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옥상에 길냥이들 쉼터를 만들었다

[써니's 서울놀이①] 서울 강동구청 옥상에 조성된 '길냥이 어울쉼터'

등록 2017.03.17 13:04수정 2019.06.2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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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10여 마리와 사람들이 자연스레 어울려 쉬는 강동구청 별관 옥상. ⓒ 김종성


지난 2월 14일 서울 강동구청(강동구 성내1동 540)에서 특별한 현판식이 있었다. 구청 건물 별관 옥상에 '길고양이 어울쉼터'가 만들어졌다. 2013년 전국 최초로 공공건물과 공원에 길고양이를 위한 급식소를 설치했던 강동구, 이번에는 현대건설의 지원에 힘입어 길고양이 쉼터를 마련한 것이다.

겨울철 추위와 배고픔으로 고통 받는 유기묘 및 길고양이 보호를 위해 조성하게 됐단다. 길 위의 생명들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구나 싶었다. 현재 서울 지역 내 길고양이는 20만 마리로 추정된다고 한다.

서울 자치구 가운데 처음으로 동물복지팀까지 신설했다니,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더불어 '동물복지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 조례'를 마련하고 '동물복지위원회'를 발족시키는 등 동물보호복지 분야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동네다.

길 위의 생명들과 인간의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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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습성, 고양이와 친해지는 방법 등이 써있는 필독 안내판.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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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이 되는 따스한 쉼터 내부. ⓒ 김종성


지난 2012년 작으나마 고양이 쉼터가 이곳에 처음 생겨났다고 한다. 당시 당직근무를 하던 구청 직원이 동네 길고양이를 처리해 달라는 민원전화를 받았다. 길고양이가 배가 고픈 나머지 골목에 놓여있는 쓰레기봉투를 찢고 다닌 것. 반려견과 달리 길고양이는 주인이 없기 때문에 동물보호센터에 보내게 되는데, 보름 정도 있다가 안락사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길고양이들을 불쌍하게 여긴 직원들이 옥상 한편에 판자와 스티로폼으로 집을 만들어 임시로 살게 해주었단다.

쉼터는 구조나 보호가 필요한 고양이들이 임시적으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약 15마리 정도의 고양이를 수용할 수 있다. 강동구 지역 '캣맘'들의 모임인 미우캣보호협회 같은 동물보호단체에서 매주 자원해서 찾아와 고양이와 시설물을 관리해 주고 있다.

또한 고양이들의 진료와 예방접종, 중성화시술 등은 강동구 수의사회가 담당한다고 하니 고맙고 흐뭇했다. 쉼터에 머무른 고양이들은 동물보호관리시스템(www.animal.go.kr)을 통해 입양 및 분양 공고도 낼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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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연을 품고 들어온 길고양이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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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눈을 다쳐 실명을 한 길고양이. ⓒ 김종성


'펫밀리(Pet과 Family의 합성어)'라는 반려동물 가족이 늘어나면서 길고양이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찾아온 동네 주민들이 많이 보였다. 고양이 사료를 가지고 온 사람, 장난감으로 고양이와 노는 사람, 고양이 배변장을 청소해 주는 착한 아이들도 있어 보기 좋았다. 뛰어난 성적이나 똑똑한 말솜씨보다 훨씬 빛나는 모습이었다.

이곳에 자주 온다는 아이 몇 명이 저마다 사연을 품은 고양이들 이야기도 들려줬다. 목덜미가 하얀 고양이는 낯선 사람이 오면 잘 숨는데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받아서란다. 쉼터 안 실내에서 온순하고 불평 없는 얼굴로 앉아 있지만, 사람이 다가가면 거칠고 불안한 눈빛을 보이는 고양이들도 있었다. 학대를 받았는지 한쪽 눈이 다쳐 실명한 고양이도 있어 마음을 짠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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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배변장을 청소하는 기특한 아이들. ⓒ 김종성


유기묘들을 안락사하지 않고 보호해준다는 것이 알려지자, 일부 시민이 고양이를 구청에 몰래 버리고 가는 경우도 있단다. 심효힐 주무관은 전화로 '고양이를 받아줄 수 없느냐'고 문의하는 건 물론 구청 앞에 고양이를 놓고 그냥 가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동물보호단체나 협회에서 공통으로 하는 "측은함이나 호기심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건 절대 하지 말아 달라"는 말은 귀담아 들을 조언이다.

길냥이 어울쉼터에 오게 된다면 출입문에 있는 안내판을 꼭 읽어보고 들어가면 좋겠다. 고양이의 습성, 고양이와 친해지는 방법 등 유익한 내용이 기재돼있다. 더불어 쉼터 입구에 써있는 마하트마 간디의 명언도 눈길을 끌었다.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에서 동물이 받는 대우로 가늠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지난 3월 10일에 다녀왔습니다.
* 방문 가능 시간 : 평일과 토요일 오후 6시까지
* 문의 : 서울 강동구청 일자리 경제과 (02-3425-6013)
* 서울시 '내손안의 서울'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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