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와 그 후손이 대통령이니 나라가 이 모양이죠"

[김경년의 I.인터뷰.U] ① 김문수 서울시의원

등록 2017.03.16 11:38수정 2017.03.1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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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년의 I.인터뷰.U'는 서울시와 서울시내 25개 자치구를 보다 사람 살 만한 따뜻한 도시로 만드는데 기여한 사람들을 릴레이 형식으로 만나 인터뷰합니다. I.인터뷰.U는 서울시의 브랜드 I.SEOUL.U를 패러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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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서울시의원이 친일인명사전 보급에 나섰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 서울시의회


재작년 10월,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 가기 위해 덕수궁 대한문 앞을 지나던 김문수 서울시의원(49. 더불어민주당. 성북2) 눈에 '친일인명사전 학교보내기운동' 역사바로세우기시민네트워크(김영수 대표) 소속이라는 사람이 서명운동 벌이는 장면이 들어왔다.

김 의원은 평소 관심 있던 일이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그간 친일인명사전을 학교에 얼마나 보급했냐"고 물어봤다. 그는 "2년간 겨우 30여 권 보급했다"고 했다.

"곧장 사무실에 돌아가 알아봤더니 서울시내 중고등학교 가운데 친일인명사전이 보급된 곳은 겨우 10%에 불과한 거예요. 순간 내가 명색이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인데 이거 하나라도 해놔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더라고요. 얼마나 어렵게 만들어진 책인데, 만들기만 하면 뭐하나요, 학생들이 읽을 수 있게 해야죠."

서울시의회 김문수 의원(49.문화관광위). 그는 자신이 교육위원장이던 지난 2014년 말 이미 구입한 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에 친일인명사전을 보급할 것을 제안, 1곳당 30만원씩 총 1억 7550만원의 예산을 시의회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바 있다. 그 공로로 지난 4일 민족문제연구소(함세웅 이사장)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친일인명사전은 민족문제연구소가 15년을 걸려 친일인사 4389명의 친일행적을 기록한 책으로, 정부예산을 지원받아 추진되다가 지난 2003년 국회에서 예산 5억원이 전액 삭감되었으나, 이를 개탄하는 <오마이뉴스> 기사의 한 댓글에 자극을 받은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성금으로 7억여원이 모금돼 지난 2009년 완성할 수 있었다.

김 의원은 이어 작년 3.1절부터는 친일인명사전 필사본쓰기 범국민운동을 벌여오고 있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4389명의 행적을 손글씨로 베껴쓰는 이 운동은 남녀노소, 해외에서까지 열띤 참가 끝에 지난 2월까지 1180명이 참가했다.


민족 문제에 대한 김 의원의 관심은 작년 7월 소속 상임위를 교육위원회에서 문화관광위로 옮긴 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김 의원 등 의원 19명이 발의한 '서울시 국외 소재 문화재 보호 및 환수활동 지원 조례안 수정안'이 작년 12월 통과돼 약탈당한 해외문화재 환수운동을 벌이는 민간단체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친일인명사전에 친일파로 등재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을 파탄시킨 죄로 권좌에서 쫓겨난 이때, 김문수 서울시의원을 'I.인터뷰.U'의 첫 주인공으로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3월 3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내 김 의원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친일사전 보급 왜 반대하나, 의회에서 토론하자니까 다 구매하더라"

- 의원님을 보면 친일인명사전 보급 활동과 필사본 제작 범국민운동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박정희 흉상 철거 문제도 많이 관여했다. 민족문제에 관심 갖게 된 이유가 뭔가.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여러 직업을 거쳐 지금은 정치를 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역사 정의가 없이는 바른 정치, 바른 사회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엉터리 과거역사를 다 눈감고 갑자기 이제부터 잘 하자고 하면 잘 될 수 있겠나? 이건 아니지 않나?"

- 친일인명사전은 결국 얼마나 보급됐나.
"서울시내 중고교 583개교 가운데 4곳 빼고 나머지는 다 보급됐다."

- 네 학교는 왜 반대했나. 돈을 내라는 것도 아니고 예산을 지원하겠다는데.
"친일인명사전을 보급하겠다고 발표했더니 일부 교장들이 반대한다고 성명을 냈다. 그래서 '학생들이 과거 조상들의 부끄러운 행위를 알게 하고 교훈이 되게 하겠다는데 반대하는 게 말이 되냐, 왜 반대하는지 나와 토론해보자, 의회 출석해봐라' 하니까 갑자기 반대하던 사람들이 어디 가고 구매하기 시작했다. 끝까지 반대한 네 학교를 알아보니 세 군데는 설립자 등이 친일인명사전에 올라 있는 학교더라. 한 군데는 요즘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요청해 논란을 빚었던 그 학교다. 더 이상 밀어붙이기 어려워서 아쉽지만 그 정도로 마무리했다."

- 네 학교는 결과적으로 친일인명사전이 못 들어간 건가.
"그렇다. 자기 학교만 없으니 학생들이 얼마나 창피하다고 생각할까."

- 필사본쓰기 운동까지 한 이유는 뭔가.
"국민들이 친일파 행적을 더 구체적으로 알고 잊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 작년 3.1절을 앞두고 시작해서 광복절까지 끝내기로 했는데 전체 4389명 가운데 지난 1월 25일 현재 1180명에 그쳤다. 생각보다 성적이 신통치 않은 이유는 뭘까.
"신청하고 용지를 받아서 제출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다른 일정이 겹쳐 신경을 많이 못 썼다. 하지만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마무리하려고 한다."

- 필사본 운동에 참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내 블로그(blog.daum.net/soomoonjang2, blog.naver.com/soomoonjang2)와 이메일(soomoonjang2@naver.com) 등으로 신청하면 순서와 필사 대상 인물을 지정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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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서울시의원이 친일인명사전 박정희 편을 직접 필사해보이고 있다. ⓒ 서울시의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 친일파라니..." - "확실한 것만 해도 이 정도"

친일인명사전을 펼쳐놓고 박정희 부분을 김 의원이 직접 필사하는 장면을 찍던 서울시의회 소속 사진사가 이때 한마디 했다. 책에 대해 말만 들었지 직접 보는 건 처음이라는 그는 "이거 직접 보면 사람들 정말 열 받겠어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 친일파라니"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러게요. 이렇게 기가 막힌 기록물이 또 어딨겠어요. 소송을 해도 안 걸릴 만큼 확실한 기록이 남아 있는 것만 이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 박정희 부분은 다른 사람 것보다 훨씬 길다.
"네. 나쁜 일 한 게 많은 사람일수록 당연히 길다. 친일파 하고 친일파 후손이 대통령을 다 해 먹었으니 나라가 이 모양이 될 수밖에요. 쯔쯔. 박정희 아들 박지만도 소송했지만 다 사실로 밝혀져서 재판에서 졌다. 만약 재판에서 졌으면 주저했을텐데, 소송에서 이겨 버렸으니 무서울 게 뭐 있나. 보급해서 사람들이 알게 해야지."

- 작년 11월 29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박원순 시장에게 영등포구 문래동 근린공원에 있는 박정희 흉상 철거 의사를 묻는 질문을 했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박정희 흉상이 있는 문래동 근린공원은 박정희가 5.16 군사쿠데타를 모의했던 과거 6관구(수도방위사령부)가 있던 곳으로, 지난 1966년 수방사가 홍익대에 의뢰해 흉상을 제작해 세웠다... 기자 주)
"영등포에 거주하는 뜻 있는 분들이 제보를 해주셨다. 지역 주민 몇 명이 어렵게 하고 있는 것 같아 힘을 실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어떻게 쿠데타를 기념할 수 있나. 군인들에게 가서 물어봐도 쿠데타는 다들 해선 안 된다고 한다."

- 이후 철거 추진이 되고 있나.
"안타깝지만 아직 구체적 추진이 안 되고 있다. 박 시장은 철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이 공원은 구립공원이라서 영등포구청장 소관이다."

- 최근 <월간조선>이 "어두운 역사라고 해서 무조건 지우려는 건 시대착오적인 역사 훼손 행위와 같다"며 "그토록 5·16의 위헌성을 알리고 싶다면 철거·이전하는 것보다 그 앞에 '5·16은 4·19 이후 수립된 장면 정부를 전복한 군사 쿠데타'란 안내문을 설치하면 된다"고 썼더라.
"자기들 스스로 어두운 역사라고 인정하고 있는 거 아닌가. 그렇게 명시한다면 한 번 논의해볼 수도 있겠다. 월간조선 참 재밌다."

"도둑을 맞거나 강도를 당했는데 바보처럼 가만 있으면 안 되지 않나"

- 시의원이 된 뒤 교육위를 오래 한 것 같다.
"모두 4년이다. 초선 때 2년 하고, 재선해서 교육위원장으로 또 2년을 더 했다."

- 지금은 문화관광위로 옮겼는데, 교육위원장 내려놓으니까 그만큼 언론의 주목을 못 받겠다.
"(웃음) 맞다.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나. 그러나 잠시 쉬는 것도 필요한 거 같다. 그래야 충전도 하고 새로운 생각도 해보고, 다른 사람이 하는 일도 잘 관찰할 수 있다."

- 문화관광위는 스스로 지원했나.
"사실 여기는 비인기위원회라고 할 수 있다. 예산 규모가 제일 적으니까. 교육위는 소관 예산이 8조원인데, 여기는 불과 몇 천억 정도다. 중앙정부에서 문화는 비중이 엄청나지만 지자체에서는 보육, 복지, 교통 등에 관심이 쏠리고 문화가 다소 소외된 분야다. 그렇지만 그나마 내가 전에 했던 교육 분야와 관련 있는 곳이 문화여서 지원했다. 미래 우리 사회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지 않나."

- 문화관광위 와서 가장 관심 기울인 것이 뭔가 찾아봤더니 문화재환수 관련 조례안 하고 다산콜 상담원 직고용 문제더라.
"스트레스가 많은 감정노동자 가운데 대표적인 사람들이 다산콜센터 상담원들이다. 지금까지는 업체에 위탁을 주다 보니 실적 위주로 운영해서 문제가 많았다. 행자부의 총액인건비 제한에 부딪힌 박원순 시장이 재단을 세워 해결하자고 제안했을 때 재단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 (과거)새누리당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가운데서도 반대가 많았다. 전임 시장들 자기 사람 자리 하나 주려고 재단을 만들었던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용역업체에 맡기는 것보다는 재단에 맡기는 게 낫지 않나. 재단으로 하면 신분안정이 된다. 내가 총대를 메고 조례안 통과 책임의원을 맡아 두세 번 보류 끝에 통과시켰다. 그 공로로 당 대표최고위원회의에서 꽃다발도 받았다."

- 교육위 있을 때부터도 민족 문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여기 와서도 계속 하는 것 같다. 해외문화재 환수운동 민간단체를 지원하는 조례도 냈더라.
"나라를 뺐기기도 하고 침략도 많이 당해 우리의 귀하고 소중한 문화재들이 일본, 프랑스, 미국 등 외국에 많이 가 있다. 역사 잊은 민족에 미래가 없다고 하지 않나. 그간 조상의 흔적을 너무 방치해 왔다고 본다. 해외문화재 환수운동으로 유명한 혜문 스님하고 2011년에 일본에 있는 조선왕실의궤를 찾으러 갔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우리 조상들의 유물이 많이 있었다. 고종 황제의 갑옷, 명성황후의 유물 등 약 15만여 점이 일본, 유럽, 미국 등에 있다. 그때부터 맘 속에 두고 있었다. 도둑을 맞거나 강도를 당했는데 바보처럼 가만 있으면 안 되지 않나. 신고하든 본인이 찾아오든 해야 할 것 아니냐. 역사 정의 측면에서도 이런 운동은 중요하다."

- 그래도 하필 민간단체를 지원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을 텐데.
"해외문화재를 되가져오기 위해 처음부터 정부 기관이 접근하면 일이 더 꼬인다고 한다. 다 훔쳐간 물건들이니 그 나라에서 인정하기 어려운 거다. 실제 일본에 있던 조선왕실의궤를 찾아올 때도 정부가 아닌 스님들이 일본의 야당, 학자 등 양심 있는 세력들을 찾아가서 먼저 운을 떼주고 난 다음에 정부가 일본 정부와 접촉한 것이다. 보통 상대방 정부는 당장 돌려주겠다고는 못하고 2년 임대, 10년 임대, 영구임대 순으로 하다가 나중에 공식적으로 주게 된다. 이번에 제가 대표발의한 서울시 국외문화재 환수 및 보호조례는 지자체에서도 민간단체를 지원할 수 있게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 어떻게 지원하나.
"올해 예산 1억 5천만원을 확보했다. 공모를 통해 민간단체들이 제출한 계획안을 심사해 예산 범위 내서 지원한다. 벌써 몇 군데서 나한테 연락이 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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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서울시의원이 친일인명사전 필사본을 들어보이고 있다. ⓒ 서울시의회


"구청장 비서실장 거쳐 보험설계사일도... 지방행정 해보고 싶다"

- 시의원이 되기 전 보험설계사를 하는 등 경력이 특이하다.
"대학에서 학생운동을 조금 하고 졸업 후 구청장 비서실장을 했는데 2002년도에 구청장이 떨어졌다. 이후 국회 보좌관을 할지 고민했는데 제도권으로 가 보니 우리 정치가 답답하더라. 그래서 일반인들이 사는 방식으로 성실히 살아 보자고 생각해서 보험설계사를 시작했다."

- 보험 해 보니 적성에 맞던가.
"보험은 원래 상호부조로 어려움을 당한 사람에게 부조금을 모아주는 꼭 필요한 제도이고 상품이다. 그런데 고객들의 해약률이 높아지면서 보험은 회사만 좋은 거지 일반인들에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왜냐 하면, 해약하면 가입자는 해약금을 물고 보험설계사는 패널티를 받지만 회사는 초반에 수수료를 다 챙겨놔 사실상 거의 손해를 안 보기 때문이다. 정작 가입자는 도움을 받아야 할 후반까지 못 버티고 해약하기 일쑤다. 결국은 보험은 재벌 좋자고 하는 꼴이네 하는 문제 의식이 생겼다. 재테크나 보험을 하더라도 정말 필요하고 안전하게 하는 법을 얘기해주고 싶어 공저이지만 <금융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이란 책도 썼다."

- 책까지 낼 정도면 그 분야를 계속 할 생각도 있었을 텐데.
"어렸을 때부터 사회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정치외교학과에 갔고, 시민운동이나 회사 경험도 해보고 밑바닥 국민들 삶도 살아 보자는 생각에 보험을 해 봤는데 직접 정치하는 것보다는 성에 안 찼던 것이다.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 앞으로 정치인으로서의 포부는. 대통령이 목표인가.
"대통령은 무리고.(웃음) 그러나 기회가 온다면 먼저 구청장도 해보고 싶고 나중에는 국회의원도 해보고 싶다.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일에도 순서가 있으니 일단 현재 서울시의원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

- 최근 페이스북 활동을 보면 이재명 성남시장을 미는 것 같다.
"이번 기회에 단순한 정권교체보다 사회를 더 많이 개혁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정권교체 가능성이 별로 없으면 모르겠는데 가능성이 많으니까 이왕이면 더 개혁적인 인물이 됐으면 한다. 문재인 후보는 재벌정책에 소극적인 듯하고 안희정 후보는 대연정, 선의 발언 등 너무 많이 나간 느낌이다. 사드배치, 재벌개혁, 적폐청산 등 가장 야당이 가장 가야 할 길을 이재명이 가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지방행정을 해본 사람이 대통령 돼야 세부적 정책까지 어떻게 바꿀지 알 것 아닌가."
#김문수 #서울시의회 #친일인명사전 #친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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