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말꼬투리 잡기? 문재인이 뿔난 까닭

[取중眞담] 재벌 준조세 폐지 논란 2라운드, 본질은 '개혁 의지'

등록 2017.03.06 19:49수정 2017.03.1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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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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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예비후보 <오마이TV> 토론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예비후보자 토론회가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TV> 스튜디오에서 이재명 성남시장,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최성 고양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이재명: "준조세 중 법정부담금이 15조 원인데 폐지하나?"
문재인: "법정부담금 폐지가 아니라고 지난번에도 말했다."

이재명 후보가 6일 <오마이TV>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주자 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의 '대기업 준조세 금지법'을 연거푸 문제 삼았다.

두 후보는 지난 3일 첫 토론에서도 준조세 폐지 문제로 날선 논쟁을 벌였다. 문 후보가 지난 1월 정경유착의 빌미가 되고 있는 준조세를 없애겠다면서, 지난 2015년 대기업 준조세 전체 금액인 16조 4천억 원을 언급한 게 '화근'이었다. 이 후보는 법정부담금 15조 원을 포함한 준조세 전체를 없애려는 것으로 해석해 오히려 재벌 편의를 봐주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발끈한 문재인 "법정부담금 폐지 아니라는데 왜 또"

문 후보는 이날도 "준조세 금지라는 처방이 최순실 국정농단 속에서 드러난 재벌과 정권 간의 정경유착을 통해 오간 검은 돈을 없애겠다는 취지라는 건 누구나 다 안다"면서 이 후보의 거듭된 질문에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오마이뉴스>도 지난 3일 팩트체크 기사에서 "문 후보가 준조세 16조 원을 모두 없애려 했다"는 이 후보 발언은 '대체로 거짓'이라고 판정했다. 준조세는 세금 외에 기업에서 부담하는 돈으로, 정경유착의 빌미가 된 '비자발적 기부금'도 있지만 법에 따라 부과하는 법정부담금이 더 많은 건 사실이다. 다만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재벌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당시 문 후보 전체 발표 내용 맥락과 토론회 해명을 보면 법정부담금까지 모두 없애겠다는 취지는 아니었다.([오마이팩트] 문재인이 '재벌 준조세' 16조 원 없애려 했다?)

문 후보 1월 발언이 법정부담금까지 포함한 모든 준조세를 없애려는 것처럼 오해 받을 수 있다는 이 후보 지적은 맞지만, 이를 사실로 단정할 근거로는 부족했다. 이 후보도 이날 "최소한 (비자발적 기부금과 법정부담금을) 분리해서 표현했어야 했는데 이제야 이해가 됐다"라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이재명의 노파심 "재벌개혁 과정에서 본질 달라질 수도"

그렇다고 이재명 후보의 문제 제기 취지까지 가려지는 건 아니다. 이재명 캠프 대변인을 맡고 있는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문 후보의 준조세 금지법을 둘러싼 논란을 '위험한 해프닝'이라고 봤다.

제 의원은 "문 후보 정책자문단인 '10년의 힘'에 대기업 사외이사 출신 등 정체성이 다른 이들이 합류한 데다, 전경련에서 준조세라며 법정부담금까지 없애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에서 전경련 민원 처리용 발언이 아닌가 의심했던 것"이라면서 "문 후보 원래 취지는 그렇지 않더라도 그동안 개혁이 정책 입안 과정에서 본질과 다르게 호도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고 지적했다.

제윤경 의원은 "비자발적 기부금 액수는 많지 않아 법정부담금만 줄어들면 기업들 편의만 봐줄 우려가 있다"면서도 "준조세인 법정부담금에 대한 예산 심의를 통해 국회 통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이 후보는 준조세 문제를 빌어 문 후보의 '재벌개혁 의지'를 시험대에 올린 셈이다.

이에 문재인 캠프 홍종학 정책본부장은 "준조세 폐지 문제는 문 후보가 더는 재벌에게 손을 벌리지 말자는 취지로 오래 전부터 해온 얘기"라면서 "기금과 각종 부담금도 결국 기업이 세금으로 내야 할 돈인 만큼 세금으로 돌려 회계 투명성을 더 높이자는 것이지, 기업 편의를 봐주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법정부담금에 대한 국회 통제를 강화하자는 이 후보쪽 주장과 비슷한 맥락이다.

홍 본부장은 "문 후보 발표문에 16조 원을 언급한 것은 준조세 규모가 그만큼 많다는 것을 강조하려던 실무진의 착오"라면서 "이 후보가 이미 토론회에서 한 차례 해명한 내용을 또다시 문제 삼는 건 말꼬투리 잡기"라고 지적했다.

안희정의 훈수 "동지적 우정과 신뢰까지 깎아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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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주최 ’박근혜 없는 3월, 그래야 봅니다! 헌재 탄핵인용! 박근혜 구속! 황교안 퇴진! 19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자리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 이희훈


문 후보도 이날 이 후보의 '재벌해체', '주한미군 철수' 발언을 언급하며 반격에 나섰다. 이 후보는 "내가 말한 건 재벌 체제 해체지 재벌 해체가 아니다"라면서 "기업을 재벌 가문의 부당한 지배로부터 독립시켜 범죄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주한미군 철수를 각오하고 전시작전권 환수를 주장했다는 지적에도 "주한미군 주둔비 인상과 같은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끌려갈 게 아니라 철수를 각오하더라도 당당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캠프 김경수 대변인은 "그동안 이 후보 발언이 그렇게 표현돼 왔던 건 사실인 만큼 상대 후보에게 해명할 기회를 준 것"이라고 밝혔다.

제윤경 의원도 "문 후보가 이 후보 발언 전체 내용을 전달받지 못한 것 같다"면서도 "결과적으로 이 후보가 발언 취지를 잘 설명했다. 준조세 문제 지적도 의도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위험성을 우려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두 후보의 날선 토론에도 정작 양쪽 캠프는 나름 '윈윈'으로 평가한 셈이다.

다만 이를 지켜본 안희정 후보는 '동지적 예의'를 강조했다. 안 후보는 "재벌 정책에 견해는 서로 다르지만 상대를 친재벌로 몰아붙이는 건 동지적 우정과 신뢰를 깎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모처럼 활발한 논쟁이 벌어졌지만, 헌재 탄핵 심판을 앞두고 '집안 싸움'으로 비춰질까 경계하는 민주당 경선 토론 분위기를 잘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재명 #문재인 #준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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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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