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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봉투에 쌓인 쥐 시체, 문제 없다고요?

[카드뉴스] 동물해부실험은 정말 동물학대가 아닐까

등록 2017.03.09 21:05수정 2017.03.0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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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29일 법제처는 학교에서 교육 목적의 동물해부실험을 하는 것은 동물 학대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동물실험의 원칙을 지키면서 실험한다면 이는 동물 상해 행위나 고의적 동물 살해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어 동물보호법에서 '동물실험은 인류의 복지 증진과 동물 생명의 존엄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시절 실험동물학을 배운 적이 있다. 실험동물에 대한 개론과 실습에 관한 수업인데, 개론에서는 실험동물의 정의, 종류, 필요성, 질병, 사육관리, 번식, 윤리, 3R, 외삽 등을 배웠다. 간단히 말하자면, 동물실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그것에 대한 관리를 배운 것이다. 중요한 건 실습이었다. 실습 대상은 주로 마우스와 랫드(쥐)다. 실습은 두 가지 파트인 경구투여와 장기적출 위주로 진행됐다. 실습을 간단히 글로 설명하면 이렇다.

첫 번째, 경구투여를 하는데 앞서 보정을 해야 한다. 보정이란 말 그대로 잡는 방법을 말하는데, 꼬리를 새끼손가락으로 말아 잡고, 나머지 손가락으로 마우스의 등가죽을 잡아 고정하는 것이다. 보정을 하는 이유는 경구투여를 잘하기 위해서다. 즉, 주사기가 마우스의 식도를 건드리지 않도록 안전하게 약물을 투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습하는 도중에 마우스의 식도가 찢기고 상처 입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두 번째, 장기적출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경추탈골을 해야 한다. 경추탈골은 마우스의 목을 손가락으로 고정시키고 꼬리를 잡아당겨 죽이는 것이다. 그리고 죽은 마우스를 코르크 재질로 된 판에 핀셋으로 고정시키고 해부해서, 정맥으로부터 채혈을 한 뒤, 각 장기를 적출한다. 실습이 끝나면 마우스의 시체와 장기들은 하얀 봉투에 무심히 버려진다.

한 가지 더 기억나는 것은, 실습실 뒤편의 비글 사육장이다. 비글도 역시 실험동물이었다. 비글은 본래 사냥개인 탓에 어마한 활동량과 무시한 성량을 가지고 있다. 그런 비글을 실험동물로 사용하기 위해 케이지에 가두어 사육했고, 심지어 성대수술했다.

그 당시를 떠올려보자면 그냥 전공과목이니까, 친구들이 신청했으니까 강의를 들었던 것 같았다. 무고한 생명을 해치고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생명을 다루는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피를 봐서 불쾌감을 느꼈을 뿐 나는 아무 생각도 없었다. 무의식중에 동물이라는 생명을 도구로 바라보고 있었다는 뜻이다.

내가 경험했던 일들에 맞는 용어가 있다. '조건화된 윤리적 맹목성'. 쥐가 먹이라는 보상을 받기 위해 버튼을 누르도록 조건화될 수 있듯이, 사람들 또한 직업적 보상을 받음으로써 동물 실험을 통해 제기되는 윤리적 문제들을 무시하도록 조건화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나는 학점이라는 보상을 얻기 위해 동물실험을 시작했으며, 실험이 계속될수록 생명을 다루는 것에 무뎌졌었다.

다시 돌아와 생각해보자. 동물실험에서의 상해·살해 행위가 정당화될까? 동물 생명의 존엄성을 고려했을까? 원칙만 지킨다면 도덕성과 윤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과연 초·중·고등학교에서 동물보호법이나 동물실험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지켜질까? 나의 대답은 '아니'다.

만약에 이러한 시스템이 지속된다면 생명의 존엄성은 더욱 낮아지고 종 차별주의는 개선되지 못할 것이다. 이제 동물실험을 바라봐야 할 시각은,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도덕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것일까?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는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 사육 가구 수 비율이 17.4% (2010년) → 17.9% (2012년) → 21.8% (2015년)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후 방사 관련 정책에 86.3%가 찬성(2012년 조사 대비 15.4% 증가)하고 있다. 또한 동물보호센터를 통한 유기동물 입양에 대해 10명 중 9명이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통계를 보면 동물에 대한 관심과 의식이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실험동물을 대체할 만한 여러 기술들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인공 세포나 인공 피부를 사용하고 컴퓨터 모델을 만들어 동물 대체시험에 활용한다. 오가노이드라는 줄기세포나 장기세포에서 분리한 세포를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만든 실험용 소형 장기도 개발되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른 국내 실험동물 현황을 보면 183만 4천 마리(2012년) → 196만 7천 마리(2013년) → 241만 2천 마리(2014년) → 250만 7천 마리(2015년)로 12년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또한 2015년 1월부터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어 수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동물실험은 도덕의 문제이다. 마땅히 실험동물에 대한 현재의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 결과적으로는 동물실험은 사라져야 한다. 실제로 동물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대체할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실험동물에 대한 처우는 제자리걸음이다. 아니 수치상 더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미루어 봤을 때, 동물실험 개선 방향에는 법적인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7년 2월 4일, 우리나라에서도 동물실험 화장품 유통·판매가 전면 금지됐다. 이런 식으로 더 나아가 동물보호법을 강화하고 확장시킴으로써, 동물실험 대체 기술에 투자를 유도하고 개발하여 보편화해야 한다. 더 이상 케이지에 갇혀 짖지 못하는 비글은 보고 싶지 않다.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미디어오늘, 바꿈 홈페이지에 중복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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