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우리 모두의 '여자친구'

[인터뷰] 4집 미니앨범 < The Awakening >으로 돌아온 여자친구

17.03.08 19:14최종업데이트17.03.08 19:28
원고료로 응원
여자친구는 어떻게 모두의 여자친구가 되었나.

인터뷰를 앞두고 나는 이들이 받는 전방위적 사랑의 비결을 찾아보리라 결심했다. 8일 오후 서울 성수동의 한 카페에 도착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여자친구는 "노래가 좋아서"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며 이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니, 노래보다 앞선 다른 이유가 있단 걸 알 수 있었다.

말로 설명하기는 애매한 어떤 것. 여자친구에겐 그런 게 있었다. 진심의 힘이라고 할까? 어떤 표현이 좋을지 모르겠지만, 바른 노력에 담긴 정직하고 진실한 마음이 한 마디 한 마디에서 배어났다. 겸손한 태도도 인상적이었다. 여자친구가 사랑받는 이유는 그러니까 '사랑받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 아닐까.

신곡 '핑거팁'에 담은 것, '성장'

(왼쪽부터) 여자친구의 소원, 신비, 엄지. ⓒ 쏘스뮤직


(왼쪽부터) 여자친구의 예린, 은하, 유주. ⓒ 쏘스뮤직


지난 6일, 미니 4집 <The Awakening>으로 돌아온 여자친구는 '한층' 새로운 모습이었다. 소총과 장총을 번갈아가며 '핑거팁'을 겨누는 모습에서 여전사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기존에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왔지만, 그것이 소녀미 안에서의 변주였다면, 이번엔 완전 다른 세계에 발을 디딘 듯했다. '파워시크'의 세계로. 유주는 "원래 저희가 '파워 청순'이었는데 이번에 '파워시크'로 돌아왔다"며 명료하게 설명했다. 섹시 콘셉트로 봐도 되느냐는 물음엔 단호하게 답했다. 그건 아니라고. 옆자리 엄지가 되물었다. "저희가... 섹시하진 않잖아요."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이 어렵진 않았을까. 소원은 이 질문에 "다른 앨범들 준비할 때처럼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어색한 게 있었는데 의상도 각 잡힌 걸 입고 메이크업도 맞춰서 하고 염색도 하니까 새로운 콘셉트에 (마음이) 따라갔다"고. 염색 이야기가 나오자 멤버들의 말문이 본격적으로 트였다. 엄지는 "지금까지 머리에 큰 변화가 없다가 이번에 멤버들 모두 염색을 처음 했는데 헤어숍에서 서로를 보며 환호했다"고. 예린은 "탈색이 처음이었는데 두피가 따가웠다"며 고생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다시 음악 이야기로 돌아와, 유주는 "저희의 성장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엄지와 신비가 이번 해에 20살이 되면서 멤버 모두가 성인이 됐다고 한다. 엄지는 "사람에겐 여러 모습이 있는데, 이번 '핑거팁'을 통해 여자친구가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단 걸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 했다. 새로운 걸 준비한 만큼 긴장도 많이 됐다. 티저 뮤비를 공개할 때 멤버들이 "어떡해 어떡해"를 연발하며 덜덜 떨었다고 한다. 엄지 말로는 "물 마시면서도 체할 것 같은 긴장감"을 느꼈다고.

신비는 타이틀곡 '핑거팁'의 퍼포먼스에 대해 말했다. "전에는 뜀틀 뛰기, 풍차 돌리기처럼 기술적인 안무가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직선을 닮은 강한 선의 안무로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고 했다. 소원이 이어서 말했다.

"저희 안무가 체력적으로 힘들긴 하거든요. 행사 가서 4~5곡을 연이어 추고 나면 너무 힘들지만 이게 우리 색깔 같아요. 안무 짤 때도 뭔가 살랑살랑 이동하면 박자가 남는 것 같아서 안무 선생님에게 "저희 뛰어서 이동해보면 어떨까요?" 하고 제안해요. 에너지 있게 안무를 채우고 싶어요." (소원)

멤버들에게 이번 앨범의 목표는 '성장'이다. 은하는 "평소 제 성격이 아이 같아서 '시크'가 안 어울릴 거라 하시고 저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은하도 잘 어울린다'는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소원과 신비는 "이전 앨범보다 발전이 있다는 반응을 듣고 싶다"고 했고, 예린은 좀 더 오래 생각하더니 "상큼하면서도 멋있는 게 뭔지 보여주고 싶다"고 웃으며 답했다. "보컬로서도 한층 더 성장했다는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열심히 안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소원은 생각이 깊었다. ⓒ 쏘스뮤직


여지없이 '꽈당' 이야기가 나왔다. 여자친구는 지난 2015년 강원도에서 열린 SBS 라디오 공개방송 야외무대에서 내리는 비 때문에 8번이나 미끄러져 '꽈당'했다. 하지만 쏜살같은 속도로 일어나 무대를 망치지 않기 위해 투혼 하는 모습을 보였다. 누군가 찍은 여자친구의 무대 직캠이 온라인에 퍼지며 이 신인 그룹의 '최선의 무대'가 화제가 됐다. 다소 엉뚱하지만 "모든 무대에서 왜 그렇게 열심"인지 질문이 이어졌다.

"열심히 안 할 이유가 더 없는 것 같아요. 모든 무대에서 열심히 해요. 저희뿐만 아니라 모든 가수가 매 무대 최선을 다하는 것 같고요. 무대 후 직캠 올라오는 걸 멤버들끼리 모니터하는데, 활동 끝나고 쉬면 동작들이 조금씩 틀어져요. 그러면 '우리 힘이 좀 빠진 것 같다, 좀 더 신경 써서 하자' 그렇게 이야기 나눠요. 신경 쓰면 되는 부분이거든요. 저희는 똑같은 곡을 하지만, 와주시는 분들은 저희를 처음 보는 거고 그분들에게는 그게 첫인상이기 때문에 열심히 하게 돼요." (소원)

"데뷔하기 전에 선배님들 무대 보면서 저도 솔직히 궁금하긴 했어요. 한 곡을 많은 무대에서 반복해서 하면 어떤 기분일까 했는데 직접 해보니까 정말 한 무대 한 무대 다 새로워요. 했던 거니까 편하게 해야지, 그게 아니고 매번 보러 와주시는 분들이 다르기 때문에 처음 했을 때 마음과 똑같이 되는 것 같아요." (유주)

여자친구는 발표하는 노래마다 인기를 얻으며 상승세를 타왔다. 이들에게도 남들이 모르는 위기의 순간이 있었을까. 멤버들은 이 질문이 무척 어려운지 누구도 선뜻 답을 내놓지 못했다. 분명 힘든 순간, 어려운 순간이 한 번도 없어서 답을 못하는 건 아닐 테다. 단지 어렵다고 생각한 적이 별로 없는 듯했다. 엄지는 "힘든 순간도 있었겠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좋은 모습 보여드리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라이벌이요? 저희 자신이죠

여자친구가 4집 미니앨범 < The Awakening >으로 돌아왔다. 강렬한 분위기의 타이틀곡 '핑거팁'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3월 8일 오후 서울 성수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열었다. ⓒ 쏘스뮤직


여자친구는 언제나 파워풀한 안무를 춰왔다. 격한 안무를 소화하느라 무대에서 "입술이 반짝였던 적이 없었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엄지는 "립글로스를 바르면 5분도 안 되어 머리가 입술에 붙어서 반짝이는 화장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에너지 넘치는 모습은 여자친구가 보여줄 수 있는 우리만의 모습이기 때문에 이걸 지키고 싶다"고 덧붙이며 반짝이는 입술에 대한 열망을 내려놓았다. 여자친구의 라이벌이 누구냐는 질문에 엄지가 다부지게 말했다.

"저희 자신이에요. 항상 넘어야 하는 건 자기 자신인 것 같아요." (엄지)

여자친구가 내놓는 대답들은 하나같이 '모범답안'이었지만, 희한하게도 뻔하게 들리지 않는 힘이 있었다. "열심히 했다", "최선을 다한다",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는 흔한 말들은, 여자친구의 '진심'이기 때문에 딱히 다르게 표현할 말이 없어 보였다.

신비는 "여자친구의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이번 활동의 목표"라고 말했다. ⓒ 쏘스뮤직


은하는 '핑거팁' 뮤직비디오에서 연기를 선보였다. ⓒ 쏘스뮤직


여자친구의 팬은 성별과 연령이 다양하다. 정식으로는 첫 팬 미팅을 앞둔 여자친구는 팬들을 만날 생각에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신비는 "아주 어린 친구들부터 60대분들까지 남녀노소 다양한 팬분들을 보면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팬에게서 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나 메시지를 물었다. 소원이 답했다.

"팬분들이 저희를 '우리 애들', '여친이들' 이렇게 불러주시거든요. 칭찬의 말을 듣는 것도 물론 좋지만, 그냥 '우리 누구' 이렇게 불러주는 것 자체로 좋아요. '내 편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1억 스트리밍 달성 등 매번 놀라운 '홈런'을 친 여자친구에게 "이제 됐다" 싶은 순간은 언제였는지 물었다. 엄지와 소원이 대답했다.

"이제 됐어! 라는 생각이 앞으로도 들 일은 없을 거예요. 많은 사랑을 받아도 다음을 더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사랑받은 만큼 더 잘해야 하는 무게가 생기기 때문에 '됐다'라는 느낌을 받을 일이 없을 것 같아요." (엄지)

"홈런을 쳤더라도 다음 앨범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소원)

이날 인터뷰에서 여자친구는 새로운 콘셉트의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 등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 쏘스뮤직



여자친구 인터뷰 엄지 소원 핑거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