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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말세라 결혼 안 한다? '땡'입니다

혼자가 아닌 우리, 내가 비혼을 택한 이유

등록 2017.03.15 20:04수정 2017.03.1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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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SNS의 장점은 타인의 경험을 접하며 '나만 그런 게 아니었네'라고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pixabay


개인적으로 SNS의 장점은 타인의 경험을 접하며 '나만 그런 게 아니었네'라고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별나서 '프로 불편러', '예민종자'가 되는 게 아니었고, 나만 이상한 사람이라 결혼을 하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 아니었다.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다 다른 상황 속에서 같은 문제를 느낀다는 것을 SNS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이처럼 비혼은 "시대가 말세라 별 이상한 게 유행하는" 현상이 아니다.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는 거다. 기술의 발전, 산업화, 도시화 등 하나로는 묶이지 않는 거대한 흐름이 겹쳐져 만들어낸 운명 같은 결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오만한 것인지, 무지한 것인지 이 거대한 물길을 '은밀한 음모' 따위로 돌려놓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눈높이 하향? 고양이랑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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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20대 여성들로 구성된 단체 '불꽃페미액션'이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 국책 연구기관 센터장의 출산율 하락 대책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원종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영향평가센터장은 최근 포럼에서 출산율 하락의 원인이 여성의 고학력과 사회진출이라며 불필요한 휴학·연수 여성에게 취업 불이익을 주자고 주장했다. 2017.2.27 ⓒ 연합뉴스


지난 2월 27일, 여성주의 활동 단체인 '불꽃페미액션'은 '고스펙 여성의 증가가 저출산의 원인'이라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아래 보사연) 센터장의 그 어처구니없는 주장에 반발하는 의미로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재밌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취업준비생, 고학력 여성 등 다양한 여성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다양하게 '후려치기' 당한 일들을 소개하며 정부의 정책 방향을 질타했다.

림보 줄에 눈 모양 그림을 달아 어디까지 눈을 낮출 수 있는지를 내기하는 '눈 낮추기 림보 대회'라는 퍼포먼스도 준비했다. 보사연의 뉴스를 처음 접하고 분노에 차서 기자회견을 준비했던 우리지만, 막상 발제문을 읽고 퍼포먼스를 하며 우리는 너무나 즐거웠다.

왜 그렇게 즐거웠을까? 재밌는 림보를 해서? 하고 싶었던 말을 해서? 단지 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 다 같이, 그리고 우리와 같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기쁨이 있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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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20대 여성들로 구성된 단체 '불꽃페미액션'이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 국책 연구기관 센터장의 출산율 하락 대책 발언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로 '눈높이' 림보를 하고 있다. 원종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영향평가센터장은 최근 포럼에서 출산율 하락의 원인이 여성의 고학력과 사회진출이라며 불필요한 휴학·연수 여성에게 취업 불이익을 주자고 주장했다. 2017.2.27 ⓒ 연합뉴스


현재 불꽃페미액션에는 약 90여 명의 회원이 등록되어 있고 독서, 영화, 운동 등 다양한 소모임에 자유롭게 참여하고 있다. 자신의 취미, 흥미, 취향, 정체성, 관심사에 따라 각기 다른 소모임을 기획하고 참여한다. 대표도 없고, 강제성도 없다. 불꽃페미액션에서 공식적으로 진행하는 '페미들의 성교육' 사업에도 회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도움을 보탠다.

우리는 같은 가치를 지향하며 함께 어울리고 그 속에서 새로운 형태, 새로운 방식의 공동체를 만났다. 회원 전부가 비혼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비혼을 선언하는 이유에 공감함으로써 우리는 또 하나의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냈다. 이름 붙이자면 '비혼 공동체'쯤 될까?

최근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동반자등록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되었다. 이 법에는 동거, 장애인공동체, 동성 가정, 비혼 커플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 과정이 인상 깊었다. '정상가족'의 범위에 들 수 있는 가족이 점점 줄어드는데 언제까지 4인가구라는 표준적 이상향에 국민들을 끼워 맞출 것인지를 질타하는 내용이었다.

'정상가족'을 뛰어넘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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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변화하고 가족도 달라진다. 부모님 세대에는 밑으로 줄줄이 달린 대가족이 정상가족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우리가 현재 가족이라고 믿는 그 익숙한 그림도 언젠가는 낯설고 이상한 풍경으로 비칠 것이다. ⓒ pixabay


사람들은 변화하고 가족도 달라진다. 부모님 세대에는 밑으로 줄줄이 달린 대가족이 정상가족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우리가 현재 가족이라고 믿는 그 익숙한 그림도 언젠가는 낯설고 이상한 풍경으로 비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비혼을 선언하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과 손을 잡으며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나간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나, 그리고 삶의 방식을 발견하게 되었다.

매주 수많은 책과 영화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일요일 아침마다 농구를 하고, 퀴어퍼레이드에서 겨털을 자랑하고, 비건 샌드위치를 팔고, 어떤 자위 기구가 좋은지 정보를 공유하는 일상이 새로운 동시에 행복하다.

결혼하는 내적 동기 중 하나는 '외롭게 혼자 늙어 죽기 싫어서'이다. 그러나 이렇게 '외롭게 혼자 늙어 죽'는 이야기는 비단 비혼자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와 같이 그동안 결혼의 많은 것들이 환상 속에 쌓여 있었고, 비혼의 많은 단점들 또한 부풀려졌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발견'함으로써 결혼에 대한 환상을 부숨과 동시에 비혼에 대한 희망을 쌓았다.

지금은 비혼자들이 큰 강물 줄기에서 갈라져 나온 작은 시냇물처럼 보일지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빠른 속도로 더욱 큰 물줄기를 이룰 것이다.

우리는 '비혼'일 뿐, 혼자가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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