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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의 격려 "전도를 못하면 애라도 많이 낳아라"

[3.8 세계여성의날⑦] 모성 보호의 관점에서 본 교회 내 성차별

등록 2017.03.07 17:48수정 2017.03.0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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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대전지역 여성단체의 이야기를 3월 1일부터 8일까지 연재합니다.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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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우 전도를 하기 위해서라도(?) 아이를 낳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아이를 낳고 교회 사역을 한다는 것은 현재의 상황에서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픽사베이


교회를 열심히 다니기만 하고 비판적 시각이라곤 통 없던 시절, 아직도 잊히지 않는 농담 하나 있었으니 그건 바로, "여자의 치마 길이와 목사의 설교는 짧을수록 좋다"는 말이었다. 목사 설교 짧은 것이야 언제든지 대환영할 일이지만 여자의 치마 길이와 연관 검색되게 발언하다니, 이건 또 무슨 쓰리쿠션 성희롱인가? 오래도록 찝찝했다.

이후 그런 노골적인 성희롱은 사라져가는 듯 보이지만 지금도 교회에서 흔히 듣게 되는 이런 말들은 여성인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예를 들어, 전도 집중 기간에 목사들이 흔히 하는 전도 격려 차원의 말, "전도를 못하면 애라도 많이 낳아라"는 말은 여성들을 순식간에 애 낳는 도구로 평가 절하시킨다.

이에 더해 "여자들은 애국하기 정말 쉬워요. 애만 많이 낳으면 되잖아~ 거, 그리 쉬운 일을 왜 안 한다고 튕기는지 몰라." 이런 말이 양념으로 흩뿌려지면 이 무식한 공간에서 같이 숨을 쉰다는 게 몹시 부끄러워지곤 하는 것이다.

출산 후 복귀하란 목사님 제안, 받을 수 없었다

그런데 내 경우 전도를 하기 위해서라도(?) 아이를 낳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아이를 낳고 교회 사역을 한다는 것은 현재의 상황에서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출산이 임박했을 때 담임 목사님은 아이 낳고도 일하라며 출산 후 복귀를 허락(?)해주었다.

그런데 나는 그 감사한 제안을 받을 수 없었다. 100일도 지나지 않은 아이를 맡길 데도 없거니와 설령 데리고 나온다고 한들 양육과 사역을 동시에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담임 목회자의 선의에만 기대기에는 여성사역자들을 위한 육아나 양육에 대한 보호 장치가 거의 없기에 대부분 일을 그만두는 것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육과 사역을 겸임한 파트 사역자(교육부서만 담당하기에 일요일에만 일하는 사람들)도 아주 가끔이지만 있기도 하다. 이 분들은 대개 그 시절을 "눈물 없인 말할 수 없는 고난의 시기"라고 회상하며 정말 힘들었다고, 그래서 일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고백한다.

일요일에는 정말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 어린이집도 쉬고 유치원도 쉬고 학교도 쉬고 주변의 믿음 좋은 친인척들도 다 교회 가야하고 남편도 교회 일을 해야 하는 경우, 그야말로 애를 질질 끌며 설교도 하고 회의도 하고 성경공부도 진행해야 한다. 남성 목회자들에게 익숙한 교인들은 그런 모습이 낯설어 불편해하기도 하고 민망해하기도 한다.

파트타임도 이런데 풀타임으로 일하는 여성 목회자들은 양육이라는 큰 산 앞에서 아예 사역을 포기해버릴 수밖에 없다. 교회 일이라는 게 9-6 출퇴근이 정확한 것도 아니고 언제 장례가 날지, 언제 심방을 갈지 예측불가의 영역이 많은 곳이라 양육을 하면서 사역을 한다는 건 영과 육과 혼이 모두 다 강해도 제대로 해낼 수 없는 영역이다.

사역과 양육을 다 감당하는 건, '미션임파서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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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 여성 지도력 열전을 펼치고 있는 실천여성회 판 ⓒ 실천여성회 판


남성 목회자들 역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다보면 가정에 소홀하고 제 자녀 얼굴보기도 힘들 정도로 바쁘게 일을 하는데, 아이의 주 양육을 떠맡는 여성이 그런 일터에서 사역과 양육을 다 감당하기란 정말 간절히 원해도 우주가 도와주기 어려운 '미션임파서블'인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신학을 공부한 여성들은 결혼과 함께 대부분 사역의 현장에서 물러나고 한 줌 남은 여성들도 출산을 하게 되면 거의 모두 전업주부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여성 사역자들만 모성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교회에서 일하는 사무 간사 등 대부분의 여성 직장인들도 모성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교회에서 일하는 여성도들에게 출산휴가를 주거나 육아휴직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교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교회에서 일하던 사무 간사 한 분은 임신 7개월 즈음에 권고사직을 받기도 했다. 담임목사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태교도 해야 하고 출산 준비도 해야 하니 이제 일은 그만 하고 몸을 돌봐야 하지 않겠어요?"

그렇게 아이 낳아서 전도하고 애국하라던 그 목사는 교회라는 직장에서 일하는 여성을 임신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하는 것에 아무런 불일치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렇게 부당 해고된 여성들은 노조도 없고 근로기준법도 적용받지 못하는 교회라는 사각지대의 현실을 깨닫고 시험에 빠져 교회를 떠나기도 한다.

교회는 언제까지 불합리한 처우에 눈감고 있을 것인가

여성을 애 낳는 도구, 혹은 출산을 애국과 연결 짓는 가부장적 시각이 충만할수록 현실에서는 모성보호가 거의 작동되지 않는다. 이 말은 임신과 출산과 양육을 무언가의 도구로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지 않는 한 출산율이 올라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말이 된다. 출산율 저하를 오직 여성의 책임으로만 돌리면 돌릴수록 여성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출산파업을 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가 모성보호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의지도 없는 상태로 그저 여자들의 애국심 부족이나 이기심으로만 치부한다면 전도를 아무리 해도 교회를 찾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이 나라도 급속한 저출산으로 인해 국가 존립마저 위태로워지는 때가 곧 올 것이다.

교회는 언제까지 생명을 낳는 것의 숭고함만 이야기하며 아이를 낳는 여성들의 고통과 불평등한 지위, 불합리한 처우에 눈감고 있을 것인가?

이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출산 파업을 한 여성들, 교회 가지 않는 여성들, 출산과 양육으로 쫓겨난 여성들 덕분에 교회에는 더 이상 생명을 잉태하지 못하는 사람들만 남는 것은 아닐까? 목사의 선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제도의 문제라는 것을 자각하여 이제라도 교회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일가정 양립 정책이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아, 물론 그 전에, 뿌리 깊게 내려오는 교회의 여성차별에 대한 죄책부터 고백해야할 것이다.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을 귀히 여기지 않으면서 성장만을 위한 전도를 부르짖는 것이 얼마나 모순된 것인지, 생명을 잉태하고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관심도 없이 애 낳아 충성하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돌아볼 일이다. 그 돌아봄의 자리에서부터 어쩌면 생명의 싹이 시나브로 잉태되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니.

실천여성회 판은요
2000년 4월 신학을 전공한 여성신학자들이 창립한 대전여신학자협의회와 동일한 단체다. 2014년 실천성을 강화하고 일반여성들의 참여를 증진하고자 '실천여성회 판'으로 명칭을 변경하여 활동하고 있다. 사회와 교회의 성평등, 평화, 환경보전 등을 추구하는 대전의 대표적인 기독 여성 단체다.

덧붙이는 글 베티 기자는 실천여성회 판 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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