 1학년의 스케줄 관리가 힘들었다. 주위에 물어보니 엄마들은 이 힘든 과정을 매년 초에 겪는다고 한다. 2019년에는 둘째까지 초등학교 입학을 하게 되니, 아마 그때 얼마나 또 힘든 스케줄 짜기가 이어질는지... 워킹맘의 무덤이란 다름 아닌 스케줄 관리였던 것일까?

선배맘들 이야기로는 학년이 높아질수록 아이 스스로 이동하는 시간이 늘기 때문에 조금은 수월해진다고 한다. 다만, 그때는 돈이 많이 들어가므로 많이 벌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이번 경험을 토대로 하건대,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서 공교육과 사교육 사이에서 갈등은 꾸준히 이어질 것 같다. 그 헤맴 속에 기준은 늘 '아이의 행복'이 우선이겠지만, 그것을 담보로 과도한 사랑을 베풀지 않기를, 과도한 사랑은 구속임을 늘 각성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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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 <이틀, 두가지 삶아 담아내다> (http://blog.naver.com/longmami) 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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