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방

"3개월 동안 월급을 한 푼도 받지 못했어요"

장기화된 경기침체, 여성노동자 벼랑 끝에 서다

등록 2017.03.15 12:05수정 2017.04.2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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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한국여성노동자회가 2016년 전국 10개 지역(서울, 인천, 부천, 수원, 안산, 전북, 광주, 대구, 마산창원, 부산) 평등의전화 상담실을 통해 접수한 상담사례를 분석한 자료를 기초로 작성되었다. 분석에 사용된 상담사례는 2016년 1월부터 12월까지 총 2873건(재상담 제외)이다. 이중 여성 2663건(92.7%), 남성 210건(7.3%)이었다. 상세한 상담분석 및 사례는 2016년 평등의전화 상담사례집에서 확인 가능하다. - 기자 말


2016년, 한국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우려가 팽배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암울한 경제 상황은 여성노동자의 고용 여건에도 악영향을 미치며 여성노동전문상담실 평등의전화(Tel. 1670-1611)에 관련 상담이 증가했다.

A씨는 회사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월급이 밀리던 중 3개월 동안 월급을 한 푼도 받지 못해 생계가 어려워지자 결국 퇴사하게 되었다. 회사 측에 밀린 임금과 퇴직금 지급을 요구했지만 '다음 주에 준다'고 하며 회피하거나 약속한 날짜가 되면 A씨의 전화를 받지 않아 어려움을 겪다 평등의전화 상담실을 찾게 되었다.

B씨는 제조업체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20대로 기본급 150만 원에 야근수당 포함 170만 원 받고 있다. 입사 후 1년이 지나면 대리로 승진하고 기본급이 170만 원으로 오른다. 이번에 대리로 승진하는데 회사에서 매출이 안 나온다며 기본급을 130만 원으로 조정하자고 한다. '생활이 어려워 그렇게 못 하겠다' 고 하니 '우리랑 안 맞는 것 같다'며 그만두라고 한다.

A씨나 B씨 사례처럼, 장기간 임금이 체불되거나 각종 수당을 받지 못하고, 급여가 하향 조정되고, 생계유지 수준의 임금마저 유지되지 않아 고용불안과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여성노동자의 상담이 늘고 있다.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요구하는 조기퇴근 시위 "3시 stop"100:64의 성별임금격차는 경제 침체 속에 어려운 여성노동자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남성보다 더 적게 받는 여성노동자들에게 더욱 힘들고 어려운 시절인 것이다. ⓒ 신상아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10명 중 6명이 임금체불, 부당해고 등 근로조건 위협받아

이와 같은 고용불안과 임금체불 등과 같은 근로조건 관련 상담은 정규직에 비해 비정규직이 높은 비율을 보였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10명 중 6명이 임금체불이나 부당해고 등과 관련한 상담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고용불안이 한층 가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정규직 중에서도 시간제, 파견직, 일용직 여성노동자들은 임금체불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계약직과 시간제 여성노동자는 부당해고의 위협에도 노출되고 있었다.

50대 후반인 C씨는 10년 동안 여러 파견업체로 소속이 변경되었지만 동일한 마트에서 동일한 판매 업무를 지속하던 중 상사로부터 '나이 많은 순으로 인원 감축'을 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상사가 면담자리를 마련하여 권고사직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키겠다고 한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는 것은 여성노동자들이었다. IMF 경제위기 때는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대량 해고되었고, 그 이후로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정규직'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동일한 일자리에서 절반의 임금을 받으며 일을 해야 했다. 2007년 미국발 금융위기 시기에도 여성노동자들은 유사한 상황에 처했다.

'여성'이기 때문이라는 노골적인 성차별은 사라졌지만, 전근, 인사고과 등의 '중립적'으로 포장된 방식이나 대다수 여성노동자가 계약직, 시간제, 파견직, 용역이라는 비정규직으로 고용되어 있는 상황에서 '계약해지'라는 '합법'을 가장한 방식으로 해고되며 경제위기의 안전판 역할을 해 온 것이다. 우리나라 여성노동자 54.5%가 비정규직인 현실에서 향후 더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경기침체의 영향권에 노출되어 고용불안의 위협에 시달릴 수 있는 암울한 추측을 하게 된다.

D씨는 출산휴가 사용 후 복귀하였지만 원래 일하던 지역이 아닌 왕복 4시간 이상 소요되는 지방으로 발령을 받았다. 회사에서는 D씨가 출산휴가에 들어갈 때 대체인력이 아닌 정직원을 뽑아 그 정직원을 해고할 수 없고, 경영상 2명을 다 고용할 수 없다고 하며 출산휴가 후 복귀하는 D씨를 지방으로 발령낸 것이다. 업무는 이전과 같은 회계지만 권한은 없어지고 사무보조와 유사한 업무를 하게 되었다.

D씨 사례처럼 임신출산으로 인한 부당한 처우는 불법적인 행위임에도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이로 인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임신출산 때문이라는 노골적인 행태는 줄어드는 반면 여성노동자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을 조장하여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것처럼 유도하려는 시도가 횡횡하고 있는 것이다.

'성차별적' 부당해고는 이미 2014년 금융권의 희망퇴직 과정에서 육아휴직을 다녀온 여성노동자를 정조준하거나 2015년 현대중공업에서 연차가 높은 여성노동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희망퇴직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성차별적' 부당해고는 대기업의 위험관리를 위한 선제적인 대응을 넘어 일반기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평등의전화 상담을 통해서도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임금체불 여성노동자 85.9%가 30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

임금체불 상담을 진행한 내담자 중 85.9%가 30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나 소규모 영세사업장이 경기 침체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6년 평등의전화의 내담자 중 67.8%가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비율은 43.5%로 최근 5년 동안 가장 높았다.

E씨는 5명이 일하는 사업장에서 하루 10시간 주 6일 일하고 월급 175만 원을 받았는데, 마지막 달 임금 정산에서 2주간 일한 급여가 50여만 원이라며 4대 보험 10만 원 정도를 제하고 40여 만원을 받았다.

E씨 경우처럼, 지불능력이 열악한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은 저임금이 당연시되며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기도 한다(사례 E씨는 2016년 최저임금 시급 6030원을 기준으로 하여 계산하여도 200만 원 이상의 월급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 여성노동자 60% 이상이 30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현실은 향후 경제여건이 여성노동자 전체의 고용상황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으리라 유추하게 된다.

경기침체기, 여성노동자들은 생존을 위협하는 임금체불, 부당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부당한 퇴직 요구에는 절대로 사직서를 작성하지 말아야 하며, 기분이 나쁘거나 당혹스럽다고 결근하는 것은 이후 대응과정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일단 출근하고, 평등의전화와 같은 여성노동상담 기관에 상담하는 것이 도움될 것이다.

"3시 stop" 조기퇴근 시위에 참여한 여성노동자들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요구하는 여성노동자들.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는 혼자서 앓지 말고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 지혜를 보태면 더 나은 상황을 만들 수 있다. ⓒ 강은하


한국여성노동자회 산하 전국 10개 평등의전화 상담실에서는 근로조건, 직장 내 성차별, 성희롱, 모성권 등 여성노동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2016년 전국대표번호를 신설하여 전국 어디서 전화를 해도 가장 가까운 지역 상담실로 연결되어 상담과 대응과정에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전국 평등의전화 상담실> 대표번호 1670-1611
서울여성노동자회 02)3141-9090
인천여성노동자회 032)524-8831
부천여성노동자회 032-324-5815
전북여성노동자회 063)286-1633
광주여성노동자회 062)361-3028
안산여성노동자회 031)494-4362
부산여성회 051)506-2590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055)264-5049
대구여성노동자회 053)428-6338
수원여성노동자회 031)246-2080

덧붙이는 글 * 한국여성노동자회 홈페이지와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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